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전 세계 주요 스마트폰 제조 기업 일곱 곳에서 판매한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은 약 11억 대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일곱 명 중 한 명꼴로 스마트폰을 구매한 셈이다. 스마트폰 사용이 지구촌에 널리 퍼지면서 일상생활에서 중독에 가까운 스마트폰 이용도를 보이는 사용자들이 많아졌고 이에 따라 ‘스몸비’ 보행자 역시 급증하게 됐다.

높아지는 스몸비의 출현 빈도

‘스몸비(Smombie)’란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길거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을 넋 빠진 시체 걸음걸이에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이는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를 합쳐 2015년 독일에서 처음 만들어진 신조어다. 스마트폰 이용에 대한 강한 중독 증세를 보이며 거리에서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스몸비 보행자들을 보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됐다. 국민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제공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가운데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2013년 25.5%에서 2016년 30.6%로 늘었다.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한 사람을 스몸비로 간주할 때, 청소년 10명 중 3명은 스몸비인 셈이다. 성인의 비율도 같은 기간에 8.9%에서 16.1%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스몸비 보행자들이 많아지며 자연스럽게 이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보행자의 신체 건강에 직접적인 피해가 가해질 수도 있다.

▲ 스몸비족과 일반 보행자들을 모두 배려해 만든 독일의 바닥 신호등이다. (출처: Wikimedia)

당신의 건강을 위협하는 스몸비

스몸비 보행자들이 많아지며 자연스럽게 이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보행자의 신체 건강에 직접적인 피해가 가해질 수도 있다. 이은솔(융전 19) 씨는 “과도한 스마트폰의 사용으로 인해 기기를 받히던 새끼손가락이 약간 휘어졌다”며 과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겪은 신체적 변화를 토로했다. 황아랑(국사 19) 씨 또한 “휴대폰을 사용하다가 목을 들면 너무 아프고, 본래 눈이 건조한 편인데 이미 중독돼 놓을 수가 없다. 눈이 자주 시렵고 뻑뻑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면 여러 가지 질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스마트폰 사용과 밀접한 질환 중 하나가 거북목 증후군이다. 스마트폰을 보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고개를 앞으로 숙이는데, 오랜 시간 이 자세를 유지하게 되면 마치 거북이처럼 어깨보다 목이 앞으로 나온다. 스마트폰을 항상 손에 들고 사용하다 보면 좁아지거나 압박을 받아 손목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 증상인 손목터널증후군 역시 생기기 쉽다. 또한,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다 보면 눈이 건조해서 뻑뻑해지는 안구건조증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각막에 염증이 생기기 쉬워진다. 지속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각종 질병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스몸비 근절을 위한 국내와 해외의 대책

전 세계적으로 스몸비 보행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각종 교통안전 시스템이 도입되는 추세다. 일반 보행자의 시야 각도는 120~150도인 반면 스마트폰을 보며 걸을 때는 10∼20도로 줄어들게 된다. 이에 이미 독일에서는 ‘바닥 신호등’을 설치해 교통사고 발생률을 줄이고자 했다. 바닥 신호등이란 스몸비 족의 시선을 고려해 횡단보도 점자블록 주변 바닥에 LED를 매립해 설치한 막대 모양의 물체다.

 이 바닥 신호등의 불빛 신호는 보행자 신호등의 신호와 동일하다. 지난해 3월부터 서울, 대구, 수원, 남양주 등에서 바닥신호등을 설치해 시범 운영 중이다. 또한, 벨기에와 미국 워싱턴, 중국 충칭에서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보행할 수 있는 전용 도로를 마련해 스마트폰 사용자와 비사용자 모두의 편의를 고려했다. 전용도로의 설치로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들로부터 안전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 예상된다. 스웨덴과 영국에서는 보행 도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한다는 이미지를 실은 안내 표지판을 거리 곳곳에 세우기도 했다.

스몸비족이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한 교통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각국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를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무작정 강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대책을 강구하는 것에 우선해 보행자의 자발적인 교통 규칙 준수와 안전에 대해 주의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허인영 수습기자 inyoung32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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