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신흥무관학교>

 
‘신흥무관학교’. 이 학교는 1919년 5월 3일 만주에 설립됐던 독립군 양성학교다.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사실 신흥무관학교의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에 국방부는 ‘신흥무관학교’라는 육군 창작 뮤지컬을 주최 및 주관했다. 젊은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뮤지컬은 그 당시 청춘이었던 독립투사들이 결코 쉽지 않은 그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 대해 담아냈다.

뮤지컬의 시작은 일본의 국권 피탈로 시작한다.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함으로써 주인공 ‘지청천’과 ‘동규’는 꿈을 잃는다. ‘지청천’은 일본이 조선의 군대를 해산시키자 ‘조선의 장군’이 될 수 없게 됐다. ‘동규’는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서는 꿈 꿔 왔던 ‘시인’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조선 젊은이들의 꿈을 빼앗았다.

또다른 주인공인 ‘팔도’는 원래 노비였다. 그러나 그는 독립군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 때 ‘팔도’는 “어느 날 세상에 던져져 ‘왜 태어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어느 날 세상을 떠날 때 내가 죽는 이유, 시간 그리고 장소를 선택할 거야”라고 노래한다. 그는 자신을 버리고 차별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다. ‘팔도’는 극 속 가상의 인물이지만 이 땅을 지킨 주역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이 땅, 한반도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사람들은 대개 상류계층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짓밟히던 민초(民草)들이었다. 민초들이 바로 이 반만년 역사의 나라를 지킨 주역인 것이다.

노골적인 일제의 국권 침탈에 이회영과 이상룡 등의 독립운동가들은 가산(家産)을 팔아 독립군 기지를 세우기 위해 만주로 망명한다. 그들은 만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세운다. 그 곳에서 각자의 이유로 신흥무관학교에 입학한 ‘동규’, ‘팔도’, ‘나팔’ 등은 서로에게 더욱 의지하며 같은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들의 꿈은 ‘대한의 독립’이다.

한편, 배재학당과 한국무관학교를 거쳐 일본에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군사인재인 ‘지청천’은 일본군을 탈출해 신흥무관학교로 향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던 중 그는 머뭇거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는 자신의 나약함을 “나 어느새 (일본의 근대적이고 편한 군 생활에) 익숙해 졌나, 나 어느새 주저앉았나. 빼앗긴 태양과 계절 그리고 슬픔. 나 어느새 망각했던가. 나 어느새 외면했던가”라고 질책한다.

그의 노래처럼 많은 독립투사들은 고민하고 괴로워했을 것이다. 나약해지는 자신과 사명을 감당해야 하는 자신 사이 그 괴리감 속에서 그들은 한없이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몇 명의 젊은이들은 그 곳에서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다른 젊은이들은 스스로를 모질게 채찍질했을 것이다. 더 나약해지지 않도록, 더 안일해지지 않도록. 그리고 그들은 그 고통스럽고 모진 길 앞에 다시 한 번 섰을 것이다. 극 속의 ‘지청천’의 노래가 “잊지 않겠다, 그날까지!”라고 끝나듯이 말이다.

‘지청천’이 오기 전에 주인공들을 훈련시키던 교관은 어느 날 ‘나의 차례다’라고 말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작별을 고한다. 그 날이 바로 그가 거사에 임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 때 그의 품에 안기는 ‘팔도’에게 교관은 ‘너의 차례가 오기 전에 독립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나의 후대는 일제의 치하 속에서 살지 않기를 바랐던 그 마음, 그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한 선조의 애국심일 것이다. 앞길이 보이지 않는 망국을 후대에게는 넘겨주지 않기 위한 그들의 눈물어린 노력. 그들의 차례에서 모든 고통을 끝내는 것이 그 노력의 목표였다.

공연의 마지막 즈음에 ‘대한 독립’이라는 같은 꿈을 꾸는 독립투사들은 다같이 노래한다. “죽어도 죽지 않는다”라는 노래 가사는 웅장한 멜로디와 어우러져 그들의 결연한 의지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노래는 침략자를 몰아내고 다시 서는 그 날까지 ‘죽어도 죽지 않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그들의 마음이 녹아 있다.
 
젊은 독립투사들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다른 시대의 젊은이보다 더욱 강인해야 했다. 나약해지는 스스로를 다잡아야 했고, 후대에게 이 고통을 전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했으며 앞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모국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했다. 뮤지컬에서 일본에 용감하게 대항해 싸우다가 쓰러지는 배우들을 볼 때마다 역사 속 독립투사들도 꼭 그렇게 이름도, 빛도 없이 쓰러졌을 것만 같았다.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는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없었던 국군 현역 장병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고, 회전무대·공중무대 등 다양한 무대 사용과 조명활용으로 더욱 실감나는 장면을 연출한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뚜렷하고, 무게감 있는 역사적 사건을 친근하고 유쾌한 스토리로 풀어낸 덕분에 그들과 함께 웃고, 슬퍼하고, 고민할 수 있었다. 젊은 독립투사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느껴보고 싶다면 뮤지컬 ‘신흥무관학교’에 입학해 보자.

 


박은혜 기자 ogdg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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