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됐다. 달력은 ‘더위가 가신다’는 뜻의 처서를 지나 ‘흰 이슬이 내리는’ 백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한낮에는 아직 덥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시기가 됐다. 캠퍼스에도 개강이 찾아왔다. 잠시 내려놓았던 펜을 다시 들 때가 왔다.

거리에는 꽃이 피고, 캠퍼스에 새내기들이 찾아오던 봄을 기억한다. 학교에 처음 입학하고 만개한 개나리 옆을 지나가던 때를 생각한다. 입학식과 새로운 학기가 있던 3월은 ‘시작의 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다른 개강의 달인 9월은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찌는 여름 동안 조용해졌던 캠퍼스가 다시 붐비기 시작하고, 오랜만에 맞이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달. 비록 새로운 연도가 시작되는 1월이나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만큼은 아니지만, 새 학기를 맞이해 새로운 다짐을 갖게 되는 달. 이런 점에서 9월은 자신의 부족했던 점을 돌아보고 다시 시작할 기회가 주어지는 ‘새로운 시작의 달’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출발이 기다리고 있는 3월과 9월의 차이점은 익숙함에 있다. 3월에는 모든 것이 낯선 나머지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새내기들의 경우, 새로이 맞이한 캠퍼스는 한편으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고등학생에서 벗어나 새롭게 맞이하는 인간관계에 불안함을 느끼게 될 수도 있고, 예전과는 다른 대학의 공부 방식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새내기들도 많다. 소위 ‘헌내기’라 불리는 기존 재학생들도 새롭게 출발하는 때에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때로는 의욕이 앞서 많은 일을 벌였다가 감당하지 못하게 되는 일도 있다.

하지만 9월이 되고 대학 생활에 익숙해졌을 때는 3월에 느꼈던 두려움도 어느 정도 줄어든다. 비록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적어지지만, 반대로 기존에 해오던 일에 더 깊이 있게 심취하는 사람들도 많다. 생각과는 달리 자신에게 잘 맞지 않았던 일도 그동안 쌓인 경험을 통해 바꿔나가거나, 혹은 아예 멈출 수 있게 되는 것도 이즈음이지 않나 싶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고 있다. 작년 이맘때에도 맞이했을 가을바람이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오랜만에 맞이한 것만이 새로움의 이유는 아닌 것 같다. 가을바람이 새로운 이유는 가을바람과 같이 불어올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 아닐까?

 2학기를 맞이한 우리 모두에게도 새로운 2학기와 함께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를 고대한다.


이정혁 보도부장
coconutchips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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