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남자가 횡단보도를 줄지어 걷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은 대중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한 번쯤이라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인 1969년 찍힌 이 사진은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밴드 ‘비틀즈’의 「애비 로드(Abbey Road)」의 앨범 커버가 됐다.

50년 전 정확히 오늘 발매된 「애비 로드」는 비틀즈가 가장 마지막으로 작업한 앨범이다. 당시 비틀즈 멤버 간의 갈등은 극에 달했기 때문에 이들은 잠정적으로 해체를 합의했던 상황이었다. 역설적으로 작업 당시 촬영된 사진을 보면 서로 웃으면서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멤버 모두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 것을 알았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가벼웠던 것 같다.

▲ ‘비틀즈’ 「애비 로드」의 앨범커버. 오늘날 비틀즈를 대표하는 사진 중 하나다.
이들의 마지막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곡은 바로 <The End>이다. 8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비틀즈는 곡 말미에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전파한다. “끝에 가서는, 내가 받은 사랑은 내가 준 사랑과 같습니다”.

 「애비 로드」의 매력적인 점 중 하나는 이 음반의 ‘명곡’이라고 할 수 있는 곡 두 개가 모두 조지 해리슨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의 음악적 능력은 그동안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라는 거목의 그늘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그러나 <Something>과 <Here Comes the Sun>은 그 또한 음악의 ‘천재’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곡이다.

다시 앨범 커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본래 비틀즈 멤버들은 히말라야에서 앨범 커버를 촬영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이 계획은 취소돼 녹음실 앞 횡단보도에서 대충(?) 촬영했다고 한다. 이 사진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이 됐고 녹음실의 이름마저도 EMI 스튜디오에서 애비 로드 스튜디오로 바뀌었다. 지금도 수많은 비틀즈 팬들은 이 횡단보도를 걷기 위해 런던을 찾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비틀즈 노래 중 <Yesterday>를 떠올리며 비틀즈가 ‘올드’한 음악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 당장 「애비 로드」를 들어보길 바란다. ‘힙’한 가사와 톡톡 튀는 사운드가 당신의 선입견을 단박에 깨뜨려 줄 것이다.


한승찬 객원기자 hsc703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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