서울시립대 직장어린이집을 다녀오다

올해 3월, 우리대학 내에 직장어린이집이 개원했다. 서울시립대학교 직장어린이집은 직원들의 복지를 목적으로 한솔어린이보육재단에서 위탁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우리대학 직장어린이집은 재단이 발령한 원장과 재단이 채용한 교사 12명, 아동 33명으로 구성돼 있다. 교사 1명 당 아동 약 2.8명을 돌보는 시스템이다. 기자는 지난 달 29일 하룻동안 봉사활동을 하며 직장어린이집을 체험했다. -편집자주-

 기자가 직장어린이집에 막 도착했을 때, 어린이집은 아이들의 활기로 가득했다. ‘누들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누들 프로젝트’는 국수를 통해 영아들의 촉각, 미각, 시각을 자극해 오감이 발달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다. 삶은 소면, 메밀국수 그리고 삶지 않은 빳빳한 국수가 풀장에 채워져 있었다. 그 풀장에서 영아들은 국수를 만지고 먹어보며 놀고 있었다.

보육교사들은 영아들이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눈을 맞추며 물었다. 이에 영아들은 장난감 냄비에서 국수를 삶는 척을 하기도 하고, 장난감 국자로 국수를 퍼서 맛을 보기도 했다. 기자도 영아들의 놀이에 동참해 국수를 맛보는 척했다.

▲ 교사와 영아들이 서로 대화를 하고 있다.
활동이 끝난 후, 영아들의 옷은 엉망이었다. 삶은 국수와 삶지 않은 국수가 서로 으깨져 영아들의 옷에 딱딱하게 눌어붙었기 때문이다. 교사들과 기자는 영아들의 손과 발에 묻어 굳어버린 국수덩어리를 떼어내고, 영아들의 옷에 붙은 국수도 털어냈다. 교사들은 임시방편으로 옷의 국수를 털어낸 영아들을 한 명씩 화장실로 데려가 씻기고 옷을 갈아 입혔다. 또 다른 교사들은 풀장에 넣어뒀던 국수들을 모두 치우고 풀장을 청소했다. 교사들은 영아들과 활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활동을 계획하는 것부터 활동한 뒤의 잔재를 정리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도맡았다.

점심시간 이후, 영아들은 낮잠시간을 가졌다. 기자는 0세 반에 들어갔다. 교사는 교실에 암막 커튼을 치고 영아들의 수면을 위한 잔잔한 음악을 틀었다. 영아들의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리고 교실은 한껏 평화로워졌다. 그러나 그 고요한 시간에도 교사들은 영아들에게 주의를 기울인다. 중간에 영아들이 칭얼거리며 잠에 못 들고 눈을 뜨는 경우가 많고, 갑자기 열이 올라 아픈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교사들을 도와 영아들이 칭얼거리면 옆에서 토닥여 다시 잠이 들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던 중에 한 영아가 열이 높게 오르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교사들은 영아의 학부모에게 이를 알려 귀가조치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김명진 원장은 “학부모와 교사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학부모와 교사는 ‘키즈노트’라는 앱을 통해 영아들의 상태에 대해서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하원할 때 교사는 오늘 영아가 어땠는지 학부모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주 1회 담임선생님이 학부모에게 전화를 한다”고 전했다. “교사들이 학부모와 영아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0세 반 영아들은 교사가 낮잠시간이 끝났다는 뜻으로 커튼을 걷자 모두 창문 앞으로 가 밖을 구경했다.

12개월도 되지 않은 한 영아는 주차장에 세워진 한 차를 가리키며 ‘엄마 차’라고 했다. 교사는 “영아의 부모가 출근하며 영아를 등원시키고, 그 차를 어린이집 앞에 주차했다”고 알려줬다. 영아들은 보이는 곳에 부모님의 차가 있다는 것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영아들은 교실에 있는 장난감으로 본격적인 놀이를 시작했다. 책을 읽어 달라며 가져오기도 하고, 인형을 만지며 그 인형이 무슨 인형인지 맞추고, 장난감 자동차를 길게 이어 기차를 만들었다. 그러던 중에 영아들 사이에서 큰 소리가 났다. 한 영아가 다른 영아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빼앗았다. 교사는 즉각적으로 둘을 떼어놓았다. 아직 12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영아들이기에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물고 때리는 등 물리적으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는 상황을 파악한 뒤에 장난감을 빼앗은 영아에게서 장난감을 가져와 원래 가지고 있던 영아에게 돌려줬다. 그 이후 빼앗았던 영아에게는 눈을 맞추며 “친구 장난감은 가지고 오면 안된다”고 일러주고, 장난감을 빼앗겨 울고 있던 영아에게는 “소리지르고 우는 대신 ‘불편해’ 라고 친구에게 전해 달라”고 일러줬다.

▲ 직장 어린이집의 입구 모습이다.
교사들은 영아들의 상태에 대해서도 기민하게 알아차렸다. 기자는 아무런 냄새를 맡지 못했지만 두 교사가 누군가의 기저귀를 갈아야 할 것 같다면서 영아들의 기저귀를 확인했다. 결국 교사는 한 영아의 기저귀를 갈기 위해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놀이시간을 마무리하는 시간에도 교사들은 분주했다. 영아들이 놀다가 어질러 놓은 것을 대신 정리해 줘선 안되고, 영아들이 정리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교사는 “제자리”라는 말을 통해 영아들이 주도적으로 정리하도록 도왔다. 물론, 아직 12개월이 되지 않은 영아들이기 때문에 영아들이 정리하지 못한 것들은 교사의 손을 거쳐서 다시 정리됐다.

29일 직장어린이집의 오후간식은 잔치국수와 치즈였다. 0세 반 영아들은 어린이용 의자에 앉아 교사가 먹여주는 간식을 먹었다. 교사들은 소독제로 손을 소독하고 위생장갑을 착용한다. 그릇에 영아들이 먹을 수 있을 만큼 떠주고, 국수를 잘게 잘라주었다. 기자는 교사의 몫으로 나오는 잔치국수를 먹었는데 매우 싱거웠다.

영아들을 위해 저염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영아들과 한시라도 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영아들에게 국수를 먹이는 중에 틈틈이 교사 몫의 국수를 챙겨 먹었다. 기자도 영아에게 한 입을 먹이고 난 뒤에야 기자의 몫으로 나온 국수를 한 입 먹을 수 있었다. 영아들이 국수를 다 먹은 후에는 옷, 입 주변에 묻고 밥상에 떨어진 국수를 치웠다.

▲ 교사가 체온계를 통해 영아의 열이 올랐는지 확인하고 있다.

기자는 봉사시간의 끝이 다가올수록 영아들과 12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느꼈다. 매시간마다 영아들에게 주의를 집중하는 것은 고된 일이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영아들을 데리러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을 찾았다. 잘 놀던 영아들은 부모의 얼굴을 보자 울음을 터뜨렸다. 학부모가 영아를 잠시 본 뒤, 교사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돌아서자 영아는 서러운 듯 엄마를 부르며 울었다. 하루 종일 창가에서 기다리던 부모를 만났지만 교사를 향해 돌아서는 뒷모습에 감정이 북받친 것이다. 울지 않는 영아들도 있었지만 영아들은 부모의 얼굴을 보았을 때, 하루 중 가장 밝은 미소를 지었다.

영아들은 부모와 함께하며 유착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그러나 현재에는 부모와 영아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부모는 영아와 직장 중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어느 하나를 고르도록 강요할 수 없기에 제3의 대안이 필요하다. 그 대안은 영아와 부모가 보다 가까운 곳에 있도록 부모의 직장 내에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이다.

현재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에 따라 근로자 500명 이상 또는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인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직장어린이집은 국가기관이나 대기업에만 주로 설치돼 있고, 수요에 비해 공급은 현저히 부족한 상태다. 이번 10월 말 기준으로 전국에서 운영 중인 직장 어린이집은 총 1106개소로, 6만2838명의 영아들이 직장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이는 전체 어린이집(3만9241개) 중 2.8%, 전체 보육아동(140만6516명) 중 4.5%에 해당한다. 직장어린이집의 확대와 지원이 필요한 때다.

▲ 영아들이 오후간식 시간에 잔치국수를 먹고 있다.

우리대학 학생과에서 근무하는 직원 문주영씨는 직장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기고 있다. 문주영씨는 “우리대학 내 직장어린이집에 정말 만족하고 있다”며 “영아들의 음식, 놀이환경, 선생님 등 모든 면이 타 사립유치원에 비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문 씨는 직장어린이집을 알기 전에 동네 어린이집에 등록 신청을 했지만 연락 온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그러던 중 직장어린이집을 직장동료를 통해 알게 돼 자녀를 보내게 됐다. 문 씨는 “직장어린이집이 직장생활을 휴직하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영아를 키우는 학부모라면 모두 직장어린이집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며 “영아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이 주는 근무 중 심적 안정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립대 직장어린이집 김명진 원장은 “서울시립대 직장어린이집은 아이들에게 집처럼 편안한 어린이집이기를 바란다”며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어린이집에서 영어, 숫자, 체육 등 많은 것을 배우길 원한다. 그러나 사실 영유아들은 집에서 길러져야 할 나이임에도 기관 생활을 하는 것이다. 영유아들이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어도 안전상의 문제로 선생님과 동행하지 않으면 교실 밖으로 나가기조차 힘들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배우길 강요하는 어린이집이 아니라 선생님과 영유아들이 함께 많이 듣고, 많이 보며 엄마 대신에 안아줄 수 있는 어린이집을 만들고 싶다”고 교육 철학을 밝혔다. 


글·사진_ 박은혜 기자 ogdg01@uos.ac.kr
사진_ 이민영 기자 miny9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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