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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문제에서 출발한 한국판 신(新)도시, 도시적 본질을 고려해야 할 시점
성기태 기자  |  gitaeuhjin033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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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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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도시화율, 81.6%. 100명 중 80명 이상의 국민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대다. 1970년, 한국의 도시화율이 약 40%에 불과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백년의 기간 동안 도시의 물리적 규모는 두 배가 넘게 커진 셈이다. 점진적인 도시화 과정을 거친 해외 유수의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도시화는 급속히 진행됐다. 같은 50년의 기간 동안 영국의 도시화율은 약 5% 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빠른 도시화의 과정 속에서 도시는 어느새 인간 생애의 터전이자,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대부분의 사람이 한 명의 도시민(都市民)으로서, 저마다 도시에서의 삶을 영위해 나간다. 도시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인간뿐만이 아니다. 도시는 자본이 순환하고 축적되는 공간이며 인간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소비와 생산의 최대 중심지이기도 하다. 사람과 자본이 모이고 생산과 소비의 기능이 확대되면 도시는 비로소 팽창한다. 그러나 도시의 팽창은 어디까지나 ‘유한’하다. 인간과 자본이 창출해낸 도시적 요소(주택, 생산·소비시설, 도시기반시설 등)가 과잉되거나 낙후되면 도시는 스스로 쌓아올린 ‘도시 문제’에 직면한다.

   
 
서울의 총체적 난국, 인구도 개발도 도시문제도 포화에 이르다

우리나라 역시 도시 팽창 과정에서 도시 사회 내 여러 문제를 낳게 됐는데, 가장 급속한 도시 팽창 양상을 보인 서울의 경우 심각한 ‘주택 공급 문제(이하 주택 문제)’에 직면했다. 1950년대, 도시로 유입되는 인구 가운데 3분의 2가 서울로 전입했을 정도로 서울의 인구 팽창은 폭발적이었다. 1955년 157만에 머물던 서울의 인구는 1970년에 540만으로 4배 이상 증가했고, 1992년 서울 인구는 1,096만에 이르렀다. 세계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인구 증가 현상이 우리나라 서울에서 발생했던 것이다.

그러나 증가하는 인구에 발을 맞춰 주택이 공급되지는 못했다. 1960년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53.8%에 불과했다. 1980년대까지 서울 내 인구분산을 유도하고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CBD(중심업무지구, 중구와 종로구 일대), 영등포 개발에 착수했지만 서울의 폭발적인 인구 집중 현상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동시에 구(舊) 서울 지역에서 벗어나 강남으로까지 발을 넓혀가며 택지 개발과 주택 공급에 집중했으나 인구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택지가 부족했다. 강남 개발까지 완료된 시점에서 서울은 인구도, 개발도, 도시문제도 포화에 이른 상태였다.

서울 도시 문제의 해결책으로 등장한 한국판 신(新)도시 개발론

인구 집중으로 인해 주택 문제 등 서울의 도시 문제가 심화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서울의 인구를 외곽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서울 외 지역에 새로운 택지를 개발하는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택지 개발 후보지에 대한 관심은 서울 인근의 수도권 지역에 쏠렸다. 그리고 1989년, 서울의 인구 과밀과 그로 인한 주택의 가격상승·부족 문제가 정점에 이르자 정부는 분당, 일산, 중동 등 수도권 5개 지역에서의 택지 개발에 착수했다. 이른바 1기 신도시로 불리는 새로운 도시 개념이 정립되는 순간으로, 한국판 신(新)도시 등장의 서막이었다.

   
▲ 신도시의 불빛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신도시 대부분은 주거 기능을 핵심적으로 수행한다.

주택 문제의 악순환 속에서 세 번 태어난 신도시

서울의 도시 문제, 즉 대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신도시는 서울이 안고 있는 주택 문제를 통제하는 최후의 보루와 같은 존재였다. 1992년 개발이 끝난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는 29만 2000가구, 총 117만에 달하는 인구가 입주하는 대규모 주거단지의 성격을 띠었는데, 신도시 개발의 성격을 ‘주거’에 대부분 할애했다는 점에서 당시 국가가 당면한 주택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기 신도시 개발은 여러모로 의의를 지니는데, 주택의 대규모 공급을 통해 서울이 당면한 주택 가격 폭등 문제와 주택 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특히 분당의 경우, 입주 세대인 34,333세대 중 73%에 달하는 24,087세대가 서울에서 전입했을 정도로 서울에 과잉된 인구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신도시 개발이 어디까지 대도시 문제의 ‘임시방편적’ 해결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90년대 후반 경기 침체 이후 2000년대 초반 서울의 부동산 값이 폭등하는 등 서울의 주택난이 다시금 대두되자 정부는 또 다시 신도시 건설의 필요성을 느끼고 2기 신도시 개발에 착수했다. 수도권의 동탄, 광교, 판교 등이 개발 대상지에 선정돼 1기 신도시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주택 공급에 나섰으나, 역시 주택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임시적 성격이 강했다.

또한 2기 신도시 대부 분의 지역이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어, 서울과의 접근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여기에 더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작년부터 올해에 걸쳐 정부에서는 인천 계양, 하남 교산, 과천 등을 3기 신도시로 선정한 상태다. 3기 신도시 개발이 완료되면 우리나라의 신도시는 주택문제 악순환의 역사 속에서 세 번을 다시 태어난 셈이 된다.

주택으로 선 신도시인가 도시로 선 신도시인가

‘급속한 경제 성장’, ‘성장을 위한 효율적 국토 개발’, ‘그에 따른 인구 과밀과 대도시화’. 60년대부터 지금까지 우리사회가 걸어온 일련의 과정이자 개발 정책의 기틀이다. 우리나라의 도시는 이러한 정책적 기조를 바탕으로 정체성을 형성해왔다.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주택 문제 역시, 성장과 그를 위한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도시적 기틀에서 발생한 도시의 산물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신도시 개념은 이러한 사회적 현실 속에서 대도시와 대도시의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정립됐다. 당장 우리나라 신도시가 주거 기능을 최우선의 목표로 개발됐다는 측면에서 한국판 신도시는 오롯이 주택으로 선 도시, 즉 침상도시(dormitory suburb)로 비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판 신도시가 주택으로 선 도시라면, 최초로 신도시의 개념을 정립한 영국의 도시계획가 하워드(E. Howard)의 신도시는 도시적 본질에 초점을 맞춘 도시였다. 그는 대도시의 공업화와 인구집중을 통제하기 위해 교외에 전원적 자연환경과 주거공간이 어우러진 이른바 ‘전원도시’를 신도시(New Town)로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신도시에 필요한 요소로 도시 외곽의 녹지 확보, 산업시설과 농지의 확보를 핵심으로 제시하며 주거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생산·소비 기능이 함께 공존하는 ‘자급자족’의 도시를 이상적인 신도시의 모습으로 보았다. 주거 기능만을 핵심적으로 수행하는 오늘날 대부분의 한국 신도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도시다. 그가 제시한 전원도시의 모습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는 일정 부분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존재할 수 있으나, 그가 주장한 ‘자급자족적 도시’, ‘경제적 효율성이 아닌 인간 삶의 공간으로서의 도시적 본질’의 가치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지난 60년의 개발 기조가 경제적 효용으로 대변되는 주거와 주택에 기반한 것이었다면, 신도시 개발을 비롯한 앞으로의 국토 개발에는 이러한 도시적 본질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舊)도시를 위한 신(新)도시가 아닌, 구도시가 잃은 도시적 본질을 회복하는 신도시가 그 이름에 부합하는 개념이 아닐까.


참고: 이한형,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신도시개발정책에 관한 연구: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2004.


글·사진_ 성기태 기자 gitaeuhjin033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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