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사이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하늘이 울상이다. 미세먼지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의하면 지난 2월 28일부터 일주일 동안 수도권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하루도 빠짐없이 ‘나쁨(36~75㎍/m3)’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의 경우 무려 6일 내내 ‘매우나쁨(76㎍/m3이상)’을 기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최대 200㎍/m3을 웃도는 최악의 미세먼지가 하늘을 덮었다.

 
최악의 대기환경 속에서 문제개선을 위한 논의가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이러한 최악의 대기질을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뿌연 하늘이 ‘일상’이 돼 버린 우리사회. 곳곳에서 진통은 이미 시작됐다.

마스크부터 화장품까지… 미세먼지에 들썩이는 우리사회

최근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사회 곳곳에서 변화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일상에서의 마스크 착용이다. 폐 질환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정도로 유해한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대중에게 인식되면서 외출 시 먼지를 막아줄 수 있는 마스크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실제로 수도권에 연속으로 미세먼지저감조치가 내려졌던 5일(2월 28일~3월 4일) 동안 아성다이소에서는 마스크를 포함한 미세먼지 대비용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초미세먼지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할 수 있는 KF94, KF99 등 황사 마스크의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세먼지와의 동거가 불가피한 현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만이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보호법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마스크 수요량 뿐만이 아니다. 다른 상품의 수요도 늘고 있다. 피부에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를 깨끗하게 닦아낼 수 있는 클렌징 제품들이 시중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다양한 미세먼지 전용 화장품이 출시돼 유통되고 있다. 공기청정기 역시 수요가 증가했다. 최악의 미세먼지를 맞아 실내의 먼지를 제거하는 공기청정기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실내 공기정화의 중요성을 인식한 군(軍)에서도 모든 병영생활관에 공기청정기 6만 여대를 조기배치하기로 결정하는 등 대기환경이 악화되는 현 시점에서 공기청정기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 밖에 서울 관악구에서는 차량에서 나오는 먼지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도록 돕는 ‘미세먼지안심대기선’을 도입하는 등 일상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변화가 우리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맘부격차? 미세먼지가 드러낸 씁쓸한 단면

미세먼지로 인해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드러나기도 한다. 최근 각 가정에서 자녀를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부모의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맘부격차’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이 단적인 예다. 맘부격차는 엄마를 의미하는 영단어 ‘mom’에 ‘빈부격차’를 합친 말로 부모가 미세먼지로부터 자녀를 지키는 과정에 가정별 경제적 여건의 차이가 개입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표현하는 말이다. 실제로 서울 한 지역구의 ‘맘 카페’에서는 자녀가 청정한 공기를 마실수 있도록 괌으로 출국한다는 글이 올라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일도 있었다. 그 밖에 유모차에 공기청정기 설치, 국외로의 이민 등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이 자녀들의 미세먼지 대응에도 비교적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어 미세먼지가 우리사회의 빈부격차 문제를 드러내는 씁쓸한 현실이 나타나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큰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오는 2060년이 되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세계의 경제적 손실이 약 2조 6000억 달러(3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로 인해 의료비 지출은 증가하고 생산과 고용이 줄어들어 전체적인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환경의 악화가 미칠 사회적 파장에 우리사회와 시민들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성기태 기자_gitaeuhjin033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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