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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앞으로 어떤 미래가 열릴 것인가
한태영 기자  |  hanlove02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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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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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합법 판정을 요구하는 시위가 진행되는 모습이다.(출처: KTV국민방송)

지난달 11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1953년 낙태죄가 형법으로 지정된 이래 66년 만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것이다. 2012년 낙태죄가 합헌이라고 판단 내렸던 헌법재판소는 7년 만에 기존의 판결을 뒤바꿨다. 이와 관련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받은 헌재 판결

헌법불합치란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지만 즉시 사라질 경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법 개정 전까지는 법률을 존속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낙태죄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되지 않을 경우 자연스레 효력을 상실한다. 2012년 낙태죄는 합헌 판결을 받은 바 있기에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정은 더욱 관심을 얻고 있다.

이번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태아의 생명권을 중시했던 이전의 판결과 달리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중점에 뒀다는 사실이다. 헌재는 “자기결정권에는 여성이 그의 존엄한 인격권을 바탕으로 해 자율적으로 자신의 생활영역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고, 여기에는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임신상태로 유지해 출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라고 밝히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시했음을 드러냈다. 또한 이번 판결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대립 구도로 생각돼 왔던 기존의 관념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의 문설희 공동집행 위원장은 “태아의 생명권은 공익,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사익으로 생각돼 여성의 권리는 사사로운 개인의 권리로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이번 판결의 경우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헌법이 보장해야 할 권리로 판단했다”며 이번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문 공동집행위원장은 “헌법상으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한 것이며 이는 이전의 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 진전한 것이다. 그동안 낙태죄 폐지를 위해 실천해 왔던 운동의 성과다. 그러나 위헌 판결이 아닌 헌법불합치 판정인 점은 아쉽다”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관련 단체들은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헌재의 판결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입장문을 통해 “이미 OECD 국가 중 대부분은 낙태를 허용하고, 미국, 영국은 1970년대인 50년 전 낙태 허용 후 의사를 처벌하지 않는다”라며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판정을 반겼다. 반면 한국교회총연합의 경우 “여성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자기권리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권리에 수반되는 사회적 책임을 해제하고 있다”며 낙태죄 헌법불합치에 대한 반대의 의사를 표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대학 학생 한혜린(융전 17)씨는 “낙태죄 헌법 불합치의 결정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판결문을 읽어보면 결코 낙태를 장려하는 것이 아니며,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의 철학적인 논쟁을 의학적 근거로 설득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헌재의 고민이 느껴진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또 신정(도행 14)씨는 “여성이 자기의 몸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는 여성 차별을 없애는 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건 없는 낙태권을 위해 더 많은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헌재의 판결을 반겼다.

   
▲ 헌재 재판관 중 4명의 헌법불합치 의견, 3명의 단순위헌 의견, 2명의 합헌 의견으로 낙태죄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그렇게 66년간 유지되던 낙태죄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각 계층 의견 수렴 후 법안 마련해야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낙태죄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완전 폐지된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15일 정의당의 이정미 대표는 낙태죄를 삭제하는 형법 개정안과 인공임신중절 사유에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추가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형법 개정안의 내용으로는 형법 제27장의 제목을 ‘낙태의 죄’에서 임산부의 동의를 얻지 않고 낙태를 시행하는 ‘부동의 인공임신중절의 죄’로 개정하고, 제269조 낙태죄 및 제270조 동의낙태죄 규정을 삭제하며 부동의 인공임신중절치상죄는 현행 5년 이하에서 7년 이하로, 치사죄는 현행 10년 이하 징역에서 3년 이상 징역으로 형량을 높였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의 내용에서는 임신 14주 이내에는 어떠한 사유 없이도 임산부의 판단에 따라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하도록 하고, 임신 22주 기간에는 인공임신중절에 관한 기존 사유에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더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일부 단체는 이러한 개정안도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는 22일 국회에서 낙태죄 폐지법안 마련을 위해 비공개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당정은 회의를 통해 신속한 법 개정을 추진하기보다는 종교계, 의료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낙태죄 존치에 대해 엇갈린 의견이 존재하는 현재 충분한 협의 없이 법안을 발의할 경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 마련, 임신중단 기한 등 논의점 많아

낙태죄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결정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여성의 임신중단 기한문제다. 여성이 임신을 중단하는 시점이 너무 늦을 경우 여성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경우 여성의 요구만으로 임신 12주 이내의 모든 낙태가 가능하다. 또한 임신이 강간 또는 근친상간에 의한 것이거나 임산부에게 정신적·육체적 위협, 태아에게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하는 경우 18주 이내에 낙태가 가능하다. 이 이상의 특수한 상황에서는 의학적 판단에 한해서만 가능하도록 돼있다. 영국의 경우 임신한 여성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경우 24주 이내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있으며, 태아의 심각한 장애의 위험성이나 임신한 여성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해가 있는 경우 주수에 상관 없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국가가 임신중단 기한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를 참고하여 결정할 필요가 있다.

낙태를 위해 먹는 약인 미프진의 도입문제도 고려해야 할 대상중 하나이다. 지난 13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임신중절 합법화와 함께 미프진의 빠른 도입을 바란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미프진은 현재 미국, 영국, 호주 등 전세계 60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의약품이다. 그러나 낙태가 불법인 우리나라에서는 약사의 판단 없이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경우가 있어 그 문제가 컸다. 의사의 처방이 없는 미프진의 불법적인 복용이 환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정으로 66년간 존속되던 법률이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그렇기에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의료계, 여성계 등 다양한 계층에서의 각각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 현재의 논란과 미래의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2020년까지 많은 논의를 통해 체계적인 법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태영 기자 hanlove02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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