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영화제를 밝힌 4편의 영화를 만나다

 제22회 도시영화제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3일 간 진행됐다. 이번 도시영화제는 ‘당신에게 도시는 어떤 색깔인가요? color;full city’ 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크게 초청부문과 경쟁부문으로 나뉘어서 열렸다. 초청부문에서는 개막작인 <우리는 불스다>를 시작으로 3일 동안 Purple, Yellow, Red, Gray, Green섹션에서 11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경쟁부문에서는 극 장르에서 ‘소외’, ‘가족’, ‘소통’, ‘노래’의 네 가지 주제가 상영됐고, 다큐 장르에서 ‘도시’와 ‘시선’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영화가 상영됐다.  -편집자주-

<개장수의 딸>은 냉혹한 현실과 어린아이의 동화적 상상력을 버무려 만들어진 단편영화다. 주인공인 지운이의 아버지는 개장수다. 작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개장수라는 직업은 사회적으로 그리 환영받는 직업은 아니다. 거기에 개장수인 아버지는 개를 판 돈으로 술을 마시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채근한다. 갈등을 빚는 부모님 사이에서 의지할 곳 없는 지운이는 집에서 기르는 닭과 강아지에 의지한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는 푹 고아진 삼계탕이 별식으로 나온다. 지운이는 맛있게 닭을 먹지만 부모님에게 이 삼계탕이 집에서 기르던 닭을 잡아 만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게 된다. 이후 상처를 받은 지운이가 산 속에 있는 개 사육장으로 가서 묶여 사육되고 있는 개들을 모두 풀어주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영화의 줄거리 자체는 간명하다.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18분이란 시간은 짧다. 그러나 이 영화의 백미는 스토리보다는 연출이다. 아역배우의 뛰어난 연기력과 중간 중간에 뮤지컬 형식으로 삽입된 음악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영화의 흐름에 탄력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다소 환상적으로 처리되는 이 뮤지컬 장면들은 어린 아이의 순수한 동심을 나타냄과 동시에 냉정한 현실과 아이들의 세계를 대비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특히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은 개를 비롯한 모든 동물은 소품과 풍선으로 표현된다는 점이다. 이는 물론 예산상의 문제 때문이겠지만 영화를 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아이가 주인공인 영화는 많지만 정말로 아이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는 많지 않다. 풍선으로 만들어진 강아지들은 아이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마지막에 풍선으로 만들어진 강아지들이 줄에서 풀려나 하늘로 떠오르는 장면은 몽환적이고 인상적이다.

영화감독인 정지운 씨는 GV(guest visiting)에서 지운이가 개들의 목줄을 풀어주는 장면은 “어린 지운이가 자신이 기르던 닭이 잡아먹힌 것을 보고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개들도 언젠가는 잡아먹히게 될까봐 그렇게 되지 않도록 풀어준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에서 보여준 차가운 현실을 마주한 어린아이의 반응이 오랫동안 머릿 속에 맴돌 것 같다.

김세훈 기자 shkim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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