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거짓의 대가는 단순히 거짓을 진실로 착각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대가는 거짓에 갇혀 진정한 진실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 드라마 <체르노빌> 1화, 발레리 레가소프의 대사

드라마 <체르노빌>은 총 5편에 걸쳐 지난 1986년 4월 소련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의 국경도시 프리피야티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이하 체르노빌 사고)를 다룬다. 이 드라마는 사고의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히 당시 현실에 맞추어 만들어졌다. 소방서에 신고된 전화나 프리피야티 주민들에게 전달된 대피 방송은 실제 녹음된 내용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일반적인 드라마와는 달리 <체르노빌>은 실제 사고를 다루고 있다.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 발생 이전까지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대명사로 통했던 만큼 많은 사람이 그 결말에 대해 알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현실을 주제로 만들었기 때문일까? <체르노빌>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나오는 긴장감은 다른 드라마보다 더 팽팽하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또한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당장 우리에게 소련 서기장으로 익숙한 고르바초프가 등장할 뿐만 아니라, 주인공 또한 당시 체르노빌 사고 조사위원장이었던 발레리 레가소프(1936~1988)를 모델로 각색했다.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한 소련 과학자들을 상징하는 과학자 울라나 호뮤크를 제외한 다른 주요 등장인물 또한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각색했다.

▲ <체르노빌>, 요한렌크, 미국 HBO, 2019

영상화 과정에서 약간의 극적인 요소가 가미됐지만, 거짓의 대가로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변하지 않는다. 체르노빌 사고를 처리하기 위해 사망한 인원은 2만 5천명에 달한다. 드라마 안에서도 방사능 사고라는 것을 통보받지 못하고 불을 끄러 갔다 급성 피폭 증상을 보이는 소방관의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의 진실 은폐로 인해 잘못된 기계가 배송돼 사고 처리가 늦어지기도 한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드라마  <체르노빌>이 나오기까지 33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거짓에 갇혀 진실을 알지 못하게 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오히려 정보의 홍수 속에 수많은 거짓들이 범람하고 있다. 진정한 진실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정혁 기자 coconutchips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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