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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호, 군국주의 표상일까, 고유 문화일까
한승찬 기자  |  hsc703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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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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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4월 1일 발표된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가 적힌 액자를 들고 있다. (출처: 朝日新聞)
지난 1일, 일본의 제125대 일왕 아키히토가 퇴위하고 새 일왕 나루히토가 즉위하면서 일본의 연호(年號)가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바뀌었다. 일본의 연호가 바뀐 것은 1989년 쇼와(昭和)에서 헤이세이로 바뀐 이후 30년 만이다. 일본 사회는 연호가 바뀌면서 대체적으로 들뜬 분위기이다. 실제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4월 1일 새 연호를 발표했을 때 수십만 명의 일본 네티즌이 유튜브 생중계를 시청했을 정도로 일본인들의 관심 또한 뜨거웠다. 그러나 우리나라나 중국과 같이 일본과 역사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나라에서는 바뀌는 연호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연호는 황제국의 필수요소

연호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는 상황에서 연호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연호란 다년호(大年號)의 준말로, 군주가 다스리는 국가에서 군주가 재위하는 기간에 이름을 붙이는 것을 말한다. 동양 문화권, 특히 전통적으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문화권에서는 황제국의 필수 요소 중 하나로 연호 사용을 꼽는다. 처음으로 연호를 사용한 왕조는 중국의 한나라다. 한편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화이론(華夷論)에 입각해 칭제건원(稱帝建元)을 하지 않았고, 중국의 중원 왕조가 사용하는 연호를 그대로 사용했다. 그러나 한국의 역사 속에서도 중국 왕조가 분열되거나 약해진 시기에 상대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어 칭제건원을 했던 경우가 있다. 예컨대 광개토대왕의 영락(永樂)이나 대한제국 시대의 광무(光武)나 융희(隆熙) 등이다.

일본의 경우 645년 쇼토쿠 태자가 일본을 중앙집권국가로 만들기 위해 단행한 다이카(大化) 개신을 통해 연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계속해서 연호를 사용해 오다가 19세기 메이지 유신 이후 본격적으로 일왕이 정치에 전면에 나오면서 연호를 빈번하게 사용했다. 특히 일본이 제국주의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일왕을 국민 통합의 촉매로 이용하면서, 연호 또한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표상이 됐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왕위에 있었던 히로히토 일왕의 연호 쇼와(昭和)는 일제의 식민 지배를 당했던 국가에게는 일제강점기와 동의어가 됐다. 2차대전이 끝난 이후 일왕이 상징적인 존재가 됨과 동시에 연호 또한 상징적인 의미만을 지니게 됐지만, 여전히 한국 사람들의 인식은 부정적이기만 하다.

아이돌 멤버가 작성한 소셜미디어 게시물, 논란을 야기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2일 걸그룹 트와이스(TWICE)의 멤버 사나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로 인해 일부 한국인들의 항의를 받았다. 글의 내용은 “헤이세이 시대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헤이세이가 끝난다는 건 쓸쓸하지만 헤이세이 수고 많았다. 레이와라는 새로운 출발을 향해서 헤이세이의 마지막인 오늘은 말끔한 하루로 만들어요”였다.

이 글의 내용에 대해 일부 한국인들은 마치 사나의 글이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제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들을 의식했을 때 연호를 운운하는 것은 공인으로서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다.

연호와 사나 해프닝에 대해 우리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일본인 유학생 A씨는 “현재 일본에서 연호의 전환은 세대가 바뀌는 개념 정도로 통용된다”며 “트와이스 멤버 사나가 이와 같은 글을 쓴 것도 자신이 헤이세이 시대 사람으로서 세대에 전환에 따른 감상을 남긴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코사노 유리카(국사 19)씨는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이유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나 잘못에 대한 인정을 하지 않는 태도와, 일본인의 한일 역사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이어 “한국에서 활동하는 연예인으로서 사나의 행동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사나 해프닝’을 바라보는 국내의 시각

한국 사회의 여론도 이번 사안에 대해 대체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이다. 한겨레, 중앙일보 등 국내 주요 일간지와 YTN과 같은 텔레비전 채널에서도 사나의 ‘연호 발언’이 군국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대중문화 평론가들도 대부분 사나의 발언이 ‘연호의 전환’을 ‘세대의 전환’으로 생각하는 일본 젊은 세대들이 가진 관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덧붙여 한겨레의 경우 이 사안에 대해 ‘오도된 열정이자 민족주의의 과열’이라고 밝힌 대중문화 평론가의 주장을 싣기도 했다.

반면에 이 사안에 대한 국내의 비판적인 반응의 근원적인 이유를 바라본다면 그 이면에는 복잡한 한일관계가 숨어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서는 “일왕과 일본의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역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 수밖에 없다”며 연호가 군국주의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국내의 반응 또한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보도도 있었다.


한승찬 기자 hsc703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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