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에서 게임이용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 표준분류기준(ICD-11)을 최종적으로 의결했다. WHO의 결정이 이르면 2026년 국내에서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반영될 수 있어, 국내에서도 WHO의 결정에 대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게임이용 장애 질병판정은 게임문화산업 죽이기

지난 29일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장례식 형태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해당 기자회견에서 공대위는 “이 자리는 게임문화 산업에 대한 장례를 치루는 장례식이다.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어가는 4차산업혁명의 꽃이라고 불리는 한류의 원조인 게임이 과거 20년 짧은 역사 속에서 뭘 그렇게 잘못했나 회한과 자괴감을 느낀다”라며 WHO의 게임이용 장애의 질병 판정을 통해 영향을 받게 될 게임문화산업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또한 애도사를 통해 “‘게임은 마약’이라고, 게임 자체를 공격하던 논리에서 변화해 ‘게임이용자 중 아주 소수이지만 문제가 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게 우리가 도움을 줘야 한다’고 우회하지만 그들의 결론이 변한 것은 아니다”며 WHO의 결정에 비판했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게임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 규모는 13조가 넘는다. 이는 작년보다 6% 넘게 성장한 수준으로, 올해와 내년에도 계속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판정할 경우 게임문화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작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게임이용 장애가 질병으로 등재될 경우 2023년부터 3년간 국내 게임 산업의 경제적 손실이 1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번 WHO의 결정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져 게임개발자들의 사기가 저하될수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편 우리대학 양유찬(국사18) 씨는 “게임이용 장애가 질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정한 선에서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도록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라며 게임이용 장애가 질병이 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게임이용 장애, 게임개발자들의 책임도 있어

이번 WHO에서 발표한 게임중독의 기준으로는 ▲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를 못 이겨내는 통제력부족,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 하는 행위, ▲게임 때문에 가족·사회·직업·교육 등 일상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행위가 있다. 이러한 행위가 12개월 이상 지속되며 일상생활에 관련 기능을 크게 저하시킬 때를 ‘게임이용장애’로 정의했다.

이와 관련해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 김환민 씨는 “게임개발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일일 퀘스트와 같은 게임이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접속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현금사용유도행위는 게임이용 장애 발생에 영향을 준다”고 말하며 게임개발자들이 게임이용 장애행위가 질병으로 분류된 것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밝혔다. 또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조성철 씨는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들에게 게임으로 인해 아이들이 학업과 같은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는 사례를 많이 접한다. 게임이용 장애가 질병으로 지정된다면 이런 일상생활에 지장 받는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나 대책이 강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게임이용 장애행위가 질병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찬성의 의사를 밝혔다.

WHO의 결정을 대중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대학 김예일(융전18) 씨는 “이번 WHO가 의결한 질병의 이름은 게임중독이 아닌 게임이용 장애이다. 따라서 WHO에서는 게임 자체의 해악 유무 보다는 게임 과몰입으로 인해 겪는 일상생활의 어려움에 집중한 것이다. 이번 사태의 논점이 계속 게임 자체의 해악 유무 문제로 치우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하며 게임이용 장애의 질병 등록에 대해 찬성했다.

WHO의 의결 내용이 우리나라에도 적용되기까지 최소 7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남은 시간동안 게임이용 장애와 관련해 게임 업계와 법조계, 교육계 등은 많은 논의를 거쳐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태영 기자 hanlove020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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