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신문
문화
‘서울책보고’에서 책 보고 가자!
한승찬 기자  |  hsc703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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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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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헌책방’ 하면 머릿속으로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는가? 온 사방에 오래된 책이 가득하고, 방 한쪽에 그곳에 있는 책들만큼 나이드신 어르신이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그려질 것이다. 가지런히 정리된 서가와 넓은 통로를 확보하고 있는 대형서점이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 헌책방은 책을 읽거나 사기에 그리 편한 공간은 아닐 것이다. 헌책방은 보통 책 한 권을 빼면 무너질 것 같은 책의 탑들이 분류도 되지 않은 채 있으며, 책을 읽기 위한 공간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책방은 일반 서점과 다른 특별한 매력이 있다. 헌책방에서는 품절되거나 절판된 서적이나 유명한 책의 역사적인 초판본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헌책방은 책들의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러한 헌책방의 매력을 잘 알지 못해 전국 곳곳의 헌책방이 문을 닫고 있다. 예컨대 1960년대~1970년대 100여 곳에 달했던 서울의 청계천 헌책방은 현재 20여 곳으로 급감해 명맥만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헌책방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서울시가 나섰다. 서울시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서울 곳곳의 헌책방들과 제휴해 신개념 헌책방 ‘서울책보고’를 만들었다. 지난 3월 27일 문을 연 서울책보고는 헌책방의 책들을 위탁 판매해 헌책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동시에 시민들에게 독립출판, 문화 강연 등의 문화체험 활동을 선사하는 문화공간이다.

서울책보고 탐방기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서울책보고는 신천유수지 부지의 일부에 자리 잡고 있다. 서울책보고 사업을 담당하는 서울도서관 지식문화과 문지선 담당자는 “서울책보고가 있는 건물은 과거 한 유통업체의 창고 건물이었는데, 업체에서 사용한 후 방치돼 있다가 이번에 리모델링을 거쳐 헌책방을 개관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행히 창고가 위치한 땅이 시유지(市有地)였기 때문에 단장하는 데 비교적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신천동이라는 낯선 지명 때문에 이곳에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왜냐하면 바로 옆에 2호선 잠실나루역이 있기 때문이다. 잠실나루역 1번 출구로 나와 2분만 걸어가면 ‘서울책보고’라고 써진 큼지막한 간판이 보인다. 이곳을 처음 찾은 기자도 처음엔 잘 찾아갈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길을 헤맬 이유가 없었다.

책방 입구에 들어서니, 근사한 내부와 함께 신기한 모양의 서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치 줄지어 있는 서가에 구불구불한 모양의 애벌레가 지나간 흔적 같은 모습이었다. 널찍한 통로 확보와 신선한 디자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듯했다. 서울책보고 서가는 일반 서점의 서가와 다른 점이 있다. 일반 서점의 책들은 보통 주제별로 분류돼 있다. 예를 들어 역사 관련 서적 따로, 철학 관련 서적 따로, 과학 관련 서적이 따로 배치돼 있는 것이다. 서울책보고의 서가는 주제가 아닌 책방별로 배치돼 있다. 예컨대 1번 서가는 ▲▲서림, 2번 서가는 ○○책방과 같이 책들이 비치돼 있다.

서울책보고의 서가 배치가 이러한 모습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서울책보고에서 서적을 판매해 수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책방 주인들에게 수익이 가기 때문이다. 문지선 담당자는 “서울시 소재 헌책방 및 전국책방협동조합에 가입한 헌책방들 중 참여를 희망한 25개 헌책방이 각각 서적을 판매하는 것”이라 밝혔다. 다행히 서울책보고에 입점을 희망하는 헌책방 모두가 입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울러 서적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을 헌책방의 재량에 맡겨 서적 판매의 자율성을 보장했다. 다만 서적 판매 수입 중 카드수수료 및 위탁수수료 10%가 제해진다고 한다.

1,465㎡(443평)의 공간에 도합 13만 권의 책이 있는 서울책보고는 헌책방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그대로 뽐내고 있었다. 우선 박물관에 있을 만한 책들이 서가에 꽂혀 있었다. 기자 또한 서가를 둘러보던 중 ‘보물’을 찾아냈다. 바로 1978년 9월에 출간된 문학 계간지 『창작과비평』 제49호를 찾은 것이다. 이 책이 보다 특별한 이유는 이 책에서 제주도 현대사의 아픔 ‘4.3 사건’을 다룬 중편 소설 「순이 삼촌」이 세상에 처음 발표됐기 때문이다. 4.3 사건을 최초로 다룬 이 소설은 유신 정권 시기에 발표돼 글쓴이 현기영이 고문을 당하고 당국에 의해 검열돼 금서 조치가 된 바 있다. 이 밖에도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정부 간행물이나 외국 원서, 품절됐거나 절판된 서적들이 서가에 자리하고 있었다.

헌책방의 또 다른 매력은 이러한 양질의 서적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는 위의 『창작과비평』을 포함해 3권의 책을 9,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구매할 수 있었다. 실제로 책들의 가격들을 보면 대부분 5,000원 이내의 가격이 많았고, 화보집이나 양장본 서적과 같은 크고 두꺼운 책들도 2만 원 이내로 구매할 수 있었다. 좋은 책들을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책보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 특이한 디자인이 인상깊은 서울책보고의 서가
   
▲ 서울책보고 내의 전시 공간
   
▲ 전시 서적 중 재야 운동가인 장준하 선생이 발간한 월간 '사상계'이다.

서울책보고의 또 다른 매력을 찾아

서울책보고에는 헌책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가 반대편에는 더욱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먼저 서울책보고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귀한 책들을 전시해 놓는 공간이 있다. 유명한 책들의 초판본부터 1970년대 체신부(현재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행한 전화번호부, 할아버지 · 할머니 세대가 사용했을 법한 교과서 등이 전시돼 있었다. 특히 흥미를 끄는 것은 옛날 교과서였다. 전시품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손으로 책장을 넘기며 관람할 수 있었는데, 제일 오래된 것은 1955년에 발행한 것이었다. 전쟁을 겪은 직후였기 때문에 요즘 신문지보다도 질이 좋지 않은 종이에 흑백으로 인쇄된 교과서에는 당시 학생들의 필기와 낙서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서울책보고 측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는 전시 중인 희귀 서적들도 시중에 판매할 계획이다.

한편 귀한 책들이 전시돼 있는 곳 옆으로는 독립출판물들이 놓여 있었다. 독립출판이란 대형 출판사를 통한 통상적인 책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이나 소수 그룹이 기획, 편집, 인쇄, 제본해서 책을 출판하는 것을 말한다. 독립출판물은 대개 개인이 운영하는 독립서점에서 판매되는데, 서울책보고에서는 독립출판의 활성화를 위해 서울 곳곳의 독립서점을 홍보함과 동시에 독립출판물을 비치해두고 있다. 독립출판물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영수증 발급에 사용되는 ‘감열지(感熱紙)’에 인쇄한 만화였다. 그 밖에도 흥미로운 표지 디자인과 제목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독립출판물이 많았다.

서울책보고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과 강연할 수 있는 공간 또한 마련돼 있다. 서울책보고 측에서는 이곳에서 여러 가지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중 ‘책처방 프로그램: 책을 처방해 드립니다’라는 특이한 이름의 프로그램이 있었다. 책처방 프로그램은 어떤 책이 자신에게 맞는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작가나 ‘북 큐레이터’가 책을 추천해주는 프로그램으로 매월 둘째, 넷째 주 화요일마다 열린다. 신청은 서울책보고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진행한다.

서울책보고, 서적 비치 방식은 아쉬워

개관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서울책보고는 서울의 명소가 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서울책보고를 찾고 있는데, 일반 서점과 다른 서울책보고의 방식에 신선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특히 주제별로 분류돼 있지 않은 서가의 서적 비치 방식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13만여 권의 방대한 장서 수로 인해, 구하고자 하는 책을 빠르게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서적 목록을 전산화해 컴퓨터로 검색할 수 있었지만, 책의 정확한 위치를 찾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실제로 서울책보고 홈페이지에는 도서 분류가 거의 돼 있지 않아 책을 찾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는 목소리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헌책방의 이러한 서적 비치 방식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슬기롭게 해결한다면 서울책보고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곳을 찾는 사람들 또한 단순히 원하는 책만 빠르게 사고 가는 것이 아닌 ‘서울책보고(寶庫)’ 라는 이름에 걸맞게 보물을 찾는 느낌으로 여유를 갖고 책을 찾는다면 더욱더 재밌는 경험이 될 것이다.


글·사진_ 한승찬 기자 hsc703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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