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신문
사회
안락사, 사회적 논의 더 필요해
한태영 기자  |  hanlove0207@uos.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3.1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최근 3년 간 한국인 2명이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택했으며 국제적으로 안락사를 돕는 단체인 디그니타스와 엑시트 인터내셔널에만 한국인 107명이 가입돼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에서는 안락사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연명치료를 포기하는 방식인 ‘연명의료결정법’만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현재 논란이 일고 있다. 대다수의 여론은 “개인의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죽음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등 한국에서도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인간 안락사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서울신문에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이 안락사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반대하는 입장은 약 11%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락사 허용하는 해외국가 많아

논란이 된 스위스의 안락사 방식은 의사조력죽음의 방식으로 의사의 처방이 있은 후 스스로 약을 복용하거나 주사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소극적 안락사 방법의 일환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의사의 치명적인 약 처방을 통해 삶을 마감하는 의사조력죽음이 허용되고 있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많은 지역에서 의사조력죽음은 허용되고 있다. 미국의 오리건, 워싱턴,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버몬트, 몬테나 등의 미국의 일부 주와 캐나다,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와 같은 국가가 대표적이다.

스위스의 경우 2006년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끝낼 것인지를 결정할 권리도 자기결정권’이라는 연방법원의 판결에 따라 안락사를 허용했다. 안락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상태에서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했다는 증명이 필요하다. 또한 안락사는 경찰관의 입회 하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약물 주사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스위스의 경우 유일하게 외국인의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락사를 허용한 타 국가들과 차이가 있다. 실제로 외국인의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을 통해 데이비드 구달 박사가 지난해 안락사를 선택한 사례가 있다.

한국의 경우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지만, 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하고 있다. 해당 법에 따르면 환자가 직접 쓴 연명의료계획서 또는 사전의향서가 있을 때 연명의료 결정이 가능하다. 사전에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의향서를 작성하지 못했을 경우 배우자, 부모 등 직계 존속 또는 자녀 등 직계 비속(모두 1촌 이내)의 진술로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연명의료 결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이 임박한 상태여야 한다. 또한 의사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 이에 점차 증상이 악화돼 수개월 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혈액 투석·항암제 투여·인공호흡기 착용 등의 의학적 도움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을 연장하는 조치를 중단하는 것만이 가능하다.

한국의 연명의료결정법은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조치가 없이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자연사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의사조력죽음의 방식을 통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스위스와는 다르다.

   
▲ 사진은 스위스의 안락사를 돕는 비영리 단체 디그니타스의 홈페이지이다. 2016년과 2018년 각각 1명의 한국인이 디그니타스의 도움을 받아 안락사를 실행하여 논란이 일었다. (출처:디그니타스 홈페이지 캡쳐)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 우선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장 정재우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피해를 끼치기 싫은 마음’이 인간이 안락사를 택하게 되는 이유라고 답했다.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순간 남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안락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희망이 없어진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지는 것을 사람들은 기피하고 그것이 안락사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으로 표현된다”라고 전했다.

정 교수는 이에 덧붙여 “개인의 죽음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공동체 전체의 일이기에 개인의 선택으로 삶을 마감하게 해서는 안 되며,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완화치료와 같은 좋은 돌봄의 여건과 체계를 만들어 안락사에 대한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를 통해 “타인으로부터 돌봄을 받는 것이 짐이라는 생각을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안전망이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경제적, 윤리적 문제 먼저 해결돼야

안락사를 둘러싼 여론들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안락사를 합법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안락사를 합법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순간적으로 선택한 안락사가 과연 올바른 선택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다. 절망에 빠져 우발적으로 선택한 안락사는 자살과 성격이 비슷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안락사를 합법화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상담과 시간을 두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안락사가 살인방조의 성격을 보일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아무리 죽음이 가까이 왔을지라도 환자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에 이를 도와주는 의사가 살인방조 행위를 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실제로 현재 의사가 환자의 적극적 안락사에 협조할 경우 자살방조죄로 적용돼 1년 이상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2014년에는 “설사 내일 죽는 사람, 사형수라고 할지라도 오늘 죽이면 살인”이라고 판시한 판결이 있어, 사람의 목숨과 관련된 안락사 또한 이런 판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안락사를 선택하게 되는 이유로 경제적 이유가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안락사의 합법화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문제다. 환자가 순전히 경제적 이유로 안락사를 택한다면, 그것은 환자 스스로의 의지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7년에는 의사가 환자의 퇴원을 허락한 뒤 산소 호흡기를 떼어내자 환자가 5분만에 사망한 일명 보라매 사건이 있었다. 2008년에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하며 소송을 한 김 할머니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많은 사건을 거치며 존엄사(연명의료결정법)문제가 여러 번 공론화 된 것처럼 안락사에 대한 논의도 충분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인간의 안락사와 관련해 더 많은 전문가와 시민들 간의 공론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태영 기자 hanlove0207@uos.ac.kr
 

<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조형관 추락사고 발생… 학생 1명 중태
2
처음 뵙겠습니다. 블랙홀입니다.
3
교원 121명에 직급보조비 부당지급
4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우리대학 기숙사
5
음악학과 내 불협화음, '악습'과 학과 특수성 그 사이
6
일부 외부인 교내 부적절한 행동… 학생들 ‘골머리’
7
일일 주차권 제외된 학부생, 요금 부담으로 울상
8
안락사, 사회적 논의 더 필요해
9
미래융합관, 2022년 준공 예정
10
우리 삶에 깊게 스며든 지하철 2호선
사진기사 
10년 만에 두 학기 연속 전체학생총회 성사

10년 만에 두 학기 연속 전체학생총회 성사

지난 4일 2019학년도 2학기 전체학생총회(이하 총회)가 대강당에서 열...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30-743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서울시립대로 163 미디어관 3층 대학신문사
휴대전화 : 010-2509-4012(편집국장)  |  전화 : 02-6490-2494  |  FAX : 02-6490-2492
Copyright © 2013 서울시립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