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영화제를 밝힌 4편의 영화를 만나다

 제22회 도시영화제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3일 간 진행됐다. 이번 도시영화제는 ‘당신에게 도시는 어떤 색깔인가요? color;full city’ 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크게 초청부문과 경쟁부문으로 나뉘어서 열렸다. 초청부문에서는 개막작인 <우리는 불스다>를 시작으로 3일 동안 Purple, Yellow, Red, Gray, Green섹션에서 11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경쟁부문에서는 극 장르에서 ‘소외’, ‘가족’, ‘소통’, ‘노래’의 네 가지 주제가 상영됐고, 다큐 장르에서 ‘도시’와 ‘시선’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영화가 상영됐다.  -편집자주-

영화는 한 고등학생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어느 겨울, 주인공인 해건은 지원한 회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는다. 그러나 얼떨결에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후 해건은 계속해서 가족을 속이기 위해 친한 형에게 가짜 합격발표 사이트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고 만들어진 사이트를 가족들에게 보내려 한다.

그러나 취준생에게 무슨 돈이 있을까. 친한 형에게 돈을 제 때 보내지 못한 해건에게 형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야한 영상이 나오는 사이트를 보내주고 이를 몰랐던 해건은 가족들에게 그 사이트를 그대로 보내준다. 해건의 합격을 축하하던 가족들은 이후 틀어진 영상에 크게 당황하고 해건을 질책한다. 갑작스레 해건의 집에 찾아온 엄마와 대화가 시작될 찰나 해건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그것은 바로 추가합격 전화. 이후 합격한 회사에서 보내준 콘서트 티켓으로 가족들과 피아노 공연을 보러간 해건은 자신이 연습하던 피아노 곡을 멋있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영화의 끝과 시작은 같은 노래로 이어진다. 처음에 나왔던 고등학생은 주인공인 해건이다. 영화의 중간에 나오는 회상 장면을 통해 해건이 피아노 레슨을 받았었으나, 엄마의 공부에 대한 압박으로 포기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차 속에서 밥을 먹고 학원에 가는 해건의 모습은 학업에 찌든 현재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을 대표한다. 해건의 집에 Y대학교의 과잠이 걸려있는 것을 보아 명문대학생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명문대를 나왔음에도 해건은 취직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가족들이 웃는 얼굴을 보이는 것은 해건의 합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뿐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 영화는 많은 주제를 안고 있다. 지나친 학원에 몸살을 앓는, 공부를 위해 하고픈 것을 포기해야 하는 고등학생, 겨우 입시 걱정에서 벗어나 명문대에 입학했음에도 곧바로 취직 걱정을 해야 하는 대학생, 결과중심주의 사회에 스트레스 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를 준다. 대학입시의 경험이 있는, 취직을 위해 정말 하고 싶었던 진로를 포기해야 했던 대한민국의 학생으로서 또 취직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으로서 해건의 모습에 공감할 수 있었고, 짧은 한 장면 장면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참 많이 아팠다. 사람이 사람만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급하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아닌 진정 하고픈 것을 하며 살 수 있는 숨통이 트이는 곳에서 살고 싶다.

이은정 수습기자 bbongbbong01@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