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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자의 채식으로 살아남기
최강록 기자  |  rkdfhr123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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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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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채식을 하면 어떻게 될까?’ 고등학교 때 한강의 『채식주의자』라는 책을 읽고 생긴 의문이다. 작중 채식주의자가 된 ‘영해’가 가족들에게 고기를 먹을 것을 강요당하는 모습을 보며 채식을 한다면 나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가 궁금했다. 고등학교 때는 급식을 먹기 때문에 직접 해볼 수 없어 답할 수 없었지만, 이 질문은 대학에 온 지금까지 유효했다. 지난 724호에서 채식에 대한 기사를 준비하며 대학교에서는 충분히 채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나에게는 기사를 쓰기 위해 채식을 한다는 멋들어진 변명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가. 기자가 직접 6일간 채식을 해보며 겪은 일들, 심정, 몸의 변화 등을 기록해 봤다.   -편집자주-

식욕이 없는 기자로서는 채식을 하는 것에 별다른 두려움이 없었다. ‘채식 그까짓 거. 안 먹을 거 안 먹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여러 단계의 채식 중 고기는 물론이고 우유와 달걀까지 안 먹는 단계인 비건으로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막상 채식을 시작해보니 쉽지 않은 일주일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매일 빠지는 영양소가 없도록 하루 권장 영양소를 생각해야 했고 로션이나 옷까지도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골라 사용해야 했다.

   
첫날 일어나자마자 습관적으로 음식을 찾았다. 하지만 집안에는 내가 먹을 수 없는 음식들 천지였다. 온 집안을 다 뒤져 감귤 주스와 시리얼 정도를 찾아냈다. 다행히 시리얼의 원재료 표기란에는 달걀이나 우유가 없었다. 앞으로 모든 식품의 원재료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먹을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시리얼은 감귤 주스와 먹을 것은 못 됐다. 몇 숟갈 퍼먹다가 결국 비상용으로 사둔 채식 라면을 첫째 날 꺼내 먹었다. 채식을 하면서 세 가지 종류의 라면을 먹어봤는데 그중 두 개는 일반 라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지만 이날 먹은 라면은 밍밍하고 싱거웠다. 거기에 김치는 젓갈이 들어가는 탓에 먹을 수도 없었다. 결국 한 그릇을 다 못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채식은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하기에는 힘든 일이었다.

편의점에서는 기자가 먹을 수 있는 과자가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꼬깔콘 고소한 맛’이나 ‘프링글스 오리지널’ 뿐이었다. 다른 과자는 달걀이나 우유가 들어가거나 양념에 고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먹을 수 없었다. 먹을 수 있는 음료수도 두유나 청량음료 몇 개뿐이었다. 당연하게도 일반 음식점에서는 무언가를 먹을 수도 없었다. 카페에서 항상 라떼만 먹었지만, 채식을 하면서는 아메리카노나 홍차 이외에는 먹을 수 없었다. 특히 학교 내에서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전혀 없었다. 교내 양식당 아느칸에서 소이 가스를 팔지만 우유와 달걀이 들어가는 것이고 그마저도 방학 중에는 팔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채식을 하며 먹을 게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학교 주변에 있는 삼육의료원 덕분에 채식 음식점이나 식료품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날 처음 가본 채식 마트는 채식을 하고 있는 기자로서는 천국과도 같았다. 콩불고기부터 시작해서 비건 빵, 비건 소시지까지 다양하게 있었기 때문이다. 채식하는 내내 자주 방문해서 다양한 식품들을 먹어봤다.

   
 
특히 5일 차 아침으로 만들어 먹은 콩불고기는 정말 맛있었다. 고등학교 때 처음 먹어봤던 콩불고기와는 식감부터 달랐다. 소고기, 닭고기와 같이 고기의 한 부류로 분류해도 좋을 듯 싶었다. 이외에도 비건 용으로 우유나 달걀이 들어가지 않은 쿠키나 단팥빵이 있다. 물론 일반 빵보다는 맛이 덜하지만, 두유와 함께 먹고 있노라면 평소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한 우유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카카오 매스와 카카오 버터로 만든 초콜릿도 있었는데 일반적인 초콜릿보다 고급스러운 맛이었다.

우리 학교 주변에는 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식당이 꽤 많다. 중식당, 가정식, 막국숫집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음식 대부분이 맛있었다. 대부분 채식을 한다고 하면 샐러드만 먹고 맛없게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만족스럽게 먹고 살 수 있다.

우리 학교 주변이 아니라 서울로 시야를 넓혀보면 먹을 곳은 더욱 많아진다. 이태원 같은 곳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 구석구석 채식 맛집이 숨어있다. 4일 차 점심에 갔던 프랑스 레스토랑 ‘씨젬므쥬르’도 그곳 중 하나이다. 모든 음식이 채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지금까지 먹은 파스타 중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맛이었다. 특히 마지막에 디저트로 나온 바나나 구이는 접시까지 긁어먹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이런 음식이라면 평생 채식만 해도 좋을 것 같았다.

   
▲ 기자의 자리. 두유 팩이 한가득 쌓여 있다. 두유의 종류가 다양한 덕에 일주일 내내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채식을 하며 두유를 많이 먹었다. 채식을 하면 단백질 섭취량이 매우 적어지기 때문에 두유를 두 세 팩 정도씩 먹어야 하루 권장 영양소가 채워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두유도 종류가 다양해서 초콜릿 두유나 바나나 두유같이 맛있는 두유들이 많다. 덕분에 일주일간 질리지 않고 다양한 맛의 두유를 맛볼 수 있었다.

채식을 한다고 술을 못 먹는 게 아니라는 점은 가장 다행스러운 부분이었다. 하루를 마치며 꼬깔콘에 마시는 맥주는 행복했다. 그때는 밀이나 보리만으로 맥주를 만드신 선조들께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술집에서는 자유롭게 마실 수 없었다. 술집 대부분에서 내가 먹을 수 있는 안주라고는 두부 부침이나 황도뿐이었다.

채식을 하면서 괴로운 순간이 몇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내가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다른 사람이 먹고 있는 것을 볼 때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 내가 채식을 한다는 이유로 그 사람들에게도 채식을 강요할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거의 모든 식사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이 고기를 먹는 것을 바라만 봤던 것 같다. 특히 술자리에서 치킨을 앞에 두고 황도만 먹어야 하는 기분은 비참하기까지 했다. 채식을 하는 도중 고기를 못 먹는다는 사실보다는 상대방이 먹는 것을 나는 못 먹는다는 사실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 기자가 먹은 음식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채식을 하며 먹은 음식 중 절반 이상이 국수이다. 법정 스님이 잔치 국수를 그렇게 좋아하셨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염X’ 내가 채식을 한다고 하자 사촌 형이 내뱉은 말이다. 워낙 격의 없이 지내는 형이기 때문에 화난 게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다. 이후 기사를 쓰려고 채식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니 수긍은 해줬다. 하지만 만약 기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였다면 어떻게 반응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몇몇 사람은 이해를 못 해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우리 사촌 형을 제외하고 기자와 같이 식사를 한 사람들 대부분은 기자를 이해해 줬다. 힘들겠다며 나라면 못할 것이라는 사람도 있었고 채식을 하는 이유는 수긍이 안가지만 존중은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채식을 하지 말라며 말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사회가 점점 다양성을 존중하는 쪽으로 나아갔다는 증거가 아닐까 하며 내멋대로 결론을 내려봤다.

6일간 채식을 하며 느껴지는 몸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굳이 꼽자면 3일 차 하루 몸이 나른하고 축축 처지는 정도였다. 채식을 하면 살이 빠질 것이란 생각과 다르게 기자가 식단을 계산해 본 결과 일일 권장 영양분보다 많이 섭취했다. 단백질의 일일 권장 섭취량을 맞추고자 두유를 많이 먹었고 이것이 탄수화물이나 지방의 과다 섭취를 유발했다. 실제로 영양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하는 채식주의자 중 비만인도 적지 않다.

채식으로 섭취할 수 없는 영양분은 없다. 고기를 먹을 때는 자연스럽게 영양 균형이 잡히지만 채식을 한다면 몇 가지 영양소를 빠뜨리고 먹게 되기에 십상이다. 특히 비타민 B12는 김을 비롯한 몇 가지 해조류를 통해서만 섭취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주의하지 않으면 결핍증에 걸리기 쉽다. 채식을 한다면 식단에 신경을 쓰며 놓치는 영양소가 없도록 주의하면서 해야 한다.


글·사진_ 최강록 기자 rkdfhr123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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