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10일 블랙홀이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많은 과학자가 추측했던 모습과 거의 유사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하지 않나요? 빛조차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블랙홀인데 어떻게 그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요?

너무 질량이 큰 나머지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천체에 대한 생각은 18세기부터 있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1916년 카를 슈바르츠실트가 일반상대성 이론을 이용하여 상상만 하고 있던 블랙홀을 수식으로 정리합니다. 이후 후대의 학자들이 수식의 의미를 해석하고 발전시켜 현재 과학자들은 블랙홀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죠.

블랙홀이란 모든 질량이 한 점에 모여 있는 천체를 말합니다. 지구 또한 주사위 정도의 크기로 압축시키면 블랙홀이 될 수 있죠. 어떤 천체든 특정 크기보다 작아지면 한 점으로 붕괴하여 스스로 블랙홀이 됩니다. 이 크기를 ‘슈바르츠실트 반경’이라고 합니다. 이 반경은 질량에 비례합니다. 질량이 클수록 슈바르츠실트 반경도 크고 압축되기도 쉽기 때문에 보통은 질량이 아주 큰 천체만 블랙홀이 됩니다.

다시 생각하면 블랙홀의 슈바르츠실트 반경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 어떤 물질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블랙홀의 일부분이 될겁니다. 빛조차도 들어만 갈 수 있고 나오지는 못하는 지점, 이 지점을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서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우선 빨려 들어가는 물체는 아주 길게 늘어지게 됩니다. 어떤 행성이 있을 때 그 행성에 가까이 갈수록 중력은 커집니다. 블랙홀에서는 중력이 너무나 커서 조금만 가까이 들어가도 중력이 크게 달라지죠. 따라서 물체가 들어갈 때 물체의 아래에 받는 중력이 훨씬 커져서 아래쪽이 더 빨리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따라서 국수처럼 물체가 길게 늘어나게 되는 겁니다.

또한 이 지점 근처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극도로 휘어지게 됩니다.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질량을 갖는 물체는 시공간을 휘게 합니다. 블랙홀 근처에서 시공간이 얼마나 휘는지 사건의 지평선에서는 시간조차 멈추게 됩니다.

▲ 캡셔: 처녀자리A의 블랙홀. 왼쪽은 컴퓨터로 계산한 예측도이고 오른쪽은 실제 관측사진이다. 두 사진이 아주 비슷해 보인다. 이 블랙홀은 처녀자리A(M87)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로 태양보다 65억배 무거우며 지구와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출처: Event Horizon Telescop)

블랙홀은 지금까지 많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관측돼 왔습니다. 첫 번째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천체에서 나오는 X선을 관측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행성은 길쭉하게 늘어지며 블랙홀 주위를 원반처럼 감싸게 됩니다. 이때 원반의 회전 속도가 너무나도 빠른 나머지 강력한 X선을 내뿜게 됩니다. 이 X선을 관측하여 블랙홀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중력파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2015년 중력파 관측에 성공한 LIGO 실험이 바로 이 블랙홀의 중력파를 관측하는 것이었죠.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할 때 엄청난 양의 중력파가 튀어나오게 됩니다. 이 중력파를 관측해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했음을 알아냈습니다. 또한 그 정도의 중력파는 이론적으로 블랙홀이 아니라면 낼 수 없기 때문에 블랙홀의 존재도 알아냈습니다.

위에 설명한 것 이외에도 블랙홀을 관측하는 간접적인 방법은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직접적으로 관측한 경우는 없었죠. 하지만 이번에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 이하EHT)’을 이용하여 블랙홀을 직접적으로 관측하였습니다. EHT는 블랙홀을 보기 위해 전 세계 전파 망원경 9기를 연결하여 만든 지구 크기의 가상의 망원경입니다. 아주 멀리 떨어진 두 망원경을 연결하면 떨어진 거리만큼의 크기를 갖는 가상의 망원경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그만한 크기를 갖는 망원경보다 훨씬 능력이 떨어지지만, 그에 준하는 해상도를 얻을 수 있죠. 이를 이용해서 9기의 망원경을 연결했고 파리에서 뉴욕의 신문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해상도를 얻어냈습니다.

맨 처음 던졌던 질문으로 가봅시다. 어떻게 블랙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요? 사실 답은 간단합니다. 블랙홀(black hole)이라는 이름 답게 검은 구멍을 관찰하면 되었던 겁니다. 블랙홀의 주변에 밝은 빛을 내는 항성이 있고 블랙홀이 그 주위에 있다면 블랙홀이 그 빛을 빨아들일 겁니다. 그렇게 되면 블랙홀이 있는 부분만 도넛처럼 뻥 뚫려 보이게 되겠죠. 그 구멍이 바로 블랙’홀’입니다.

불과 한 세기 전 까지만 해도 블랙홀을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은 존재할 수 없다고 믿었습니다. 지구 크기만 한 망원경을 만들 수 있을 리가요. 그래서 지금까지 간접적인 관측만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인류는 해냈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과학자들. 다음은 어떤 게 가능해질지 궁금하지 않나요?


최강록기자 rkdfhr123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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