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리뷰 SI:REVIEW

 2019년 2학기를 맞아 서울시립대신문 교양 면에 큰 변화가 생겼다. 기존에 있었던 코너인 ‘책다방’과 ‘영화다방’ 코너가 사라지고 대신 ‘SI:REVIEW(시:리뷰)’ 라는 코너가 새로 만들어졌다.
SI:REVIEW는 기존에 다뤘던 책과 영화 장르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길고양이들을 비롯해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리뷰를 싣고자 한다. 야심차게 준비한 SI:REVIEW, 앞으로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편집자주

▲ 프란츠 카프카, 『소송』, 권혁준 역, 문학동네, 2010
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아침 흉측한 벌레가 돼 잠자리에서 깨어난다는 기괴한 설정을 바탕으로 시작된다. 그레고르의 가족들은 처음에는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를 이해하고 신경을 써주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점점 아무런 사회활동도 하지 않고 방안에 틀어박혀 있는 그레고르를 짐처럼 여기기 시작한다. 그레고르는 결국 자신의 아버지가 던진 사과가 등에 박힌 채, 서서히 죽는다. 

물론 현실에서 누군가가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한 마리 벌레로 변해있는 것을 발견할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이 소설에서 정말로 섬뜩한 것은 바퀴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 잠자가 아니라, 경제적 능력의 상실이 가족관계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레고르의 가족들에게 그레고르가 정말로 ‘벌레’로 보이기 시작한 시점은 그레고르가 회사에서 해고됐을 때 였는지도 모른다.

「변신」에서 나타난 섬뜩한 현실은 「소송」에서 한층 더 그로테스크해진다. 어느 날, 요제프 K는 아무 이유없이 형사 둘에게 자신이 체포됐음을 통지받는다. 그는 자신이 왜 체포됐는지, 죄목이 무엇인지 묻지만 형사들은 그저 K가 체포됐다는 말을 반복한다. 요제프는 변호사와 조력자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려고 발버둥치지만 그는 결국 체포 1년 만에 사형에 처해진다. 요제프 K는 최선을 다해 자신을 변호하지만 그 과정이 예정된 사형집행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독자가 느끼는 감정은 ‘무력감’일 것이다. K가 자신의 무죄를 항변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복잡한 절차들은 개인이 시스템에 대항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관료주의적 시스템이 얼마나 비인간적일 수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소설을 끝까지 읽어봐도 요제프 K가 어떤 죄목으로 기소됐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원인은 없이 참혹한 결과만 있는 셈이다. 인과응보라는 말은 뚜렷한 인과관계가 존재할 때 성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직장에 들어간다’, ‘성실하게 일하면 보상받는다’와 같은 말에는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가정이 깔려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정말로 뚜렷한 인과관계로 맺어져 있을까. 「소송」은 원인과 결과라는 단순한 도식을 채택하는 대신 의도와 결과가 엇나가는 복잡한 미로를 독자에게 보여준다.


김세훈 기자 shkim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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