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성적 공개와 이의신청 제도 마련 돼야


종강 후 며칠 뒤 와이즈에는 한 학기의 결과가 올라온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 결과가 공정하게 부여됐다고 ‘믿어야’ 한다. 수강과목점수조회 페이지에는 평점만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세부성적을 확인하기 위한 칸은 있지만 이 칸이 채워지는 일은 거의 없다.

세부성적 공개는 학생의 권리

학생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알 권리가 있다. 하지만 세부성적이 잘 공개되지 않으면 학생들은 자신의 학점이 공정하게 산출됐는지 알기가 어렵다. 총학생회가 지난 7월 공개한 ‘세부성적 기입에 대한 설문 결과 보고’에 의하면 세부성적이 공개된 과목의 수가 3개를 넘는다는 답변이 14.6%에 불과했다.

학생들은 세부성적 공개가 의무화되길 원하고 있다. 총학생회가 실시한 ‘세부성적 공개 의무화 지지 서명’에 639명 중 단 3명을 제외한 636명이 세부성적 공개 의무화에 찬성했다. 학생들은 이번 서명에서 세부성적이 공개되면 학점에 대한 신뢰가 생길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학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총학생회장은 “교권이란 단어는 비단 교육을 할 권리를 뜻하는 것만이 아니라 교육을 받을 권리 또한 의미한다”며 “교수님의 교권이 보장되는 만큼 학생들의 교권 또한 보장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하며 세부성적 공개를 촉구했다.

교무과에서는 세부성적을 공개한 교수에게 평가점수에 가점을 주는 등 세부성적 공개를 장려하고 있다. 황은성 교수회장은 “아직 많은 교수가 세부성적 공개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에 대해 모르고 있다”며 “대학평의원회와 교수회에서 앞으로 논의해 나가야 할 사항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세부성적을 공개하고 있는 교통공학과 김도경 교수는 “세부성적을 공개한 뒤로 학생들의 이의제기가 확실히 줄어들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전산에 입력조차 되지 않는 세부성적

세부성적이 학생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우리대학은 교수가 세부성적을 전산에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교무과에 따르면 세부성적을 입력하는 강의는 전체강의의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의 강의는 세부성적을 교수만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 또한 문제다. 세부성적을 교수가 임의로 바꿀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지난 학기, 경영학부 A강의를 들은 수강생 B씨는 학점이 자신의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B씨는 해당 강의를 담당했던 시간강사인 C교수에게 성적 확인 이메일을 보냈고 1회 결석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자신이 결석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그는 C교수와 수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마지막 메일에서 성적을 한 번 더 점검하겠다는 답과 함께 평점이 한 등급 낮아졌다. 이후 한차례 이메일을 더 보냈지만, 이번에는 아무 답변 없이 평점이 한 등급 더 낮아졌다.

B씨는 과사무실에 항의해 학과장 교수가 C교수에게 요청하고서야 세부성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확인한 세부성적에는 이상한 점이 있었다. 수업시간에 교수는 태도점수는 출석점수와 동일하게 부여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확인한 세부성적에는 태도점수가 0점으로 6점인 출석점수보다 현저히 낮게 부여돼 있었다. B씨는 “내 학점을 낮추기 위해 세부성적을 바꾸었다는 의심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의견을 묻기 위해 교수에게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학생 보호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해

또한, 현 제도 아래서 담당 교수가 이의신청을 거부하면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앞서 말한 A강의에서 강승희(경제 15) 씨는 F라는 자신이 이해하기 힘든 학점을 받았다. 과사무실에 문의하여 세부성적을 확인한 결과 강 씨의 태도점수도 출석점수보다 낮았는데 비고란에 ‘수업시간 수업 방해 및 병결 강요’라는 의견이 달려있었다. 강 씨에게는 납득이 되지 않는 내용이라 이와 관련하여 교수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다. 학과사무실에 문의하여 부학장과 면담도 가져 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억울한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과에서 해 줄 수 있는 방안은 없고 교수의 재량에 달려있는 문제’라는 원론적인 답변뿐이었다.

학점은 담당 교수에게 모든 재량이 있다. 이 때문에 학점에 이의가 있을 때 담당 교수가 면담조차 거부하면 더 이상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의신청에 있어서 학생을 보호할 제도적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이의신청에 교수가 적극적으로 답변을 하지 않는 것 이외에도 학생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항은 이뿐만이 아니다. 성적 이의신청을 하지 말라는 압박을 넣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교수가 수업 도중 성적 이의신청을 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말을 했다는 사실도 제보를 통해 들어오기도 했다.

우리대학 학사내규 42조 2항에 의하면 ‘매 학기 성적표는 학생이 직접 인터넷으로 성적을 열람할 수 있고 소속 대학 행정실에 문의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주체가 학점의 담당자인 교수가 아니라 행정실이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 우리대학 법학전문대학원 시행세칙 67조에는 ‘부여된 성적에 이의가 있는 학생은 정해진 기간에 교과목 담당교수에게 평가내역의 열람을 신청할 수 있다’라고 성적 확인의 주체로 교수를 직접 언급하여 혼란을 방지하고 있다. 이 규칙을 학사내규에까지 적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학기 초 제공한 강의계획서에 있던 평가방식과 실제로 적용되는 평가방식이 다른 경우도 불만으로 제기된다. 평가방식이 임의로 변경된다면 학생들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강의계획서를 명시하는 학사내규가 없어 규정의 공백이 우려된다.


최강록 기자 rkdfhr123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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