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나 주문한 물품이 도착했다는 문자메시지는 우리를 가장 즐겁게 하는 것 중 하나다. 택배는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고, 물류 산업도 해마다 크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편의를 즐기는 동안 택배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과 더불어 쏟아지는 물량을 배송하기 위해 분초를 다투며 일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8월 2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 사각지대에 놓인 택배 노동자를 위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이하 생활물류서비스법)을 대표 발의했다. 택배 회사 측은 이번 법안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했고 택배 노동자는 하루빨리 법안이 제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편집자주-

법률전문가의 시선으로

지난 8월 2일 발의된 생활물류서비스법안에 대해 법률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자 우리대학 법학전문대학원 노상헌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택배 노동자의 개인사업자 구조에 관해 설명해 줄 수 있는가
노상헌 교수(이하 노 교수):
대부분의 노동자는 일을 해 소득을 얻게 되면 세금을 내고 사회보험에 가입한다. 법률상 ‘근로자’(이하 근로자)의 경우, 근로소득세를 내고 직장가입자로 4대 사회보험에 가입한다. 그런데 택배 회사는 업무위탁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택배 노동자에게만 업무를 위탁한다. 이에 택배 노동자는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소득에 대한 사업소득세를 내고, 지역가입자로 사회보장제도에 가입한다.

택배 노동자는 개인사업자라는 특수 고용 형태로 인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들이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방법은 없는가
노 교수: 노동법에서 근로자란 일반적으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를 의미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란 사용자의 업무지시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택배 회사는 택배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던 형태에서 택배 노동자가 배달하는 수량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하는 위탁계약으로 고용방법을 변경했다. 택배회사가 직접 고용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고자 업무를 외주화하더라도 이는 영업의 자유로서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
택배 노동자와 같이 서비스산업의 발달, 생산체계의 변화, 정보기술의 보급, 산업구조의 변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에 따른 고용 형태의 다변화로 근로자가 아닌 취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 완전한 자영업자도 아니고,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도 아닌 취업자를 산업재해 보험법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수고용직 종사자)로 규정한다. 이 법에 따라 일부 노동법을 적용받는다. 다시 말하면, 택배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가입할 권리가 보장되고, 사회보장제도 일부는 적용되고 있으나 택배 회사의 비협조로 실제 적용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번에 발의된 생활물류서비스법안이란 무엇인가
노 교수: 택배 서비스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법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의 효율적 관리가 목적으로 현재 우리가 이용하는 택배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택배 같은 ‘생활 물류’는 화물 운송과 달리 홈쇼핑, 모바일 쇼핑 등 정보통신과 플랫폼으로 연결돼 새로운 유통산업으로 불릴 만큼 그 역할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 노동자는 법적으로 화물 운송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아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우선 택배회사는 택배 업무를 업무위탁으로 외주화 해 택배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아닌 택배 노동자에 대해 대기업은 책임을 회피하고, 대리점은 택배 수수료를 깎는다. 택배기사는 수입 감소를 메우기 위해 시간당 배송을 늘려야 하는 경쟁적 상황에 처한다. 이에 배송 서비스 질 저하와 안전 문제가 생긴다.
이러한 배경에서 지난 8월 2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생활물류서비스법을 대표 발의해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했다. 산업육성을 위한 법인지,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한 법인지에 관해서는 여러 논의가 있다. 그렇지만 법이 △배송 서비스 개선 △소비자 보호 △종사자 처우개선 및 보호 △배송산업 발전 등을 담고 있어 소비자와 서비스제공자가 상생하도록 하고 편익을 증대시키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생활 물류란 무엇인지, 물류 종사자는 누구인지, 이해당사자의 요구사항을 어떻게 조정해 법에 규정할지 등 입법까지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택배노동조합 간부의 시선으로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김진일 교육선전국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택배 노동자의 노동실태와 처우 개선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자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김진일 교육선전국장을 만났다.

택배 노동자들은 회사소속이 아닌 개인사업자인가
김진일 교육선전국장(이하 김 국장): 택배 노동자는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인 특수고용직 종사자다. 택배 회사와 계약한 대리점이 있고, 그 대리점과 택배 노동자가 계약을 맺는 형태다. 개인사업자지만 하루에 배송해야 할 구역과 물량이 정해져 있다.

개인사업자라는 특수 고용 형태로 인해 어려운 점이 있는가
김 국장: 본래 택배 노동자도 회사와 고용 관계를 맺고 있었으나 2000년대 이후 지금과 같은 특수 고용 형태로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로 개입사업자인 택배 노동자는 노동시간과 급여조건 등을 정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법적 노동 시간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택배 물량이 많을 때는 하루에 최대 15시간 근무하기도 한다. 임금 체불에 관한 문제도 있다. 근로자는 고용노동청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특수고용직 종사자인 택배 노동자는 임금과 관련해서 불이익을 받더라도 개인사업자기 때문에 민사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

‘공짜노동’이라고 불리는 분류작업은 무엇인가
김 국장: 오전 7시에 출근하면 보통 7~8시간 동안 분류작업을 해야 한다. 분류작업을 끝내고 거의 오후 2시가 돼야 본격적인 배송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택배 노동자는 건당 수수료를 받고 일하기 때문에 사실상 분류작업을 하는 시간에 대해서는 대가를 받지 못한다. 앞서 말했듯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근무 시간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처지를 악용하는 것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고용안정이 안돼 있다보니 사용자의 부당한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

건당 수수료는 얼마 정도인가
김 국장: 보통 택배 한 건당 700원에서 800원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크기가 크고 무거운 배송 물품의 경우 배송비를 1천원 정도 더 받지만 대리점장들이 추가 수수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서 택배기사들이 이를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에도 몇백 개씩 물품을 배송하기 때문에 그중에 무거운 물품이 몇 개인지 따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비용이 제대로 입금되는지도 일일이 챙기기 어려워 이 구조를 악용한다고 볼 수 있다.

생활물류서비스법 발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 국장: 택배 노동자가 법적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생활물류서비스법’을 제정하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노동자들이 실제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되고, 택배 노동자의 노동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이번 발의를 환영한다. 택배 회사는 자신들의 보호 의무와 과잉제재를 담고 있다며 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 법이 택배 노동자의 권리 실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8월 16~17일, ‘택배 없는 날’이 처음 시행됐는데 앞으로 정착되는 것인가
김 국장: 택배 노동자는 주 6일, 하루 평균 13시간에 달하는 고강도 장시간 노동을 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연차 휴가를 보장받지 못한다. 아프거나 상을 당하는 등 불가피하게 쉬어야 하는 경우에는 개인이 웃돈을 주고 대타를 구하거나 같은 배송 지역을 담당하는 택배 노동자와 일종의 품앗이를 해야만 쉴 수 있다. 이번 ‘택배 없는 날’은 한 달 전부터 택배회사 측에 주장해 얻어낸 휴가다. 택배 노동자에게 휴식이 보장되려면 이런 택배 없는 날의 실현이 중요하다.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택배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계속해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글·사진_ 신유정 수습기자 tlsdbwjd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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