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당선작 소감

 
마음이 여려서 자주 운다고 생각했는데 독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여전히 시를 쓰고 있다는 걸 보면요. 어렸을 때 저는 창밖을 바라보며 피터팬을 기다리는 아이였습니다. 주인공이 될 거라고 막연히 믿었습니다. 그래서 문학을 택하게 된 건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과 달라지고 싶어서요.

시를 쓰겠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과연 제가 쓰는 사람이어도 되는지 자주 의심스러웠습니다. 저는 온통 비문투성이였습니다. 다른 사람과 저를 비교하고,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새벽 내내 한 편도 쓰지 못하는 저를 보고 있으면 끝없이 우울해졌습니다.

그때마다 문학을 시작한 이유를 떠올렸습니다. 무엇이 쓰고 싶고, 어떤 목소리로 어떤 말을 계속하고 싶은 건지. 저는 낮은 곳의 이야기를 계속 쓰고 싶었습니다.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더 집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감꽃이라는 시 역시 그런 마음으로 완성된 작품입니다. 그런 제 마음이 읽는 이로 하여금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제 시는 아직 미성숙하고 부족하지만 저는 계속 쓰는 사람으로 남아있고 싶습니다. 제 시를 읽어주시고 이 상을 주신 심사위원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행간 사이의 호흡을 알려주신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문학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 고맙습니다. 민지야 언젠가 너가 해준 말처럼 시를 쓰는 건 외로운 일이지만 너가 있어 다행이다.

세기말이 찾아오기 전까지 시를 쓰는 유일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양주고 김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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