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흘러 올해에도 가을의 문턱에서 서울시립대문화상 시 부문 수상작들을 세상에 내보낸다. 매번 느꼈던 바이지만, 서울시립대문화상 제도의 연륜이 어느 정도 쌓여가서 그런지 이번 본 심사에 오른 작품들 또한 그 수준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 심사자가 난감해 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김예림의 「감꽃」을 당선작으로, 김민지의 「지독한 장마」를 우수작으로, 그리고 이도연의 「새벽을 연다」와 이윤서의 「가스검침원」을 가작으로 선정하였다.

시는 대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응축된 언어로 담아내기에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주관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장르라고들 말한다. 그래서 시의 언어에는 누군가의 신념이, 깨달음이, 그리고 희로애락이 곧잘 어려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려 있다’에 시사되어 있는 것처럼, 좋은 시에서의 언어는 신념이나 깨달음이나 희로애락을 쥐어 짜내는 차원의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그런 것들이 자신의 내면에서 한 번 더 걸러지고 승화되는 차원의 것, 그래서 대상을 상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그 대상과 내적으로 일체를 이루거나 그 대상을 뛰어 넘는 차원의 것이 아닐까 싶다.

당선작으로 선정된 「감꽃」은 ‘감꽃’을 대상으로 하여 가족의 근심과 관련된 생각과 느낌을 매우 감각적인 언어로 담아낸 작품이다. ‘가족’과 관련된 내면의 근심을 ‘감꽃’에 대한 감각적 체험으로 걸려내고, 그 ‘감꽃’에 어린 근심을 또 ‘대봉감’과 관련지어 승화시켜 내고 있다. 그래서 작품의 통일성 면에서는 아쉬움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감각적 언어로 응축해 내는 역량을 높이 평가하여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당선작을 비롯하여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응모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내며, 좋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수상의 영예를 안지 못한 그 밖의 응모자들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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