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初心), 처음에 먹은 마음을 잃지 말자는 생각을 가끔 되새기는 것은 내 나름의 생존전략이다. 일이나 사람과의 관계가 어느 순간 힘들어지거나, 피곤해지거나, 게을러지거나, 그만두고 싶어질 때, 나의 “초심을 잃지 말자” 전략은 꽤 쓸 만한 생존비법이 된다. 순수한 열정과 겸손함이 충만했던 첫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며, 나의 몸과 마음을 다잡는다.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에너지를 끌어올려, 다시 집중하고 노력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든다. 그러면 일도 재미있어지고,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대화도 즐거워지는 놀라운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나의 생존전략대로 나는 서울시립대학교에 처음 임용됐을 때를 가끔 떠올리곤 한다. 처음으로 이메일(@uos.ac.kr)을 신청하고자 신청서를 적을 때였다. 이메일 등록 담당자는 나에게 영문과 숫자를 조합해 이메일 주소를 신청하기를 권유하였다. 영문만을 적으라고 했다면, 단순히 내 이름의 첫 글자들로 조합했겠지만, 숫자를 포함하라는 권유를 받고, 나는 몇 분간 짧고 깊은 고민을 하였다. 생년월일을 적자니 내 나이가 들통 날 테고, 아무 숫자나 적자니 계속 사용할 이메일 주소인데 그럴 수는 없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 꽤나 고심했다. 최종적으로 나는 나의 서울시립대학교 입사년도와 나의 이름을 조합하여 이메일 등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시립대학교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는 긴 시간동안 나의 초심을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를 설치해두는 작은 계획이었다. 결과적으로, 지난 몇 년간 나의 이메일 주소에 스스로 만족해하며 사용하고 있다. 나의 이메일 주소를 볼 때마다 몇 해 전의 첫 순간으로 돌아가는 기회를 얻곤 한다. 0.1초의 짧은 순간들이지만, 매일의 일상에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이 쌓이고, 성숙해지며, 지혜가 생긴다고 자부하지만, 다른 말로는 요령이 생긴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삶의 요령이 생겨서 편하고 좋은 점도 많지만, 나는 가끔 무지하고 순수했던 첫 순간이 그립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나의 생존전략은 이러한 나의 그리움 때문에 유용한 것 같다.

누구에게나 일과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시작이 있고, 처음에 먹은 마음들이 있다. 사람들에게는 1월이면 새해에 이루고 싶은 소망을 생각해본다든지, 반드시 성공하리라 다짐하며 다이어트를 시작한다든지,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이성과 사랑을 시작한다든지, 새로운 학교로 입학을 한다든지 하는 일들이 생길 것이다. 처음에 먹은 마음들은 열정 혹은 희망, 설레임, 고마움, 겸손함과 같은 긍정의 힘일 것이다. 만약 누군가 초심을 잃고, 힘들어지거나, 게을러지거나, 방황하게 된다면, 첫 순간을 떠올릴 수 있는 자신만의 장치를 설치해두기를 권장한다. 냉장고에 메모를 붙여두거나, 책상 위에 작은 글씨를 적어두거나, 다이어리 구석에 좋아하는 글귀를 적어두거나…. 그 장치들은 당신에게 눈앞의 일 또는 옆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 깨닫게 해 줄 것이며, 당신의 미래는 다시 빛나는 계획으로 가득 차게 해 줄 것이다.


강영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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