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예심을 거쳐 넘어온 작품은 모두 16편이었다. 두 가지 측면에 유의하면서 그 작품들을 읽었다. 한 가지는 그 작품을 쓴 학생들이 삶과 인간에 대하여 관찰하고 탐색하고 고민함에 있어 얼마만한 깊이를 보여주었는가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그러한 사유의 성과를 소설의 언어로 표현함에 있어 얼마만한 기량을 보여주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16명의 학생들 가운데 대부분이 그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독자로서 작품들과 만날 때에는 이것이 다행스러운 일임을 인정하는 데 주저할 필요가 없었지만, 심사자로 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것이 곤혹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작품들 사이의 우열을 가리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터미널」을 당선작으로 결정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나, 나머지 15편 가운데서 우수작과 가작을 가려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한참 고심한 끝에, 결국 「코코넛 가족」을 우수작으로, 또 「코스프레」와 「마이 디스카운트 아카데미」를 가작으로 결정하였다.

「터미널」을 쓴 학생은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 언어 구사에 있어서의 숙련도, 현실의 세부적 면모들에 대한 관찰의 예리함, 구성면에서 독특한 장치를 고안하여 독자의 관심을 유인하는 능력 등 다양한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버스 터미널이라는 공간이 지닌 특징을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소설적 효과를 극대화한 것도 범상치 않은 능력을 입증한다.

「코코넛 가족」은 서간체 소설이라는 형식에 내재된 가능성을 충실히 살린 소설이다. 코코넛과 코코넛 오일이라는 사물이 각각 지닌 특징을 삶에 대한 의미 있는 비유로 끌어올리면서 거기에 작위성을 느끼지 않게 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한편 「코스프레」는 좋은 알레고리 소설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마이 디스카운트 아카데미」는 차분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전개를 통해 인생의 의미 있는 단면을 드러내었다는 점에서, 각각 가작으로 선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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