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모르는 남성에게서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영상통화가 걸려온 것이다. 자신의 얼굴은 보여주지 않은 채 A씨를 아는 것처럼 말하던 남성은 어느 날 영상통화를 통해 자신의 자위행위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이 사건 이후 A씨는 밤길을 혼자 다니기 무서워 항상 친구를 동행했고 스토킹이 지속되자 경찰에 남성을 신고했다.

과거에는 이런 사이버 스토킹이 주로 유명인들을 상대로 일어났다. 그런데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가 활성화되면서 A씨의 사례처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버 스토킹의 발생이 증가했다. 이에 본 기사에서는 법률사무소 ‘화윤’의 조윤경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사이버 스토킹에 관해 알아봤다.

 
사이버 공간에서 의도적으로 공포·불안감을 유발

스토킹이란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의도적으로 계속 따라다니면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주는 행동을 말한다. 사이버 스토킹은 스토킹 중에서도 정보통신망, 즉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스토킹이다. 전화, 이메일, 채팅방, 게시판, SNS 등을 이용해 의도와 악의를 가지고 지속적, 반복적으로 공포감·불안감 등을 유발하는 범죄행위가 사이버 스토킹에 해당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스토킹 신고 건수는 2,655건에 달했다. 스토킹의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스토킹으로 인한 피해 역시 증가하고 있다. 최근 다양화된 수법 중에는 SNS를 이용한 사이버 스토킹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사이버 스토킹이 증가하는 이유는 최근 SNS나 블로그 등 인터넷상에서의 개인 활동이 활발해진 것과 관계가 깊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 네티즌의 SNS나 인터넷 게시판, 블로그 활동 기록을 맞춰보면 개인정보가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 변호사는 “SNS 같은 인터넷의 발달로 개인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매개체가 많아지고 사용자가 증가한 것이 스토커들에게 더 유리한 상황이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상에서 이뤄지는 스토킹과는 달라

오프라인 상에서 이뤄지는 스토킹은 보통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접근을 시도해 연애나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기다리기 등으로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말한다. 반면에 사이버 스토킹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부호·문자·음향·화상·영상 등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보내 괴롭히는 것을 일컫는다.

일반 스토커는 피해자와 동일한 지역이나 근방에 존재하지만 사이버 스토커는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존재할 수 있다. 일반 스토커는 피해자에게 실제로 접근하지만 사이버 스토커는 피해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정보통신망 상에서 손쉽게 피해자를 괴롭히거나 위협할 수 있어 발생빈도가 더 높다. 또한 순식간에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스토킹과 차이가 있다.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 반복적으로 행해져야 범죄로 인정돼

사이버 스토킹이 범죄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우선 △스토킹 행위가 전화나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피해자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행위가 지속적, 반복적, 의도적으로 발생하며 이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공포심 또는 불안감을 느끼고 △피해자 본인 또는 가족의 신변에 위협을 느낄만한 행동이어야 한다. 여기서 지속적, 반복적으로 발생한 행위여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조 변호사는 “사이버 스토킹이 범죄로 성립하려면 하루에 7~10번 이상 연락이 지속되고 이런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어져야 수사관들로부터 범죄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망법 외에도 협박죄, 모욕죄 등으로 처벌 가능해

사이버 스토킹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의 처벌 기준에 따른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에서는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정보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행위를 한 자는 정보통신망법 제74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같은 스토킹 행위라고 할지라도 가해자가 실제 어떤 행동을 했느냐에 따라 법문상의 형사처분 죄명은 여러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만약 단순히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자나 메신저 연락, 전화 등을 끊임없이 보내기만한 경우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로 형사처분이 가능하다. 그러나 스토킹 행위에는 피해자를 협박하는 행위가 동반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스토킹에 수반되는 협박은 상습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상습 협박죄의 처벌이 적용될 수도 있다.

피해자의 주변인들에게도 피해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이나 욕설을 전송한 경우라고 한다면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성립된다. 또한 사이버 스토킹 이외에도 직접 피해자를 찾아가 주거지에 들어간 경우라면 주거침입죄, 물리적인 힘을 행사한 경우라면 폭행죄, 어떤 성적 추행이나 성폭행 시도를 한 경우라면 강제추행죄 또는 강간죄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사이버 스토킹 피해를 당했다면 즉시 형사고소 취해야

사이버 스토킹은 주로 사이버 공간 상에 얼굴과 일상이 공개된 사용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SNS 게시물에 많은 개인정보가 노출돼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오프라인 장소까지 찾아오는 등 사이버스토킹이 현실세계의 스토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사이버 스토킹의 피해자가 됐다면 피해 초기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 변호사는 “사이버 스토킹을 당한다면 문자 캡처, 녹취, 동영상 등의 증거를 수집해 그 즉시 형사고소를 진행해야 한다”며 “형법상에서는 범죄행위 시간에 기준을 두고 범죄 여부를 판단하지만 실제 스토킹하다가 멈춘 경우 그 후에 신고한다면 스토킹의 정도가 중하지 않다고 봐 기소유예 정도의 경한 처벌이 내려지거나 처벌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민사적인 방법으로는 접근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인용판결을 받게 되면 상대방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 일반적인 접근금지가처분은 피신청인이 신청인의 50m 이내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다. 사이버 스토킹의 경우에는 정보통신망 매체이용접근금지가처분을 신청해 인용되면 피신청인은 신청인에게 휴대전화, 문자, 전화, 이메일 등 정보 통신망을 이용해 연락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다.

사이버 스토킹으로 인해 피해자가 실질적인 손해를 입거나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면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위자료를 받을 수도 있다. 만약 이런 절차들을 밟지는 않지만 경찰관의 보호를 받고 싶다면 신원보호요청을 할 수도 있다.

사이버 스토킹에 대한 실질적 처벌 어려워

지난해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성인 중 사이버스토킹 피해가 22.2%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10.6%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스토킹 발생 건수는 60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실제 피해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실시한 2018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이버폭력 피해 후 상담·신고센터에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했다는 답변은 전체 피해 응답자 중 5.8%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사이버공간의 특성상 명백한 위협성, 피해자의 분명한 거절 표현 여부 등 정보통신망법 위반 기준 적용이 어려워 단속된 사이버 스토킹의 상당수가 범칙금 10만 원 이하의 경범죄로 다뤄지고 있다. 이런 가해자에 대한 미미한 처벌 때문에 사이버 스토킹에 관한 경찰 신고율이 낮은 실정이다.

게다가 형사 고소, 위자료 청구, 접근금지가처분, 신변보호요청 등 피해자가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이버 스토킹을 비롯한 스토킹의 경우 고소를 취했다가 더 큰 보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위자료 청구 같은 경우에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에서 피해자의 주소가 적힌 소장을 상대방에게 보내기 때문에 법원이 가해자에게 주소를 알려주는 셈이 된다. 이에 조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여러 조언을 할 수 있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단념하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렇듯 사이버 스토킹은 나날이 증가하고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지만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렇기에 사이버 공간의 특성을 고려한 대책과 사이버 스토킹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신유정 수습기자 tlsdbwjd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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