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가 시린 계절이 돌아왔다. 내 옆구리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뼈에 사무치게 다가오는  이런 계절에는 로맨스 영화를 봐줘야 한다. 그렇게 마음이 이끄는 대로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를 봤다.

우리가 흔히 꿈꾸는 연애는 아름답고 성숙한 어떤 그 무엇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현실의 연애는 매우 찌질하고, 한밤중에 이불을 차게 만든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는 기존의 미디어에서 그리던 환상적인 연애를 벗어나 현실적 연애를 그렸다. 엉망진창이고 환상적이지 않은 현실적 연애. 남자주인공부터 구질구질하다. 파혼당한 ‘재훈(김래원 역)’은 매일 술을 마시고 전 여자친구에게 ‘자니?’ 등의 메세지를 보낸다. 다른 로맨스 영화에서의 멋있는 남자주인공과는 차이를 보인다.

또 주인공들이 처하는 상황도 답답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재훈이 다니고 있는 회사로 이직한 ‘선영(공효진 역)’은 바람을 핀 남자친구와 요란스럽게 헤어진다. 설상가상으로 선영의 집에서는 ‘왜 결혼 안하고 헤어졌냐’며 압박을 한다. 이렇게 잘 풀리지 않는 연애사만으로도 힘든데 직장 동료들마저 선영을 힘들게 한다. 전 직장에서의 헛소문으로 선영의 뒷담화를 하다가 걸리고 만다.

▲ 김한결, 가장 보통의 연애, 집, 2019.
이렇게 ‘고구마’같이 답답한 가운데에서 ‘사이다’같이 시원함을 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선영이다. 선영은 항상 담담하고 당차다. 초면에 다짜고짜 자신에게 반말을 하는 재훈에게 똑같이 반말로 응수하기도 하고, 자신을 뒷담화했던 직장 동료들에게 그들의 비밀을 낱낱이 밝혀 통쾌하게 복수한다.

이런 선영과 재훈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바로 ‘술’이다. 재훈은 영화에서 “소주 한 잔 외에는 기댈 곳이 없다”고 한다. 직장인들이 으레 현실 속의 답답함을 술로 푸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인지 선영과 재훈의 ‘썸’은 술집에서 시작된다. 둘은 술을 통해 대화하고 술 게임을 통해 진심을 전한다. 여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게임이 등장한다. 상대방이 입모양을 통해 말하면 그 내용을 맞추는 게임. 그들은 이 게임을 통해 은밀한 속마음을 내보인다. 

또한 눈여겨 봐야하는 것은 선영의 사랑스러운 패션이다. 빨간 도트 블라우스부터 롱부츠까지. ‘레트로’스러운 분위기를 내면서 세련됐다. 이 외 색감 있는 영상미, 유쾌하고 거침없는 대사 등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술 냄새 나지만 사랑스러운 그들의 연애를 보러 가자.

박은혜 기자 ogdg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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