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은 산하에 총 14개의 부설연구소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14곳의 부설연구소에는 우리대학의 강점이자 중점분야인 도시와 지역학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는 도시과학연구원, 도시홍수연구소, 서울학연구소부터 조세와 법학을 연구하는 조세재정연구소, 법학연구소 또 자연계열의 자연과학연구소, 양자정보처리연구소 등이 대표적으로 존재하며 각각 관련된 학문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들 연구소가 다루는 학문만 나열해도 도시학, 지역학, 법학, 정치학,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번호 ‘연지공지’에서는 지역학을 기반으로 수도 서울의 다양한 학문을 복합·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서울학연구소를 직접 취재하고 다룸으로써 이들이 다루는 학문, ‘서울학’의 지식을 공유하고 지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서울학연구소, 600년 서울연구의 산실

지난 1994년은 도시 서울에 있어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함축한 해였다. 그로부터 600년 전인 1394년, 새 왕조 조선의 국왕 태조 이성계는 지금의 서울인 한양을 수도로 정하고 천도를 감행했다. 약 500년 간 다사다난했던 역사의 풍파를 견뎌내며 기존 왕조의 중심지를 자처했던 개경시대가 한양시대, 즉 서울시대로 교체되는 역사적 장면이었다. 이후로도 서울시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서울은 여전히 명실상부 국가의 최고(最高) 도시이며 정치와 문화, 경제의 최대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다. 바로 이 서울천도 6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1993년 서울학연구소가 우리대학에 설립됐다.

우리대학의 직속기관으로 설립된 서울학연구소의 중심 연구분야는 서울학이다. 서울학의 가장 큰 특징은 장소와 지역으로 대표되는 지역학의 범주에 기반해 서울의 다양한 학문을 연결시키고 종합하는 것이다. 서울학연구소에서는 이러한 학문적 특징을 ‘장소인문학’으로 규정하고 연구에 대한 정체성을 스스로 규명하고 있다. 때문에 기존의 학문 범주 안에서는 서울학이라는 복합·종합적 성격의 학문이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 특히 지역을 중심으로 해당지역의 학문을 종합하는 지역학에 대한 개념이 모호했던 1993년 당시의 국내에서는 더욱 그랬다. 그럼에도 1993년을 시작으로 서울학연구소는 정기적으로 서울학 관련 학술지를 발간(‘서울학연구’ 1년 4차례 발간)하고 지역학포럼, 서울학심포지엄 등 다양한 학술제를 주최하는 등 서울의 인문학, 건축학, 도시학 등 다양한 학문을 서울의 범주 안에서 종합하고 알리는 데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또한 교내에서도 우리대학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수도로 보는 동아시아사’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쉽게 말해, 서울학연구소는 도시 ‘서울’을 연구하는 우리대학의 대표적인 연구소이다.

▲ 우리대학 경농관에 위치한 서울학연구소 사무실이다.

서울학연구소, 지역학연구의 선두주자로 우뚝 서다

서울학이 국내의 유일한 지역학은 아니다. 2019년 현재, 국내의 각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학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서울학연구소와 서울학은 중요한 가교역할을 했다. 인천의 인천학, 부산의 부산학, 전주의 전주학 등 국내 지방학이 서울학연구소의 서울학을 벤치마킹해 탄생했으며 서울학연구소는 더 많은 지역의 지방학 연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이들 지역에 연구방법과 운영방식 등의 매뉴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학연구소는 2012년부터 매년 두 차례 타 지역과 지역학 포럼을 주최해 지역학과 관련한 노하우(know-how)를 전수·공유하고 있다. 2018년에 개소한 강원학연구센터의 설립과정에도 서울학연구소의 도움이 있었다.

 서울학연구소와 서울학의 지역학 연구 선두 지위는 국내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서울학연구는 베이징의 ‘북경학’과 도쿄의 ‘에도도쿄학’ 출현보다도 선행돼 이들의 탄생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베이징지역에 기반을 둔 북경학의 경우 서울학연구소와 서울학 개념의 정립에 자극을 받아 그로부터 4년 후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됐다. 이후로도 중국 측의 초청으로 서울학연구소 구성원 및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해 지역학 학술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2018년에는 우리대학과 북한의 평양과학기술대학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서울학연구소와 동아시아 수도 공동연구에 협의한 바 있다.

이처럼 국내를 넘어 동아시아의 지역학 연구 활성화를 돕고 있는 서울학연구소는 최근 들어 연구소 내의 중점연구소를 통해 ‘동아시아 각국 수도 연구’라는 주제를 설정하고 여타 동아시아지역과의 학술교류 지속과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 1993년 우리대학 서울학연구소 설립 당시 완성된 19세기 말 서울 모형이다. 현재 우리대학 법학관 1층에 전시돼 있다.

2019년 서울학연구소가 마주한 난제는?…“문제는 예산”

이제껏 각지의 지역학연구 활성화에 커다란 족적을 남겨온 서울학연구소이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서울학에 대한 선행연구가 부족했던 설립 당시부터 서울학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국내·외로 이를 전파하는 것은 불모지를 개척하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도전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2019년 현재에도 서울학연구소와 서울학연구는 난제를 마주하고 있다.

서울학연구 활성화의 가장 큰 문제는 다름 아닌 예산이다. 올해 서울학연구소에 편성된 예산은 1억 2천만 원이지만, 해당 예산으로 각종 학술지 발간, 학술제 개최, 서울학 관련 연구를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서울학연구와 관련된 연구(사료, 도서발간, 해외조사)가 서울학연구소 개소 초기인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집중돼 이루어졌으며 저조한 예산편성으로 최근에는 이전과 같은 활발한 연구에 지장을 받고 있다. 서울학연구소 박희용 수석연구원은 “중국 측 학술 교류 초청에 대한 답례로 이들에게 답방을 요청하고 싶지만 이들의 숙식을 제공할 비용이 없어 그러고 있지 못하다”며 예산저조 문제가 국외와의 학술교류에도 지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내비췄다.

그 밖에 예산편성 저조에 의한 인력부족도 문제이다. 현재 서울학연구소는 많은 연구 프로그램과 행사를 기획하고 있지만 연구의 실질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연구원은 단 두 명이다. 여기에 올해를 끝으로 현재 지원을 받아 유지되고 있는 서울학연구 중점연구소에 대한 지원이 끝나게 되면 연구소장과 연구원을 제외한 인력이 사라지게 돼 관련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서울학연구소와 서울학 어디로 나아가나

여전히 연구소 운영과 서울학연구에 있어 문제들이 산재해 있지만 600년 역사 서울의 다방면을 다루는 서울학 연구는 지속돼야 한다. 서울학보다 출발이 늦었던 북경학 등의 중국 지역학은 최근 들어 정기적으로 전 지역의 지역학 연구소 소장이 참가하는 학술제를 주최하는 등 지역문화의 교류와 공유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오랜 역사와 문화적 특색이 존재하는 서울학과 국내의 여러 지역학에도 이와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로 개소 25주년을 맞는 서울학연구소는 매년 주최하는 서울학심포지엄의 2019년 키워드를 경인선 개통 120주년으로 설정했다. 경인선 개통과 관련한 서울학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이번 심포지엄의 의의이다. 동시에 경인선의 한 축인 인천학과의 연계를 통해 국내에서의 지역학연구를 재활성화 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와 같은 방식의 지역 간 상호협력은 국내 지역학이 깊게 뿌리내리는 효과를 낼 뿐만 아니라 국외 지역학과 견줄 수 있는 경력 확보에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글·사진_ 성기태 기자 gitaeuhjin033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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