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주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면 우리는 슬퍼한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 유한한 존재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죽음이 다가올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여기, <있는 것은 아름답다> 사진전에는 스무 명의 죽음을 앞둔 이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진작가 앤드루 조지는 호스피스 병동에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 죽음 앞에 놓인 이들의 사진을 찍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2012년에 시작된 그의 프로젝트는 완성까지 2년이 걸렸다. 그는 “사진을 촬영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던 때가 내 삶에서 가장 어렵지만 창의적이고 성취감을 느꼈던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미국과 유럽 투어에서 7만 명의 관람객에게 삶의 가치에 대한 감동을 전한 이 전시는 2017년 6월, 아시아 최초로 충무아트센터에서 전시됐다. 당시 총 8천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았으며, 바쁜 일상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회라는 호평을 얻었다.
 
전시는 스무 명의 사진과 인터뷰 발췌 내용, 그들이 손으로 쓴 편지로 구성된다. 디지털이 아닌, 아무런 기교 없이 순수촬영기법으로 촬영된 사진은 인물의 삶을 그대로 투영한다. 편지에는 환자들의 진심, 염원, 힘겨운 투쟁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시를 보는 관람객들은 그들을 추모하고 동시에 그들과 함께 일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죽음을 앞둔 이들이 자신이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방식은 다양하다. 삶의 끝자락에서 어떤 이는 평생 두 번의 눈부신 사랑을 했다는 사실을, 어떤 이는 젊은 시절 선교단으로서 어려운 사람을 도운 사실을 떠올리며 웃음 짓는다. 그런가 하면 가족에게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마지막을 후회하며 보내는 사람도 있다.

이들 모두는 생각보다 이른 죽음에 맞닥뜨렸으면서도 죽음을 평온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보는 이를 숙연하게 한다. 이들을 보며 우리는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진다. 스무 명 중 한 사람인 르네는 인터뷰에서 “인생의 행복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바로 행복 그 자체”라며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순간순간을 어떻게 대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든 아니든 죽음 앞에서 대다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를 필연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우리는 전시를 보면서도 누가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매 순간을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스스로 진정한 행복의 조건을 발견하는 것을 외려 가로막는다. 삶의 진정한 의미는 그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에 있다. 삶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발견하고 일상 속에서 스스로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을 돌아보는 것. 그것이 전시에서 이들이 전하려 했던 메시지가 아닐까.

안타깝게도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는 여기서 얻은 교훈을 금세 또 잊어버릴 것이다. 삶의 균형을 잃게 되고 햇살의 고마움을 깨닫지 못하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일까. 전시장 한 켠에는 ‘일 년 뒤 나에게 쓰는 편지’를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편지를 써서 우편함에 넣으면 1년 뒤 나에게 도착한다. 전시를 돌아보며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글을 쓰며 정리해보는 것도 전시를 감상하는 하나의 묘미다.

앤드루 조지의 <있는 것은 아름답다> 사진전은 4월 12일부터 6월 3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오영은 기자 oye121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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