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곱창’ 계산대에 제로페이 QR코드가 배치돼 있다. 소비자는 QR코드를 찍어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을(乙)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을지로위원회와 함께 지난 29일에 ‘제로페이’ 홍보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제로페이에 대한 지원은 적극적인 데 반해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올해 제로페이 홍보 예산만 98억 원을 배정한 상태다. 하지만 지난 1월 제로페이 결제 금액은 국내 개인카드 결제 금액 58조 1000억 원의 0.0003%(1억 9949만 원)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제로페이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소상공인 간편결제 시스템, 제로페이

제로페이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결제 수수료를 낮추고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 위해 도입된 소상공인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2018년 5월 지방선거 이전부터 ‘서울페이’ 등 간편결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6월 중앙부처인 중기부는 ‘소상공인 페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단위의 간편결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명칭으로 인한 혼선이 빚어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018년 7월 각종 페이들을 ‘제로페이’라는 이름으로 통합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와 서울시는 사업자 모집, 민간 준비위원회 구성, 사업단 발족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부터 제로페이를 시범 도입했다. 부산과 경남에서도 같은 날 제로페이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2019년 3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앱 없이 사용 가능해

제로페이 애플리케이션(앱)은 따로 있지 않다. 은행 간편결제 앱 또는 시중의 간편결제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각 앱의 메인화면에 제로페이 결제가 준비돼 있다. 대개 네이버페이, PAYCO, 우리은행 원터치, 리프 앱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해당 간편결제 앱 중 하나를 깔고 앱에 제로페이 참여 금융기관 계좌를 등록해야 한다. 제로페이 참여 금융기관은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하나은행 등이다.

제로페이는 간편결제 앱을 실행하고 카메라로 매장 내 QR코드를 찍은 뒤, 결제 금액을 입력하고 비밀번호나 지문인식 등으로 인증하면 결제되는 방식이다. 반대로 앱을 실행하고 고유 QR코드를 띄운 후 매장 전용 리더기로 인식시켜도 결제를 할 수 있다.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

기존 카드결제에서는 가맹점이 카드결제 승인을 받을 때 수수료를 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 밴(VAN)사, 전자지급결제대행사가 각각 수수료를 받아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어떤 소상공인들은 카드가 아닌 현금을 통해 결제하면 가격을 낮춰주는 등의 유도행위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반면 제로페이는 계좌이체 방식이기 때문에 수수료를 내지 않거나 낮은 수준의 수수료를 내게 된다. 제로페이 결제 과정에서 결제 플랫폼 업체는 가맹점으로부터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고, 시중 은행은 플랫폼 업체로부터 계좌이체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판매자는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제로페이를 활용하면 연 매출 8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은 결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연 매출 8억 원~12억 원인 곳은 0.3%, 12억 원 초과인 곳은 0.5%의 결제 수수료를 내면 된다. 이는 기존 카드 결제 수수료보다 0.1~1.4%p 낮은 수준이어서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소비자 유인 요인이 빈약해

소비자들은 2019년 사용분부터 40%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세종문화회관 입장료,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티켓 등 공공시설 이용 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제로페이는 연 소득의 25% 초과분만 공제를 받을 수 있는 등 타 카드사의 혜택과 비교했을 때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제로페이 이용의 유인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연봉 5000만원 기준 2500만원 사용 시’라는 가정의 40% 소득공제 광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연봉 5000만원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는 시민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대학 김서영(국관 16)씨는 “제로페이에 대해 지하철 광고를 통해 많이 접해봤다”며 “그 당시에는 소득공제 혜택에 대한 광고에서 ‘연봉 5000만원 기준 2500만원 사용 시’ 등의 작은 글씨가 눈에 띄어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제로페이 사용에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는 기사를 읽었고, 이미 카카오페이 등 여러 간편결제를 사용하고 있어 굳이 사용해야 할 동기를 느끼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한 대학생 최정연(21)씨도 “대학생의 입장에서 소득공제가 타 카드사 혜택에 비해 커다란 혜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라며 “주변에서 아무도 안 쓰니까 안 쓰게 된다”고 밝혔다. 

제로페이 이용이 없는 제로페이 가맹점

이에 우리대학 주변 제로페이 가맹점에서의 제로페이 이용률은 현저히 떨어졌다. 우리대학 정문 앞에서 ‘시대곱창’을 운영하는 A씨는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손님을 본 적이 거의 없다”며 “제로페이 가맹점이 된 후로 2번밖에 사용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네일블라썸'의 주인 B씨는 “같은 손님이 2번 사용한 것 빼고는 없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봉순이네보쌈감자탕’ 주인 C씨도 제로페이를 사용하려 하자 한 쪽에 치워져 있던 제로페이 QR코드를 찾아 건넸다. 그는 “현재까지 제로페이를 사용한 사람이 2명뿐이고, (기자가) 3번째”라고 말했다.

주체적으로 제로페이 가맹점을 신청하는 소상공인도 찾기 힘들었다. ‘네일블라썸’의 B씨는 “구청에서 직원이 나와서 제로페이 가맹점이 돼달라고 부탁했다”며 “이에 승낙했다”고 했다. ‘봉순이네보쌈감자탕’ C씨도 “통장님이 와서 제로페이 가맹점이 돼달라고 했다”면서 제로페이 가맹점 신청을 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제로페이 가맹점에 대한 포털사이트 정보도 불명확했다. 포털사이트에 제로페이 가맹점으로 소개되는 ‘필레오’의 D씨는 “제로페이 가맹점을 신청했던 것은 전 가게주인”이라며 “현재에는 제로페이 가맹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제로페이 대중화를 위한 지속적 노력 필요

그러나 제로페이는 점점 현실에 맞게 재정비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전국 4만 3000여개 편의점에서 제로페이가 가능해졌고, 배스킨라빈스 등 프랜차이즈 점포에서도 직영점을 중심으로 제로페이가 가능해졌다. 이 외에도 중기부는 제로페이를 G마켓 등 온라인 쇼핑몰의 결제 수단으로 도입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쇼핑몰과 협의를 추진했다. 오는 7월부터는 배달의 민족 등 배달 앱과의 결제를 연계하고, 근거리 무선통신(NFC) 결제 방식도 개발해 7월 중에 택시 우선 도입 후 타 대중교통 결제수단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자체와 정부에서 제로페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결국 제로페이는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가 반기는 결제서비스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서영 씨는 “학회에서 제로페이에 대한 주제로 활동을 진행하며 사용해봤다”며 “결제방식이 타 간편결제 방식과 크게 다른 점이 없고, 불편하지 않아서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서영 씨는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더욱 홍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정연 씨도 “제로페이 앱을 안 깔아도 사용할 수 있는지 몰랐다”며 “다른 앱을 깔지 않아도 되고, 가맹점이 더욱 늘어난다면 쓸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_ 박은혜 기자 ogdg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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