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당선작 소감

 
터미널에 서 있습니다. 오래되고 분주한 곳입니다. 어묵 한 꼬치를 사들고 앉아 전광판 속의 떠나거나 도착하는 버스의 번호를 살핍니다. 사람들은 바쁘게 어디론가 향합니다. 터미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습니다.

‘터미널’은 오래 붙잡고 있던 소설입니다. 원고지 10매 분량의 짧은 콩트에서 단편소설로 바뀌기까지 수많은 은주와 경숙을 만나고 또 떠나보냈습니다. 이야기를 쓰면 쓸수록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을 구분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터미널은 지난 시절의 나이고, 떠난 인연이며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삶의 어떤 시기입니다. 소설이 당선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번 허벅지를 꼬집었습니다. 수상 소감을 쓰는 지금도 누군가가 타게 될 버스 번호를 들여다보듯 먼 곳의 이야기를 하는 기분입니다.

오랜 습관처럼 저와 제 글을 믿지 못했습니다. 당선된 뒤 친구 몇몇에게 왜 수상했는데 이야기하지 않았냐는 핀잔을 들었습니다. 얼버무리며 웃어넘겼지만 뒤통수를 맞은 듯 정신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만큼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혼자 텅 빈 터미널에 남아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저를 언제나 믿고 묵묵히 기다려주신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3년 동안 제 버팀목이 되어 주신 김다미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끝까지 좋은 글이라고 이야기해주신 소설로 큰 상을 받았습니다. 저도 믿지 못하는 제 글을 유일하게 믿어주신 선생님이 계셨기에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문예창작과 34기 친구들, 소설 A파트 친구들 고맙습니다. 온통 하얗고 네모난 전공실에서 들려오는 타자소리나 웃음소리를 들으며 터미널에서 또 다른 터미널로, 혹은 알 수 없는 어딘가로 나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서툴게 쓴 수상소감을 가장 먼저 읽어준 주현, 현정 고마워. 지금쯤 어딘가의 터미널을 거쳐가고 있을 은주와 경숙에게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오래 붙들고 있던 소설을 이제 놓아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터미널을 떠나는 첫 발자국에 힘을 실어 주신 서울시립대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안양예고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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