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영화가 뭐예요?’ 누군가 이렇게 질문한다면 기자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대답할 것이다. <플립(flipped)>이라고. 영화 <플립>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첫사랑을 아름다운 영상미로 전달한다. 한 장면, 장면 모두 우리를 간지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우리에게 ‘솔직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조언한다.

영화는 대비적인 두 인물이 서로에게 첫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줄리’는 스스로에 대해 꾸밈이 없고 솔직하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왈가왈부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타인의 기준’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줄리의 앞집으로 이사 온 ‘브라이스’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다. 브라이스에게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보다 ‘타인의 기준’이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그런 브라이스에게 줄리는 첫눈에 반해버린다. 그의 반짝거리는 눈에 빠져버렸고 그가 ‘자신의 첫키스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된다. 적극적이고 솔직한 줄리는 브라이스를 쫓아다닌다. 당연히 브라이스는 남들과는 다른 줄리가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하는 것이 싫고 친구들의 놀림도 괴롭다.

그들의 쫓고 쫓기는 관계는 여러 사건을 겪으며 점점 변화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브라이스가 일부러 줄리와 앙숙인 여자아이와 사귀는 사건, 줄리가 플라타너스 나무를 지키기 위해 브라이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외면하는 사건 등 각 사건에 대한 줄리와 브라이스의 시각을 모두 보여주며 전개해 나간다.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달걀 사건’이다. 줄리는 마당에서 닭을 키우기 시작한다. 그 닭들은 줄리에게 많은 달걀을 안겨줬다. 줄리는 브라이스에게 자신의 달걀을 나눠준다. 하지만 브라이스는 줄리의 달걀들이 석연찮다. 앞마당이 지저분한 줄리의 집에서 키운 닭이 나은 달걀. 하지만 거절할 용기도 없었던 브라이스는 받은 달걀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 과정을 반복하기를 수십 번. 브라이스는 줄리에게 달걀을 버리던 그 모습을 들켜버린다.

줄리는 브라이스에게 화가 나서 브라이스를 피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브라이스는 자꾸 줄리가 신경쓰인다. 머릿속에서 줄리가 떠나지 않는다. 계속 눈으로 그녀를 쫓던 어느 날 그는 인정하게 된다. ‘나는 줄리를 좋아해’.

그러나 브라이스는 다른 사람에게 줄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힘들어 한다. 그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줄리보다 다른 사람들의 평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브라이스는 줄리의 가족을 험담하는 친구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 모습을 줄리에게 들켜버린다. 브라이스는 이후 솔직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 후회하게 되고, 줄리에게 용서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리의 모습은 줄리보다 브라이스에 가깝다. 솔직하게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은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남들의 시선이 아니라 스스로와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잃지 않는 것이다. 우리 모두 줄리처럼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용기가 필요하다.


박은혜 기자 ogdg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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