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같았던 여름의 이글거림이 지나가고 어느새 차가운 바람과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면 파란 하늘에 색색의 단풍들이 펼쳐져 있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을 소재로 한 노래라고 하면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 양희은의 ‘가을 아침’, 김광석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같은 많은 노래를 떠올릴 수 있다. 그중에서도 기자는 싱어송라이터 다린의 노래를 가장 좋아하고 가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친구에게 다린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돌아오는 대답은 ‘뭐, 달인이라고?’다. 달인이 아니라 다린은 2017년 ‘가을’이라는 곡으로 데뷔해 서정적인 가사와 깊은 울림을 주는 노래로 인디 음악신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다.

‘그대 나 없는 가을을 미워하지 말아요. 우리는 흘러가고 나는 지금도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으니/혹시나 우리 서로 지나친대도 그 가을은 여전히 그대로 어느 곳은 꽃 피우고 어느 곳은 쓸쓸한 그대로 사랑하고 있을 테니’ 다린이 부른 ‘가을’이라는 노래의 가사다. 잔잔한 멜로디에 그냥 이야기하는 듯 담담하게 부르는 노래지만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듯한 가사는 가슴 속에 깊은 울림을 준다.

▲ 다린의 첫 앨범 「가을」의 앨범커버. 다린만의 따뜻한 감성이 느껴진다.
가을이 새벽공기의 잔잔함이 느껴지는 노래라면 ‘까만 밤’은 해가 짧아져 깊어진 가을밤에 잘 어울리는 노래다. ‘난 까만 밤에 묻어있던 인사들을 기억해 빈자리처럼 나보다 오래된 눈으로 잠들거나 혹은 지나쳐버린 취한 듯 망설이는 가장자리/모든 풍경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기적처럼 못다 한 말들은 저 멀리 산산이 흩어지며 발견하길 기다리는 듯 하루 곳곳에 숨은 채 하나의 비밀이 되어 내일을 만드네’ 경쾌한 멜로디에 밝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지만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진다. 매일 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중앙로에서 이 노래를 듣다 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진한 회색빛의 하늘, 그리고 그 속에서 빛나는 별과 달까지 매일 보는 똑같은 풍경들이 다르게 다가온다.

‘Rubato’라는 곡은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의 풍경과 잘 어울린다. ‘넌 포말처럼 흩어져 어느 단편으로 나를 데려가 너의 눈꺼풀 사이로 부서지는 빛 파도처럼 나를 삼켜요/우리가 밟게 될 모든 곳은 희미하지만 사라지고 있지만 나의 잔향은 널 위한 기도 너는 다시 있을 나를 위한 위로’ 귀를 사로잡는 다소 투박한 듯한 기타 소리와 함께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길을 걷다 보면 갈색빛의 낙엽이 부스러지는 소리를 듣고 싶어져 일부로 낙엽이 쌓여있는 곳으로 지나가게 된다.

‘가을 타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왠지 모르게 감성적이게 되는 요즘, 감정의 기폭제가 되어 줄 다린의 노래를 들으면서 중앙로를 걸어보면 색다른 감정들과 풍경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신유정 수습기자 tlsdbwjd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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