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 중국 고대의 제자백가들은 부국강병을 위한 저마다의 사상을 제시했다. 유가(儒家)는 인간이 갖추어야 할 일종의 도덕적 능력으로서 ‘인(仁)’ 을 주장해 조선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의 사상적 토대를 제공했으며, 묵가(墨家)는 국가와 가족을 초월해 모든 인간을 사랑하는 ‘겸애(兼愛)’의 개념을 정립해 유가와 대등할 정도의 유력 학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제자백가의 여러 유파 중 현대 사회에 이르러서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상은 따로 있으니, 바로 한비(韓非)로 대표되는 법가(法家)다.

오늘날은 민주 정치를 근간으로 하는 국가들이 주류를 이루는 ‘현대민주국가’의 시대다. 대의민주제가 민주 국가를 지탱하는 한 축을 맡고 있다면,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법치’이다. 중국 고대의 법가 사상가들 역시 법과 법에 의한 통치를 부국강병의 길로 보았다. 그러나 정작 법가 사상가들이 활발히 활동했던 춘추전국시대에는 법가 사상이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장 역사책을 펴, 법가가 남겨놓은 족적을 따라가다 보면 진(秦) 대의 분서갱유 사건을 마주할 정도로 법가 사상이 주는 인상은 ‘냉혹하다’ , ‘잔혹하다’ 등 이다.

그런 법가 사상의 이론적 완성을 더하고 흩어져 있던 법가적 요소를 집대성한 것이 전국시대 말기의 사상가 한비다. 한비는 유가나 묵가 사상의 비현실성을 비판하며 이상적 군주에 의한 법치를 주장했다. 동시에 이상적인 군주가 갖추어야 할 통치 요소로 법(法), 술(術), 세(勢)의 세 가지 개념을 제시했다. 첫째로 법은, 법과 법치를 강조하고 그 과정에서의 보편성과 공리성을 중시하는 것을 말한다. 둘째로 술은, 군주가 신하를 다루는 데 필요한 일종의 술수를 의미한다. 명과 실에 부합하는 관리를 임용하고 상벌로 그들을 통제하는 것이 술의 개념이다. 마지막으로 권위, 권력 등 높고 낮음의 상태를 의미하는 ‘세’를 제시하며, 세의 올바른 사용을 바탕으로 법과 술을 적절히 활용할 때 이상적인 치국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한비가 제시한 치국의 요소를, 학내 언론인이 갖춰야 할 가치로 적용시켜 보고 싶다. 우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보도를 하는 것이 법 개념의 실천일 것이다. 또한 취재원을 영리하게 관리하는 등 사전 준비를 통해 취재의 안전성을 더하는 것이 언론인으로서 술을 실천하는 자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습기자에서 편집장까지 좋은 취재를 위한 지속적인 소통과 협의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각자가 지닌 세를 공유하고 연결시키는 바람직한 시작일 것이다.


성기태 학술부장 gitaeuhjin033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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