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 대한민국에서 일본을 표현할 때 으레 써왔던 표현이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서는 ‘멀고도 먼 나라’라는 표현이 더 정확해 보인다. 정치·역사·경제적으로 깊어진 감정의 골이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한지 약 두 달이 지났다. 이 시점에서 서울시립대신문은 우리대학 내 구성원이 생각하는 한일관계에 대해 짚어보고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우리대학 내 구성원에게 ‘일본제품 불매운동 및 한일관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해 진행했다. 응답자는 총 187명으로 남성 58.8%(110명), 여성 41.2%(77명)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시작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1일 반도체 핵심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리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서 한국 수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규제 이전에는 최대 3년분의 허가를 일괄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규제 강화에 따라 수출 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절차도 복잡해 최대 90일 정도 소요된다. 또한 지난 8월 2일 일본 정부는 군사 분야에 전용될 수 있는 첨단재료 등에 대한 수출 허가신청이 면제되는 ‘화이트 리스트(백색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제 일본업체는 집적회로 등 일본의 안보와 관련된 제품을 수출할 때에도 건별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 정부는 이번 수출 규제 조치는 “수출관리 제도는 신뢰관계를 토대로 하고 있지만 한일간에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황”이라며 “한국과는 신뢰관계를 기초로 한 수출관리가 곤란해졌다”고 밝혔다. 규제 강화의 이유로 ‘한일관계의 신뢰손상’을 들었다는 점에서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조치라고 해석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법원이 ‘전범 기업은 강제노역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그 당시 일본 정부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일본 측 주장은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양국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대법원은 한일청구권협정은 국가 간의 청구권에 대한 논의일 뿐이고 국민 개인의 청구권이 사라진 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치·역사적으로 깊어진 일본과의 갈등이 경제적인 갈등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대응에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생활 곳곳에서 전개되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초기 불매운동은 주로 ‘일본제품을 사지 않겠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인증’하는 방식이었다. 불매운동이 장기화되며 오프라인 등 실생활 곳곳에서 불매운동을 적용시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뱃지나 모자를 착용하고, 소비를 할 때 바코드에 적힌 숫자를 통해 일본 원산지 제품을 피한다. 우리나라 제품의 경우 바코드의 국가코드가 ‘88’이지만 일본은 ‘45’나 ‘49’로 시작한다. 일본 제품 목록과 대체 국산품을 알려주는 ‘노노재팬’ 어플리케이션에는 바코드를 인식하면 일본제품인지에 대해 알려주는 기능도 설치됐다.

62.6%, 응답자의 과반수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찬성

지난 8월 8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발표한 ‘제5차 일본제품 불매운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61.2%가 ‘일제 불매운동에 참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대학 내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어떻게 진행 중일까? 우리대학 내 구성원들은 현재(9월 넷째주)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지는 않지만 과반수가 이 운동에 찬성한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현재(9월 넷째주)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보통이다’라는 답변이 47.1%, ‘관심이 많다’라는 답변이 36.7%, ‘관심이 적다’라는 답변이 12.8%였다. 이들에게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찬성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했을 때 ‘찬성’이 62.6%, ‘모르겠다’가 25.1%, ‘반대’가 12.3%였다.

우리대학 내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찬성(62.6%)한 응답자는 모두 117명이다. 그들에게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찬성하는 주된 이유를 물었을 때 ‘일본의 경제적 보복조치 철회를 위해서’, ‘일본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등 불매운동이 최근 한일관계에 대한 국민들의 대처라는 생각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일본이 싫어서’ 등 반일감정으로 이뤄진 이유들도 소수 있었고, ‘외교 문제는 잘 모르지만 다들 하기 때문에’, ‘언론의 영향 때문에’ 등 분위기에 의해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찬성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불매운동에 찬성하는 응답자에게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보통이다’가 53%, ‘적극적이다’가 35.9%, ‘매우 적극적이다’가 7.7%, ‘적극적이지 않다’가 3.4%였다. 그들이 주로 불매하는 일본제품은 ‘의류(35%)’, ‘식품(23.9%)’, ‘생활용품(17.1%)’, ‘여행상품(12%)’순이었다. 그들은 우리대학 주변에서 불매운동하고 있는 가게나 상품으로 ‘유니클로’, ‘롯데시네마’, ‘세븐일레븐’, ‘올리브영 일제 화장품’ 등을 꼽았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찬성하는 응답자 과반수가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지속기간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와 관련해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언제까지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일본이 경제적 보복조치를 철회할 때까지’라는 답변이 34.2%, ‘한일 역사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라는 답변이 29.9%, ‘경제적 보복 조치에 대해 사과할 때까지’라는 답변이 27.4%였다. 이외에도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 2.7%였다.

12.3%, 경제적 어려움을 걱정해 일본제품 불매운동 반대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반대(12.3%)하는 응답자는 불매운동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걱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반대하는 주된 이유가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에 ‘우리나라 자영업자들도 피해를 입기 때문에’라는 답변이 21.7%, ‘일본이 보복을 해올 시 우리나라 경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라는 답변이 17.4%였다. 한국과 일본, 한국과 미국 등 국제적 관계를 걱정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국제적 관계가 걱정되기 때문에’라는 답변이 13%였다. 이외에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개인의 자유를 애국심이라는 이유로 억압하는 전체주의적 성향이 있기 때문에’, ‘불매운동이 한일관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정치와 경제문제는 별개로 다뤄져야 하기 때문에’ 등의 답변이 있었다.

‘시대’가 보는 앞으로의 한일관계

모든 응답자에게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했을 때, ‘있다’ 69%, ‘없다’ 12.8%다. 이어 ‘분야별로 다르다’, ‘경제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모르겠다’, ‘모르겠다’ 등이 존재했다. 그들에게 ‘앞으로 불매운동 후 한일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 같은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한일관계가 과거사 청산 이후 긍정적 방향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하루 속히 양국 간 과거사 문제와 대립이 해결돼서 국제·경제·안보적으로 협력가능한 국가가 되길 바란다’, ‘이러한 한일관계가 지속된다면 양국 모두 피해가 막심할 것 같다. 진심으로 대화하는 장이 필요하다’ 등이 그 예다. 그러나 한일관계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잇따랐다. ‘한일관계가 개선될 것 같지 않다’ 등이 그에 해당한다. 이외에 ‘한국과 일본 정권 모두 양국 국민들의 감정을 이용해 표를 얻으려고 하고 있다’,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가 될 것이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박은혜 기자 ogdg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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