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원(국사 13)

자동차에서 ‘중립’이란 “변속기에서 입력축과 출력축 모든 기어의 접속이 해제돼 토크의 전달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자력으로 주행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또한 내리막길에서 기어를 중립으로 놓는다면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할 수 없어서 위험하다.

요즘 일부 학생들은 학생회에게 이른바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요구한다. “적어도 단대 학생회 정도의 규모라면,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게 맞다고 봅니다.” 모 대학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이다. 그러나 학생회에게 정치적 중립을 강요하는 것은 마치 자동차의 기어를 중립으로 놓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정치적 중립’에 놓인 학생회는 자체적인 활동 동력도, 중대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상실하고 만다.

학생회는 “선거라는 수단을 통해 시민들의 집단적 의사 또는 공공선, 일반의사를 확인하고 그 집단적 의사를 시민의 대표를 통해 실현하려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작동한다. 만약 학생회가 공공선이라는 광범위하고 가치판단적인 목표를 대표하고 실현하려는 조직이 아니라면, 선거를 통해 선출할 이유도 없다. 예를 들어 학생복지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위원장을 뽑는 이유는, 학생 복지라는 한정되고 이미 합의된 업무만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학생회가 이렇듯 가치판단적인 목표와 강하게 결부된 조직이기 때문에, 정치는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는 점에서 학생회는 필연적으로 정치적이다.

만약 총학생회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데에만 급급했다면 서울시립대가 ‘반값 등록금’을 이룰 수 있었을까?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가장 정치적인 상황 속에서, 2011학년도 총학생회는 ‘반값 등록금’이라는 공공선을 실현하기 위해 각 시장 후보들에게 그것을 공약화할 것을 요구했고, 실현했다.

이번에 전체학생총회가 오랜만에 개회 성사됐으나, ‘정당한 교육권 보장을 위한 조정요구’ 안건만 가결되고 ‘공간조정분과위원회 학생위원 위촉 요구’, ‘민주적 총장직선제를 위한 개정 요구’에 대해서는 의결 진행 상 문제로 가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학생회는 이러한 결과에 낙담하지 말고, 공공선을 실현하기 위해 해당 안건을 학교와 서울시에 자신감 있게 요구하기를 바란다. 총학생회는 이미 선거를 통해 공공선을 실현할 대표로서 확인됐다. 따라서 서울시립대 학우들의 이익에 명백하게 반하는 일이 아닌 이상, 총학생회는 공공선을 적극적으로 추구할 수 있고, 추구해야한다.

더 나아가, 공공선의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립대 학우들은 서울시립대 학생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등 더 큰 사회의 일원이기도 하다. 즉, 사회의 공공선을 실현하려는 노력은 서울시립대 학우들의 공공선의 실현과도 연결된다. 그래서 나는 사회의 여러 부조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고, 공공선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총학생회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것이 ‘민중서울시립대학교’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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