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레이드를 나가고 있는 퀴어페스티벌 참가자들. 무지개 빛 물결이 넘실거린다. 그들 앞으로 동성애 반대집회가 열리고 있다.
6월 1일 세종대로를 사이에 두고 서울광장에서는 서울퀴어문화축제인 ‘퀴어페스티벌’이, 반대편에서는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인 ‘러플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두 행사 모두 ‘페스티벌’이라는 이름답게 축제 분위기였다.

시청 앞이라는 장소만 공유했을 뿐 완전히 분리돼 직접적인 만남은 없었다. 특히 이날 두 행사 모두 광화문 광장을 행진했는데 시간차를 두고 행진한 덕에 충돌은 없었다. 두 행사 모두 서로를 존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신사적인 집회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러플페스티벌 외에도 서울광장 옆에는 크고 작은 동성애 반대 집회가 있었다. 서울광장을 두고 양 옆에서 큰 트럭들이 대형스피커를 이용해 퀴어페스티벌 쪽으로 설교문과 찬송가를 틀었다. 또한 퀴어페스티벌 입구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동성애는 죄악입니다’라는 구호를 쓴 피켓을 들고 있었다.

▲ 러플페스티벌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는 모습. 피켓과 깃발로 그들의 요구를 알 수 있다.

“내가 누군지는 내가 결정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방해 집회에도 퀴어페스티벌은 완연한 축제 분위기였다. 공연장에서 나오는 노래는 흥을 돋우고 부스에서는 사람들이 즐겁게 체험을 했다. 광장 잔디밭에 앉아 쉬기도 했고 무지개빛 깃발을 흔들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용인에서 온 이소정 씨(18)는 “오늘만큼은 내가 나 자신으로 존중받을 수 있다”라며 “이런 즐거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이날 퀴어페스티벌에는 7만명이 운집했다.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김지학씨는 “퀴어문화축제는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일년에 한 번 드러내는 날로 저항과 축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행사”라며 “모두 모여 서로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는 곳”이라고 퀴어페스티벌을 설명했다. 인천에서 온 A씨는 “우리의 존재 자체는 당연하다”면서 “우리도 다같이 살아가는 사람이라는걸 알려주고 싶다”고 축제에 참석한 이유를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다양한 사람과 단체들이 참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에서 나온 보근 스님은 “동성애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고 조금 다른 사람일 뿐이다”며 “이분들에게 우리가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하는 성공회 교회, 구글코리아, 9개국 대사관 등 다양한 단체에서 이번 축제에 참여했다.

▲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설치한 부스에서 참가자가 체험을 하고 있다.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사랑하라”
- 아우구스티누투스

반대편에선 러플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와 춤을 췄고 양 옆으로 세워진 부스들에서는 떡과 책자를 나눠주고 있었다. 러플페스티벌 또한 축제 분위기였지만 퀴어페스티벌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차별금지법 반대 서명을 하고 나온 이정미씨는 “동성애가 우리 아이들에게 전파될까 두려워 나왔다”며 행사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이날 퍼레이드도 있었다. 퍼레이드에 등장한 피켓에는 ‘소수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다수의 인권을 유린하지 말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라’ 등의 문장이 담겼다.

러플페스티벌 안내위원장 이유은 목사는 “동성애는 비정상적인 것”이라며 “차별 금지법이 제정되면 비정상적인 것을 비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를 막기 위해 이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또한, 리플페스티벌이 차별의 집회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언론정보위원장 주요셉 목사는 “우리는 사람은 존중하지만 죄는 미워한다”면서 “동성애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를 찬성하는게 아니라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_ 최강록 기자 rkdfhr123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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