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1일은 3.1운동이 일어난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었다. 식민 통치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와중에도 우리의 선조들은 자유와 평등의 원칙을 담은 선언서를 만들어 제국주의의 총칼에 저항했다. 서울에서 시작된 저항 운동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 한국인의 독립 의지를 전 세계에 드러냈다. 3.1운동은 현대 대한민국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민주공화제라는 정체(政體)를 기초로 세워졌으며, 이는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제헌헌법에 명시되면서 국가의 기본 이념이 됐다.

그렇기에 3.1운동 100주년은 우리에게 더욱더 뜻깊은 것이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식민지 시기를 지나 분단과 전쟁의 시기를 겪었으며, 독재와 민주화를 지나 세계화와 정보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얼핏 봤을 때, 기미독립선언서와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추구하려는 가치가 대부분 이뤄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나라는 독립했고, 독재 정치가 종식돼 민주화를 이룩했으며,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어엿한 선진국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성과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앞으로 이룩해나가야 할 또 다른 가치도 존재한다. 독립했으나 나라가 둘로 나뉘게 됐으며, 민주화를 이룩했으나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민주정치의 효과가 미비하다. 법적으로는 만인이 평등하나, 사회가 정의롭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세대의 차이, 지역의 차이, 신념의 차이가 갈등을 만들어내고, 얼마 전부터는 성별의 차이마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우리의 선배들이 성취해 낸 가치를 기반으로, 앞으로 이룩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먼저, 차이가 갈등의 원인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민주공화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실질적으로 사람이 주인인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독립을 위해서 갈라선 나라를 다시 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 세기가 지났고, 또 다른 한 세기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독립과 경제 발전, 그리고 민주화 또한 선대에게 있어서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당장 눈앞의 사소한 것부터 바꿔나간다면 어느새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또한 기미독립선언서의 글귀와 같이, 앞길의 광명을 향해 힘차게 곧장 나아가자.


한승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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