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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손해 보는 ‘족보’, 문제 될 우려 있어
허인영 기자  |  inyoung32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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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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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에게는 1년에 최소 네 번, 게다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계절학기 수업으로 보낸다면 최대 여섯 번의 시험이 다가온다. 개강한 지 한 달이 훌쩍 지나 어느덧 2학기 중간고사를 목전에 둔 시기가 됐다. 시험기간이 도래하면 공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각종 시험 정보는 물론 심지어는 기출문제가 정리돼 있는 일명 ‘족보’를 구하는 학생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족보를 가지고 시험을 치르는 것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어플리케이션, 인맥 등을 통해 거래되는 족보

시험기간이 임박했을 때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접속하면 족보를 구한다는 글이 ‘자유게시판’과 각 학부·과 게시판에 등록되곤 한다. 족보란 수업 내용의 요약본과 과거 기출문제가 기록된 문서를 뜻한다. 족보는 매 학기마다 유사한 형태로 출제되는 시험이 있는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주로 거래된다. 족보를 구하게 되면 다른 학생보다 공부를 적게 해도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서울시 소재 모 대학 ‘에브리타임’ 족보 게시판에는 2학기 중간고사 기간이었던 작년 10월 한 달 간 무려 656건의 족보 거래 게시물이 등록됐다. 족보 거래가 비단 우리대학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대부분의 족보는 ‘에브리타임’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익명으로 댓글이나 쪽지를 주고받으며 거래된다. 온라인으로 거래할 시 금전적인 답례를 건네는 것이 일반적이다. 확실한 취재를 위해 기자가 직접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A교수의 ‘A’ 과목의 족보 판매자를 구한다는 글을 작성했다. 기자는 익명으로 족보를 판매할 의향이 있는 사람에게 ‘카카오톡’ 아이디를 쪽지로 받아서 연락을 취했다. 족보 판매자인 우리대학 학부생 A씨에게 기자임을 사실대로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A씨 역시 ‘에브리타임’을 통해 5만원을 지불하고 시험 준비를 좀 더 편하게 하고자 ‘인간과 환경’ 과목의 족보를 구매했었다. 이 족보를 다시 되팔아 금전적인 이익을 내기 위해 판매하려고 한 것이다.

이외에도 동아리 혹은 학부·과 선배나 동기에게 받는 경우도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제보자 B씨는 작년 1학기에 ‘B’ 과목 시험 당일에 친구가 선배에게 받은 족보로 편하게 준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친구는 시험 당일 오전에 나올 문제를 B씨에게 집어줬고 이는 그대로 시험에 출제됐다.

   
▲ 에브리타임 전체 게시판에 ‘족보’를 검색하자 족보를 구한다는 게시물이 즐비했다.

족보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학생들

기자에게 족보를 팔고자 했던 A씨는 왜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직접 족보를 산 것일까. A씨는 “주위에 아는 선배가 별로 없어서 족보를 구하기 정말 힘들다”며 “성적에 불이익이 없도록 힘들게 ‘에브리타임’과 같은 커뮤니티에서 돈을 내고 족보를 구해야 하는 것이 너무 싫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기자가 ‘에브리타임’에 족보를 구한다는 글을 작성한 직후에 동일한 과목의 족보를 20만원에 사겠다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또한 A씨는 “전공과목은 약 20여 년간의 족보가 동아리방에 쌓여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며 학과 내 소모임이나 학생회 활동을 통해 인맥을 넓힌 친구들은 선배들에게 족보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점을 불공평하다고 언급했다.

반면, 또 다른 카카오톡 오픈채팅 제보자 C씨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C씨는 “신입생 때부터 주위에서 넓은 인간관계는 불필요하다고 들어왔지만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간관계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고자 노력했고 넓은 인맥이 주는 이점이 있다고 느꼈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C씨는 “족보와 같이 인간관계 형성을 통해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었기 때문에 부당한 이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과에서 족보 문제 유독 부각돼

서울시립대신문에서는 ‘에브리타임’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족보 거래 실태 인터뷰를 위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링크를 공지했다. 그 중 ‘에브리타임’ 게시물에 타 학부·과에 비해 우리대학 환경공학과,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이하 전전컴), 경영학부 등에서 족보 문제가 유독 심각하다는 제보를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우리대학 전전컴에 재학 중인 D씨는 전전컴 내 족보 문제가 심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족보가 필요한 수업은 전체 전공 수업의 절반 정도에 해당되는데 보통 선배들에게 밥을 사주고 받거나 친구한테 얻는다”며 “특히 코딩의 경우 족보 없으면 공부하는데 시간이 두 배로 할애된다”고 말했다. D씨는 과거에 ‘공학수학’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는데 이 수업의 족보에 대한 정보를 모른 채 혼자 공부했다가 알고 보니 해당 수업에서 족보가 성행해 성적에 불이익을 얻었다.

족보 문제가 심하다는 것은 곧 교수의 출제 방식과 유형이 매년 유사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에브리타임’ 상에서 족보 문제를 제보해 준 대다수의 학생은 전전컴 소속 H교수와 I교수를 매해 족보와 유사한 형태의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교수로 꼽았다. 특히 I교수의 경우 시험 당시 발생한 부정행위에 이메일로 항의한 학생에게 “족보를 얻는 것도 실력”이라고 답장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기자는 I교수와 H교수에게 각각 상황을 알린 후 본인의 의견을 알려달라는 이메일을 보냈고 I교수로부터는 답신을 받지 못했다.

H교수는 족보에 관련된 이야기를 잘 알지 못했다. 그동안 족보 덕분에 문제를 잘 풀었다고 생각할 만큼 시험을 잘 본 학생들이 거의 없었고, 기존에 출제된 시험문제를 알고 있다고 해도 문제를 푸는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풀이 과정을 제대로 쓸 수 없도록 상이한 내용의 문제를 출제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또한 원칙적으로는 같은 유형의 문제라도 내용을 다르게 해 다른 문제를 출제해야 한다. H교수는 “시험문제를 출제할 때 이전에 출제한 문제들과는 다른 문제를 출제하려고 하지만 10년 이상 강의한 과목의 경우 그동안 출제한 문제들을 모두 모아보면 같은 문제는 아니지만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다시 출제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H교수는 덧붙여 “족보에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시험에 나올 만한 유형의 문제들은 과제물에 대부분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에 족보를 모르고 있다고 해서 시험문제를 푸는데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다음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족보의 존재여부를 물어보고, 족보가 문제가 된다는 학생들이 있다면 그동안 출제된 시험문제들을 모든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 모든 학생들이 동일한 조건하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족보, 시험의 형평성과 공정성 흐릴 수 있어

족보 거래를 문제로 간주하는 학생들 대다수는 시험 문제의 형평성이 저하됨을 우려한다. 전전컴에 재학 중인 D씨는 “족보가 영향을 미치는 수업에서 족보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꽤 크다”며 “특히 설계실험 수업의 경우 족보가 있으면 레포트를 제출할 때 내용만 살짝 바꿔서 내면 되지만, 처음부터 스스로 레포트를 쓰려면 최소 3~4시간은 할애돼 족보가 없는 사람과 있는 사람 간의 형평성이 어긋난다”며 족보 거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기자에게 족보를 팔고자 했던 A씨 역시 “족보 없이 공정하게 시험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부분의 과목은 족보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일부 과목에서 족보만으로 좋은 성적을 받아가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족보는 매년 비슷한 유형으로 출제되는 시험패턴과 이를 악용해 제작하고 거래하는 학생 모두의 문제다. 이를 최소화 하기위한 양측간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허인영 기자 inyoung32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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