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2019년 민방위의 날을 맞아 오후 두 시부터 우리대학 내 화재 대피 훈련이 진행됐다. 수업은 별도의 중단조치 없이 이어졌고, 대학본부 등 일부 건물에서만 훈련이 진행됐다. 최은화(융전 19) 씨는 “후문 쪽 등굣길에 화재 대피훈련이 진행될 것이라는 표지판을 발견했다”며 훈련 예정임은 인지했지만 “고등학교 때와 같이 수업이 중지되고 학생들이 전원 대피할 줄 알았는데 수업이 그대로 진행돼 의아했다”고 밝혔다. 25일 화재 대피 훈련은 별도의 집합 없이 진행됐고 심지어 일부 학생들은 민방위의 날인 것조차 알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대학 민방위 화재대피훈련(이하 ‘민방위훈련’) 실태를 비롯한 소방관리 시스템을 살펴봤다.

 

민방위 화재 대피훈련은 수업 통제 어려워

우리대학 총무과 소속 권남훈 예비군 연대장에 따르면, 우리대학 내에서 시행되는 민방위훈련은 교육부와 동대문구청에서 공문을 받아 그때그때 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원칙상 민방위 경보가 발령되면 훈련임을 알리기 위해 시설과 직원이 직접 모든 건물에 위치한 비상벨을 울려서 수업을 전면 중지시켜야한다. 학생들과 교직원 모두 훈련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민방위 훈련 시간이 다가오더라도 훈련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권 연대장은 “우리대학을 비롯한 전국 소재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훈련에 참여시키지 않는 이유는 수업 일수에 차질을 야기할 우려가 있어서 교수들이 협조적으로 임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며 “학생들을 건물 내부에서 외부로 집합시켜야 하는 화재 대피훈련 특성상 통제가 어려운 것도 한몫한다”며 훈련이 원칙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권 연대장은 “학생들이 훈련에 참여하지 않으므로 대학본부 교직원만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중”이라며 “대신에 훈련을 하는 것은 알려야 하므로 안내 방송은 송출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대학 방송국 JBS는 예비군 연대 민방위 담당자로부터 공문을 받아 지난달 25일 오후 두 시부터 20분간 훈련 관련 라디오 방송을 송출했다.

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민방위훈련의 경우 학생들을 일괄적으로 운동장이나 체육관에 집합시키는 것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훈련 진행이 수월하다. 반면 대학교의 경우 학생 전원이 학교에 있는 경우가 드물고 수업 전면 중지가 어려운 만큼 교육부에 민방위훈련 사후보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교육부 역시 대학교에서의 민방위훈련이 원활하지 못함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권 연대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방위 훈련 자체는 전 국민 대상 훈련이므로 일부 항목을 제외한 채 시행하라는 지시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소방관리 시스템은 타 대학교들과 공통적으로 구축돼

민방위 훈련에 이어 우리대학 소방재난시스템은 어떻게 구축돼 있을까. 우리대학 시설과 소방 업무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교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의거해 소방재난시스템이 구성돼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에 따르면 소방 업무 담당자는 안전 관리자를 선임해야하고, 해당 규칙에 따라 매년 시행해야 하는 법적 점검사항이 정해져있다. 사고 발생 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인 만큼 해당 점검사항을 불이행할 시 과태료나 벌금이 청구되거나 심한 경우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대부분의 대학교에서는 위 시행규칙에 의거해 재난 업무를 시행한다. 각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사항은 극히 드물다. 대학별로 개별적인 기준에 따라 화재예방에 대한 조치를 취한다면 법에서 정한 기준에 못 미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더 큰 책임문제나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 시행규칙에 따라 1년에 두 번씩 실제 소방시설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소방종합정밀점검이나 긴급 상황에 대한 대처 혹은 전체적인 운영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작동기능점검 등을 2주에 걸쳐 진행한다. 실제 화재 발생 시 화재기가 이를 감지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지 점검하고 고장이 난 것은 수리를 맡기거나 소방서에 보고한다. 또한 외부 용역 업체와 계약을 맺어 매달 한 두 번씩 소방시설 유지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민방위 훈련과는 별개로 1년에 두 차례 소방훈련도 진행한다. 한 번은 자체적으로 훈련을 시행하고 다른 한 번은 인근 소방서와 연계해 심폐소생술 교육을 진행한다. 소방 훈련 시 학교 전체에 공표하지는 않고 각 건물을 순차적으로 돌아다니며 훈련 상황을 알린다. 수업 중지 여부는 교수 및 학과와 상의해 결정한다.

시설과에서 자체적으로 소방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1년에 두 번씩 진행되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참여율을 높이고자 대동제 기간에 맞춰 교육 일정을 잡았다. 축제 기간에는 주점 부스에서 불을 사용하는 경우가 잦으므로 학생과와 협의해 각 주점마다 한 명 이상을 의무적으로 교육했다. 하반기의 경우 올해 11월로 예정돼있다. 시설과 담당자는 “소방교육은 의무적으로 두 번씩 실시해야 하지만 학생이 강제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사항은 아니므로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해도 관심이 적다”며 “교육을 주말과 휴일이 아닌 평일 오전에 진행해야 하는데 수업 때문에 학생 참여율은 저조하다”고 밝혔다.

대부분 건물 화재로부터 안전, 학생회관 등 일부 건물은 취약한 편

여느 대학과 마찬가지로 우리대학 역시 시행규칙에 의거한 소방관리 시스템이 구축돼 있었다. 우리대학 소방방재학과 윤명오 교수는 “학교는 숙박, 실험, 상가건축, 집회시설 등 다양한 용도가 하나의 집합체로 묶여있으므로 모든 곳에 대한 특성을 알고 움직여야한다”면서 “우리대학처럼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있는 곳은 대부분 저층이므로 피난로가 아주 짧고 명확해 대피에 있어서는 다른 건물에 비해 유리하다”고 밝혔다.

윤 교수에 따르면 우리대학 내 대부분의 건물은 화재로부터 안전지대에 속하지만 화재 시 안전에 취약한 곳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건물이 생활관이다. 취침 중에 화재가 나면 인지하고 행동하기가 힘들뿐더러, 야간에 주취자가 있는 경우가 많아 화재 발생을 인지하기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생활관에서 화재 발생 시 방의 문을 닫아두고 즉시 뛰어나오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여권 등 주요 물품을 담을 수 있는 가방을 상시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화재가 난 뒤 뒤늦게 물품을 챙기려는 행동이 인명피해의 주요한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방을 나오면서 문을 두드리며 화재 상황을 알리되, 대피가 지연되지 않을 정도로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용하는 학생 수에 비해 계단이 좁은 학생회관 지하도 안전지대에 속한 곳은 아니다. 학생회관 지하의 경우 대피할 수 있는 계단의 규모가 국한돼있다. 그러므로 화재 발생 시 사람이 많이 몰릴 수 있으므로 반드시 계단으로 나가야한다는 상식을 버리고 지하 창문으로라도 외부로 나갈 수 있어야한다. 이때 줄 맞춰서 나가는 것은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으므로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윤 교수가 마지막으로 언급한 안전에 취약한 우리대학 건물은 가장 높게 지어진 미래관이다. 미래관의 경우 계단에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이중으로 보호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상시에 계단에 있는 방화문을 열어두면 연기가 유입될 수 있다. 이 경우 대피 중 연기를 흡입해서 부상당할 위험이 있다.

미래관에서 화재가 발생할 시 건물의 옥상으로 나가는 것이 좋다. 단, 연기가 가볍기 때문에 옥상으로 올라갈수록 피난로에 연기가 꽉 차 있을 수 있다. 통로에 연기가 차 있을 때는 절대로 접근하지 말아야한다. 또한 미래관은 2층에 발코니가 위치해있으므로 옥상 이 외에도 화재 시 빠져나갈 피난로가 존재한다. 발코니로 갈 수 있는 쪽은 항상 열려있으므로 미리 길을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미래관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건물 후면이 전부 피난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때는 건물 전면부로 빠져나오거나, 2층 발코니로 대피하거나, 현장에서 상황이 파악될 때까지 대기하는 것이 좋다.


허인영 기자 inyoung32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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