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대학의 존재 목적을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대학은 ‘전문 지식을 가르치고 이를 토대로 사회에 나가기 전 학생의 능력을 최종적으로 평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학은 시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점수를 매긴다. 시험은 이러한 대학의 역할을 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로서 기능한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험이 모든 학생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출문제와 세부성적이 공개되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는 평가의 출발선과 결승선이 투명하게 공개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현금 거래나 학과 선·후배나 소모임, 동아리 등을 통해 공유되는 소위 ‘족보’는 교수의 문제 출제 방식이나 공부 방법, 심지어는 시험의 정답을 담고 있다. 족보를 입수하지 못한 학생은 평가의 출발선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기출문제를 공개해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많은 강의에서 학생들의 세부성적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사실 또한 평가의 투명성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다. 세부성적이 공개되지 않으면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이 어떤 이유로 인해 매겨졌는지 알 수 없다. 지난 학기 말에는 일부 강의에서 교수가 자의적으로 평가 기준을 수정해 특정 학생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의혹과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족보 거래 및 교환은 다시 성행하고 교수가 내린 성적평가에 이의를 제기하는 모습과 이를 제대로 받아주지 않는 모습은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가 제기되더라도 한시적인 논쟁거리에 그칠 뿐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지지는 않는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들의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성적평가라는 대학의 중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기출문제·세부성적 공개는 공정한 성적평가를 위한 필요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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