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르포 형식의 기사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첫 르포를 작성하며 미흡한 점이 많아 스스로에게 실망을 많이 했을 뿐만 아니라, 기자가 체험한 현장을 가감 없이 전해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 쓰게 된 휠체어 르포도 그렇게 두려움 속에서 시작하게 됐다.

휠체어에 앉아 학교를 돌아다니며 느낀 나의 감정은 분노, 슬픔, 황당함이었다. 개인적으로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충만한 편에 속한다 생각했기에, 우리대학의 미흡한 점이 하나씩 드러날 때 마다 분노했고, 나의 자부심에 흠집이 생기는 것 같아 슬펐으며,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드러나 황당했다. 그리고 나는 그 감정들을 최선을 다해 기사로 전달해야겠다는 진심어린 다짐을 하게 됐다.

그 순간 나는 내가 두려움이라는 나의 감정보다는 기사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전달해야 독자가 공감할 수 있을까?”, “어떤 부분을 기사에 실어야 할까?” 수많은 고민을 바탕으로 기사를 써내려갔고,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기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개인의 감정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는 매뉴얼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보편화된 인식이다. 그러나 이번 호를 준비하며 나는 기자의 감정이라는 것이 기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기자가 느끼는 감정이 기사의 방향을 결정하고, 기사의 진정성을 결정하며, 기사에 쏟는 노력의 양을 결정한다.

이제 나는 기자로서 금기시 여겨왔던 감정을 어느 정도 반가운 마음으로 반길 수 있을 것 같다.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기사, 진정성이 담긴 기사를 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그 모습을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분들도 끝까지 주목해 주시길 바란다.


한태영 사회부장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