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 시내로 산불이 번지고 있다. 4일 오후 7시 17분에 시작된 산불은 빠른 재난 대응으로 인명 피해를 최소화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처: 강릉산림항공관리소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잊을 수 없는 큰 재난을 경험했다. 제주를 향하던 세월호는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고, 승객 304명이 실종 또는 사망(미수습자 5명)했다. 당시 국가의 재난대응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빠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리고 5년이 흐른 최근 속초에서는 큰 산불이 났다.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의 다수의 평가는 빠른 대응을 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했다는 것이었다. 5년 전의 사건과 최근의 사건의 큰 차이는 무엇일까. 5년간 변한 우리나라의 재난대응시스템에 대해 알아봤다.

세월호, 안전점검·정부대처에 문제점 있어

세월호의 침몰 원인으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는 안전점검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세월호의 안전점검표에는 세월호의 상황이 제대로 기록돼 있지 않았다. 세월호의 안전점검표에 따르면 침몰 당일 세월호는 차량 150대·화물 657톤을 실었다고 기록돼 있지만, 실제로 실린 화물의 양을 조사해본 결과 차량 180대·화물 1,157톤으로 안전점검표 상의 화물보다 과도한 화물을 적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화물 과적은 세월호가 복원력을 잃은 핵심 원인중 하나로 작용했고, 결국 세월호는 중심을 잃고 침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안전 점검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세월호의 피해를 더 키운 원인으로는 정부의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점과 구조 작업의 진행이 매우 느렸다는 점이 있다. 사건 직후 설립된 중앙재난대책본부의 경우 사고 현장의 상황을 잘못 파악하고 수차례 잘못된 정보를 알렸다. 이런 점은 오히려 유가족들의 절망감만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피해자를 구조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각 분야의 구조 전문가들이 적재적소의 시간에 투입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

우리대학 소방방재학과 윤명오 교수는 “세월호 구조과정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적재적소에 투입되지 못해 대기하는 시간이 길었다”며 재난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음을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6월 발생한 “태국 동굴 소년 사건의 경우 정부가 구조의 어려움과 구조 기간이 장기적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려줌으로써 피해 가족에게 미리 심적 대비를 하게 한 반면, 세월호의 경우 수차례 피해 관련 정보가 잘못 전달되며 유족들의 절망감만 키웠다”라고 답하며 제대로 된 피해사실이 빠르게 알려지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당시 하나의 대책본부가 제대로 구성되지 못한 점도 문제였다. 교육부,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 등이 각자의 대책본부를 구성하며, 당시 대책본부의 개수가 10개에 달했다. 후에 통일된 재난대책본부를 세우고자 했으나, 통일된 대책본부가 사라지거나 책임자가 변하는 등의 혼란을 빚어 재난 대응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행정상 대처는 세월호 사건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구조장비를 투입하지 못했으며, 바지선과 같은 필요한 구조물이 빠르게 설치되지 못해 인명구조에 어려움을 겪는 결과를 초래했다.

 
속초 산불, 빠른 대응·최소화한 인명피해

이번 속초 화재에서 이전의 세월호 사건 때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정부의 빠른 대응이었다. 한국전력의 분석에 의하면 속초 화재는 4일 오후 7시 17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주유소 인근 전압기의 개폐기에서 화재가 시작됐다. 그리고 이에 대처하여 정부에서는 화재 발생 21분 뒤인 7시 38분에 소방 대응 단계 1단계를 발령했으며 화재 발생 약 1시간 뒤에는 소방 대응 단계 2단계, 오후 9시 44분에는 전국적 사고 수준을 뜻하는 소방 대응 단계 3단계로 격상했다. 이처럼 정부는 화재가 발생한지 2시간 반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빠르게 소방등급을 격상하며 화재의 발산을 막고자 했다.
이에 따라 소방차 820여대와 소방헬기 51대가 동원돼 5일 오전 8시 15분경 고성 산불의 주불을 잡을 수 있었다. 5일 오후 4시 54분을 기해선 강릉·동해 지역 산불 진화에 성공했다. 윤 교수는 “화재 당시 강풍이 불어 화재가 빨리 번지고 있었는데, 정부가 이에 대처하여 빠르게 대응했다”며 정부의 빠른 대처가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역설했다.

이와 같은 대응이 가능했던 이유로 세월호 사건 이후의 시스템 변화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6월 소방청이 독립했다. 이에 소방청장은 국가적 차원에서 소방활동 수행이 필요로 될 때 각 시도지사에게 소방력을 동원할 것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세월호 사건 당시 지방자치단체장이 개별적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지휘하면서 실질적으로 사건을 책임지던 해경과 협력이 잘 안돼 대응이 늦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였다.

또한 이번 화재에서 ‘재난관리 영상회의’의 기능도 큰 역할을 했다. 정부는 지난 10월 재난 유형별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을 만들었다. 매뉴얼에 따르면 중대재난 발생 시 국가안보실의 역할을 명확히 해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참여하는 '재난관리 영상회의'를 재난 초기상황부터 운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난관리 영상회의는 이번 속초화재 때 실제로 활용됐다.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 재난안전관리본부, 산림청, 소방청, 국방부,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 속초시청 상황실이 참여해 신속하게 상황을 전달할 수 있었다.

정부의 사후처리 또한 빨랐다. 정부는 6일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강원도 5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빠른 사후처리를 약속했다.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게 되면 주민들의 생계 안정 비용 및 복구에 필요한 행정·재정·금융·의료비용 등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정부의 빠른 사후처리로 재난 피해주민들이 빠르게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이런 정부의 대처로 물적 피해까지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에 비해 인명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재난에 대비하는 방식에는 아직 아쉬운 점이 남아있다. 제천 복합건물 화재, 밀양 세종병원 화재와 같은 사건에서 보듯 가연성 내·외장재의 이용이나 스프링클러 미비 등 아직 복합건물들의 경우에는 안전대책이 잘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앞으로는 이런 우리 일상생활과 인접한 시설까지도 모두 재난대응에 대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난대응시스템은 세월호라는 큰 재난을 맞이한 이후 많은 변화를 거쳤다. 그 결과로 강원도에서 발생한 큰 산불화재를 성공적으로 진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복합건물과 같은 우리의 일상과 인접한 시설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재난 대응에 있어서 더 많은 대비가 필요하다.


한태영 기자 hanlove02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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