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의 변

서울시립대신문 제61대 부국장 박은혜


종이는 한없이 가벼운데, 그 위에 검은 글씨가 얹어져 하나의 글이 되면 한없이 무거워집니다. 그 검은 글씨들이 한 사람의 말, 생각, 가치관, 삶을 함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글을 중립적으로 쓰고 싶어 글씨의 무게를 덜어내고 덜어내도 가벼운 글이란 존재하기 힘듭니다.

그 존재하기 힘든 글이 바로 기사입니다. 기자는 사람인지라 무거움을 마음에 품고 있기 때문에 중립적인 글을 쓰기 힘듭니다. 그래서 기사를 쓸 때, 자신의 무거움을 덜어내고는 합니다. 그렇게 기자는 다른 글들보다 가벼운 기사를 작성합니다.

그러나 가벼운 글이란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나 쓸 수 있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AI가 기사를 쓰는 일이 생겼습니다. 변화하는 흐름 속에 가벼운 기사를 쓰는 기자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저널리즘의 방향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기사를 쓰기보다 기자 개인의 색을 담아 기사를 쓰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의문이 듭니다. 개인의 시각으로 쓴 기사는 독자의 눈을 가리고 기자의 의도대로 여론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자는 더욱 ‘팩트 체크’를 해야 합니다. 팩트는 기자의 무거운 마음을 찌르고 간지럽혀 무거움을 덜어내기 때문입니다. ‘팩트 체크’는 무거운 기사를 한 층 가볍게 하기 위한 기자의 열정입니다.
그래서 국장단으로 신문사에 머무는 동안 가볍지만 무거운 그 어딘가에서 더욱 고민을 해보려 합니다. 본 사건에서 한 발짝 물러난 제 3자의 시각으로 ‘팩트 체크’를 하며 기자만의 무게를 담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기자가 글 속에 가벼운 무거움을 담아가는 과정을 관심 가지고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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