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드는 것보다 치우는 게 더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요. 난센스 퀴즈 같은 이 질문의 답은 바로 핵입니다. 무기로 쓰이든, 에너지로 쓰이든 쓰고 남은 방사성 물질을 치우는 데에는 많은 돈과 시간, 토지 등이 필요합니다. 방사성 물질의 방사성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야 약해지기 때문이죠. 또한 매우 유독하기 때문에 절대 사람에게 닿지 않도록 여러 절차를 거쳐 처리해야 합니다. 따라서 핵 시설 하나를 해체하는데 어마어마한 비용이 듭니다. 정부에서는 고리 1호기의 해체 비용을 약 6,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까다롭고 복잡한 핵시설 해체

북한의 핵시설에는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천연 우라늄에서 필요한 우라늄을 추출하기 위한 우라늄 농축시설, 원자력 발전소, 핵분열 과정에서 만들어진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재처리 시설 등이 있습니다. 이런 시설들을 폐기하려면 우선 제염작업을 해야 합니다. 해체 작업에서 각 시설에 묻어 있는 방사성 물질을 제거해야 하는데 제염을 통해 방사성 물질을 벗겨냅니다. 이때 방사성 물질이 물리적으로 달라붙어 있는지, 화학적으로 고착돼 있는지에 따라서 제염 방법이 달라집니다. 단지 물리적으로만 달라붙어 있을 뿐이라면 강한 열과 압력으로 제거할 수 있지만, 화학적으로 고착돼 있다면 그 부분을 녹여 없애야 합니다.

북한의 원자력 발전소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플루토늄이 더 많이 만들어지는 흑연 감속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흑연 감속로란 핵분열의 속도를 조절하는데 흑연을 쓰는 원자로를 말하는데요, 흑연은 해체 중에 쉽게 가루가 날리고 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원자로에 비해 해체 시 큰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영국과 같은 경우는 기술이 완벽하게 발전할 때까지 기다리는 지연해체 방법을 사용합니다. 또한 지연해체를 하면 지연을 한 기간 동안 내부의 방사능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연해체는 언제든 원전을 다시 돌릴 수 있는 상태로 남겨두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재처리시설은 가장 해체하기 어려운 시설 중 하나입니다. 사용하고 남은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 내는 과정에서 많은 화학물질들이 사용됩니다. 이런 화학물질들이 닿는 배관이나 수조 같은 곳에 방사능 물질이 고착되기 때문에 녹여 없애는데 많은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재처리시설의 해체에 드는 비용은 약1조5천억 원으로 5MWe 원자로 1대에 비해서 9배에 달하는 비용입니다.
또한 북한 같은 경우에는 핵무기의 해체도 필요합니다. 핵무기를 해체하면 고농축 우라늄이 나오는데 이 또한 심각한 핵폐기물입니다. 다만 고농축 우라늄을 저농축 우라늄으로 바꿔 원자력 발전 따위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소련이 핵을 감축할 때 자신들의 핵무기에 있던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에 핵연료로 판 적이 있지요.

핵시설이 낳은 위협, 방사능 폐기물

핵 시설을 해체하는 것만으로 처리 과정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해체할 때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 또한 문제입니다. 방사성 폐기물은 위험성에 따라 종류가 나뉩니다. 첫 번째는 사용 후 핵연료와 같이 방사성이 매우 높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고 두 번째는 작업 후 나오는 용품과 같이 방사성이 적은 저준위 방사선 폐기물입니다.

대부분의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땅에 묻는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하지만 방사성 폐기물은 묻을 부지를 선정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이 주변에 없어야 하고 방사성 물질이 용해될 수 있는 지하수도 없어야 하죠. 또한 유출될 수 있는 조금의 가능성 때문에 주변에 큰 도시도 없어야 합니다. 그 때문에 간혹 방사성이 아주 낮은 폐기물은 바다에 버리거나 일반 쓰레기와 같이 매립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준위 폐기물은 현재로서는 별다른 답이 없습니다. 방사능이 너무 높아서 몇만 년이나 지나야 안전한 수준으로 방사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류가 만든 인공 구조물 중 가장 오래 유지된 것도 5000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몇만 년 뒤에도 방사성 물질 누출을 막을 구조물을 만들기는 매우 힘들죠. 따라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고준위 폐기물을 수조에 담아서 보관만 하고 있습니다. 현재 나온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는 유리 속에 방사성 물질을 담아서 몇만 년 동안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법한 땅속 아주 깊은 곳에 묻어 놓는 방법이 있습니다. 핀란드에서 건설 중인 온칼로가 그 예입니다. 몇 만 년 사이 문명이 퇴행할 것을 대비해 입구에 수십 가지 언어로 경고문을 붙여 두고 섬뜩한 조형물로 지상을 뒤덮는 등의 대비를 했죠.

방사능을 이용해 무기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그것의 사용여부와 상관없이 인류에게 손실이 됩니다. 무기를 없앤다 하더라도, 남아있는 방사능 물질은 미래의 인류에게까지 위협이 될 것입니다.


최강록 기자 rkdfhr123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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