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 주변에서 62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성바오로병원이 22일 문을 닫는다. 병원을 운영하는 가톨릭대 가톨릭중앙의료원이 다음달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 부근에 새 병원을 열면서 성바오로병원은 폐원하기로 결정했다. 22일 진료 업무를 공식적으로 마감하면 다음 달 1일 은평구 진관동에 있는 최신식 병원에서 진료를 다시 시작한다. 청량리 주민 A씨(62)는 “동네주민들에게 신뢰를 받는 병원이었다. 폐원한다고 하니 많이 아쉽다”고 전했다.
성바오로병원 부지는 중소형 부동산개발업체 STS가 인수해 오피스텔과 상가 등 종합복합건물이 신축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주)한양은 이번 달 6일에 서울시 동대문구 동부청과시장을 재개발하는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가칭)’를 분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분당선 청량리역 건설, GTX, 면목선 등 변화의 바람이 청량리로 불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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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의 청량리

청량리 일대는 조선시대 한성부 동부 인창방 동소문외계에 포함돼 있었고, 1911년 4월 1일 5부8면제에 의해 경성부 인창면 관할에 포함됐다. 이후 1914년 지방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경성부의 면적이 축소됐다. 이 때 청량리 일대는 경기도에 편입돼 경기도 고양군 승인면에 속하게 됐다. 1936년에는 경성부의 구역 확장에 따라 승인면 중 일부가 경성부에 편입됐다. 후에 1943년 4월 구제도가 실시됨에 따라 동대문구에 속하게 됐다.

조선시대의 청량리 일대는 농사짓기에 적합한 환경이었기 때문에 왕실 소유의 토지인 적전(藉田)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후 일제강점기 초기인 1910년부터 1935년 동안 조선총독부는 한반도로 이주한 일본인의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정책적으로 관사(館舍)를 건설하도록 권장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청량리 철도관사는 1936년 중앙선 철도가 부설됨에 따라 청량리역 주변 지역을 대규모 필지로 구획하고 철도국 관리의 등급별 표준설계도를 적용해 공급된 주택이다. 이는 청량리 일대 최초로 등장한 근대 도시주거지다.

일제강점기 말기인 1936년부터 1945년에 ‘조선시가지계획령’ 제정 이후 인구증가로 인해 도시가 확장되면서 1936년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교외주거지를 계획했다. 청량리지구도 이 중 하나다. 청량리지구는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인해 주거지로 조성된 후, 그 곳에 도시한옥 유형의 주택이 집단적으로 건설됐다. 도시한옥은 전통 한옥 중 근대도시의 조건과 요구에 대응해 출현한 도시주거유형을 말한다. 관사가 일본인 관료들을 위한 주거였다면 도시한옥은 조선인을 위한 도시 주거로 건설됐다. 조선인 거주민이 많았던 청량리지구에는 도시한옥이 주로 건설됐다.

▲ 정면에서 바라본 성바오로병원이다.

근현대의 청량리

해방과 전쟁 이후 심각한 주택난으로 공공기관 주도 사회복지차원에서 주택을 건설·공급하게 된다. 대한주택영단, 산업은행 및 서울시 등 여러 공공단체, 금융기관, 구호단체 등에서 주택을 지어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주택들은 형태 및 자금의 출처 그리고 목적에 따라 재건주택, 부흥주택, 국민주택, 외인주택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이 때 청량리 일대에 서울시가 1955년에 24호, 대한주택영단이 1957년에 283호의 부흥주택을 건설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급했다. 부흥주택이란 국채발행기금 또는 주택자금 융자에 의해 건설돼 국민에게 분양 및 임대되는 주택을 뜻한다.

1960~1970년대 초, 주택난을 해결하고자 공공과 민간에서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여러 유형의 아파트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청량리 일대는 이런 다양한 아파트 유형의 대상지가 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서울시에서 건설한 ‘전농지구, 월곡지구 시민아파트’, 민간건설업체에서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호화주택인 ‘홍파맨션아파트’가 건설됐다. 또한 민간주도의 대단위 고층 아파트 건설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는 1972년 주택건설촉진법과 1976년 아파트지구도입 등 주택공급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로 인해 1978년 민간건설업체에 의해 1,089세대에 이르는 대단위 청량리 ‘미주아파트단지’가 건설됐다.

1990년대 접어들면서 서울시는 강북의 도시개발 및 시설설치를 억제해 왔던 강남·북 차등시책을 완화하기 위한 ‘강남·강북 균형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청량리 일대가 서울의 부도심 공간으로 처음 거론돼 지리적 위상이 높아지게 됐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진행됐고, 청량리 일대에는 재래시장 활성화사업에 의해 ‘현대코아 주상복합’이 건설됐다. 뿐만 아니라 시범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돼 대형 주상복합 형태로 변화될 계획이 발표됐고, 청량리역의 동쪽 주거지 일대는 답십리·전농 뉴타운으로 지정됐다.

청량리 일대는 서울의 집단주거지 조성에 활용됐던 모든 정책에 영향을 받은 곳이다. 주거공간을 유지한 채 변용의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역사도시 ‘서울’을 읽을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 청량리 4구역의 거주민과 롯데건설 간의 마찰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청량리의 현재

청량리는 오래된 건물이 많고 인근 지역 개발이 더뎌 청량리역 역세권 주변 신규 아파트 분양이 10년 넘게 중단됐었다. 그러나 현재 청량리는 강북권의 교통 중심지로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고 있는 중이다. 지하철 1호선, 경의중앙선, 경원선, 분당선, 경춘선, KTX 경강선 등이 청량리역 노선으로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덧붙여 다른 지역보다 땅값이 싸 재개발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답십리·전농 뉴타운으로 지정됐던 전농 8, 12구역은 최근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서 징구(徵求)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동대문구 전농동 204 일대에 위치한 전농 8구역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주민총회를 개최한 뒤 올해 1월부터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 현재 동의서는 50%가량 접수된 상태다. 같은 뉴타운 안에 위치한 전농 12구역도 지난해 말 추진위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조합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정문에 위치한 시립대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청량리 3,4구역은 개발구역으로 지정돼 ‘관리처분계획 인가’ 단계로 사업이 시행 중이다. 이에 더해 9구역과 10구역은 개발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구역 지정은 돼 있지 않다”고 현재 청량리 재개발 상황에 대해 전했다.

옛 수상시장 일대였던 청량리 3구역은 효성중공업과 진흥기업이 40층의 주거복합단지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를 지어 이번 달에 동시분양을 할 예정이다. 성매매 업소가 모여 있던 ‘청량리 588’은 청량리 4구역으로 지정돼 롯데건설이 재개발할 예정이다. 롯데건설은 이곳에 지역 최고층 주거복합 단지인 ‘롯데캐슬 SKY-L65’를 공급할 계획이다. ㈜한양은 청량리 4구역 바로 옆 동부청과시장 부지에 주상복합 ‘청량리 동부청과 한양수자인(가칭)’을 분양할 예정이다. 롯데건설과 ㈜한양은 이번 달 안으로 분양을 계획 중이지만 청량리 4구역의 경우 거주민과 시공사 간의 마찰이 이어지고 있어 일정을 늦출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재 청량리는 강남권 접근성을 한층 높인 교통 집결지일 뿐만 아니라 각종 상업시설과 병원 등 우수한 주거 인프라, 특화 커뮤니티 시설이 구비돼 있다. 청량리역에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등이 자리하고 홈플러스, 청량리시장, 경동시장, 동대문구청, 성심병원 등 기반시설도 마련돼 있다. 또한 인근에서 초·중·고는 물론 대학 진학까지 가능하다.

청량리의 미래

청량리는 앞으로도 교통요충지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예정이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 B·C노선, 면목선 등이 청량리를 지나가는 등 향후 총 9개의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강북의 ‘교통허브’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외에도 양천구 목동에서 시작해 동대문구 청량리까지 이어지는 강북횡단 경전철 등의 추진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립대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앞으로 GTX 3개의 철도 중 2개가 바로 이 앞으로 들어오고, 면목선도 2022년경에 청량리 일대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관계자는 “청량리는 교통의 발전과 발 맞춰 고층 아파트 건설 등이 계획돼 있고 추가 정비사업도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청량리의 전망은 밝다”고 밝혔다.

 

참고:  조상은, 「청량리 일대 근·현대 도시주거지의 형성과정 연구」, 2013.


글·사진_ 박은혜 ogdg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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