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었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달라….” 그 발언은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에게는 통쾌한 한 마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과 그 지지자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 발언 이후 본회의장은 여당 의원들의 항의와 이에 반발한 야당 의원들의 고성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하지만, 고성 속에서도 빛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문희상 국회의장의 발언이다. “말이 안 되는 소리라도 경청해서 듣고, 그 속에 가장 옳은 소리가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국민이 주권을 가지고 이를 행사하는 국가 통치 체제’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인간 존엄과 표현의 자유 등 민주주의의 운영 원리를 포괄하는 하나의 이념이기도 하다. 문 의장의 말은 이에 기초해 건강한 정치를 위해서는 사상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 모두에게 필요한 정신이다. 특히, 정보화시대에 들어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여론 형성이 가능해진 오늘날에는 더욱 그렇다. 최근 들어 SNS를 통한 혐오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인터넷에 나온 혐오 발언은 정당한 비판을 받고 사라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혐오표현이 지지를 받거나, 반대로 혐오표현에 혐오로 대응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끝없이 반복되는 혐오표현은 서로 간의 갈등의 골을 넓히고 있다.

혐오표현이 나날이 늘어가고, 서로가 반목하는 이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선, 혐오를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은 언론이 여론의 참여자라는 점에서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또한,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언론은 자신이 가진 정당한 주장으로 타인을 설득할 수 있다. 정당하지 못한 주장을 했을 때는 사과해야 한다. 물론, 그 속에 담긴 정당함의 기준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문 의장이 말한 ‘소통의 정신’이다.

우리는 문 의장의 ‘소통’을 제도화하고자 한다. 빠른 시일 내로 여론 면에 독자 투고란이 신설돼 신문사의 의견과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담는 장소가 만들어질 것이다. 우리는 독자 투고란이 신문을 학우 간 소통의 도구로 탈바꿈시키리라 믿는다. 또한, 이를 통해 언론을 포함한 여론 모두에게 경청하는 자세, 올바른 비판이 정착될 수 있었으면 한다.


이정혁 기자 coconutchips01@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