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우수작 소감

 
촘촘히 들어선 아파트들에는 빼곡한 창문이 박혀 있습니다. 똑같은 크기에 하나같이 초록색 선팅이 짙은 창문들. 낮에 그 창문들을 본다면 어느 게 어느 집인지 구분하기 힘들지만, 어둠이 찾아오면 각자 다른 조명을 달고 각자 다른 빛으로 하나둘 차오릅니다. 창문 하나하나마다 다른 가족들이 들어 있고, 저마다 집안 사정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장녀라 그런지 평소 ‘가족’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저의 가족에 대해 크고 작은 고민을 늘 갖고 있었지만, 이 얘기를 밖에 나와서는 꺼내지 않습니다. 그러다 종종 친구들의 가정사에 대한 고민 상담을 들어주곤 했는데, 그들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더라면 평생 몰랐을 일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자각하고 나니 교실에 앉아있는 친구들이 아파트 창문 칸칸마다 들어가 있는 모습이 떠오르며 교실 속 풍경에 이질감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코코넛 껍질 같은 집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오면 껍질 속의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고 많은 코코넛 중에 한 코코넛 안에 사는 ‘민주’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가족 여행으로 갔던 태국에서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굵직한 주제를 갖고 줄기를 뻗었습니다. 평소 의문을 품고 있던 주제라서 그런지 주인공과 함께 고민하느라 이입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글을 써내려가고 다듬으며 주제에 대한 저의 생각도 정리할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종 퇴고를 마치고 글을 봉투에 넣어 봉했을 때, 함께 고민해온 글 속의 인물들과 이별을 하는 것 같아 섭섭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비록 완벽한 글은 아니지만 써내려간 과정에 의의를 두고, 또 이 과정을 인정받은 것에 만족합니다.

항상 제가 가는 길을 응원해주시는 부모님 감사합니다. 저를 지지하고 가르쳐주시는 김지현 선생님과 윤미리 선생님께도 감사하다고 하고 싶습니다. 글에 대한 격려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글을 쓰겠습니다.


정승연(광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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