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모두의 마음속에는 여우 친구가 하나 살고 있었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두려워했고, 본 적도 없는 바오밥나무를 싫어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에겐 팀플에 함께 괴로워하는 학우들과 우릴 괴롭게 만드는 그래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는 고목들만이 곁에 있을 뿐이다. 어느덧 우리는 어린왕자의 곁에서 멀어져 어른들의 세상에 들어섰다. 이런 시기야말로 다시 한 번 『어린왕자』를 펼쳐 어린왕자를 만나볼 때가 아닐까싶다. 이 냉혹하고 순수함 없는 어른들의 세상을 잠시 잊고 옛 친구의 여행에 다시 동참하는 것은 분명 멋진 일이 될 것이다.

결심했다면 어린왕자의 여정을 다시 따라가 보자. 어린왕자는 장미와 다투고 홀로 여행을 떠난다. 어린왕자는 6개의 별을 방문해 술을 마시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면서도 계속 술을 마시는 술꾼, 계산에만 몰두하는 사업가 등 불쌍한, 혹은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을 만난다. 이후 지구로 향한 어린 왕자는 사하라 사막에 도착해 뱀, 여우, 수많은 장미들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행사를 만나 자신의 여정을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별로 돌아간다.

▲ 생텍쥐페리 저, 김화영 역, 『어린왕자』, 문학동네, 2018.

어릴 적 이 여정을 따라나섰을 때는 사람들과 맺는 관계에 대한 책임감과 소중함을 알게 됐다. 그리고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고 때로는 정말 바보 같다는 공감대를 가졌었다. 『어린왕자』 속 구절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꿈이 됐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습관이 생겼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 다시 펼쳐본 여정에서는 그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떠오름과 동시에 정말로 어른이 돼버렸음이 크게 느껴졌다. 술꾼을 이해하지 못하던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술잔을 들며 공허해하고 사업가처럼 돌아올 숫자계산과 저축에 열중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돼버렸던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던가. 어른의 세상에 가까워졌을 뿐만이 아니라 어른이 돼버렸다. 그렇게 돼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어른이 돼버렸다고 해서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다. 다행히 우리는 어린왕자의 여정을 다시 보며 어린왕자였던 시절을 떠올릴 수 있다. 어리석은 어른을 멀리 보내버리고 현명한 어린왕자를 내면에서 다시 깨울 수 있다. 뱀의 말처럼 사람들 속에서도 외로울지언정 서로를 길들인 진실한 친구를 몇몇 사귈 수도 있다. 종이 속 숫자에 빠졌다가도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책으로, 바다로, 산으로, 무수히 많은 별들로 말이다. 그러니 어른이 된 어린왕자들이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어른이지만 여전히 별을 여행하며 꿈을 꿀 수 있는 어른들이다. 『어린왕자』와 어린왕자 덕분에 말이다.            


이길훈 수습기자 greg030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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