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 그만큼 현대인 중 우울한 감정에 사로잡히는 사람이 많다. 급격한 사회 변화, 무한경쟁 시대, 가족의 해체, 경제난, 세대와 계층 간 갈등, 이념의 갈등 등. 여러 요인이 인간을 외롭고 불안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특별히 청년 취업난과 학점 스트레스로 인해 최근 청년세대의 우울증 환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에 서울시립대신문은 우리사회와 청년세대의 주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우울증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주-

인간이라면 우울한 감정이 드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러나 우울한 감정이 자주 반복되고 장기간 계속되면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울증은 성적저하, 대인관계의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자살까지 이를 수 있다.

우울증은 감정뿐만 아니라 신체적 기능이 저하된 상태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우울증이란 일시적으로 기분만 저하된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내용, 사고과정,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우리대학 심리상담실 서유진 팀장은 “학계에서 인정되는 우울증이란 우울한 감정 이외에 신체적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뜻한다”고 밝혔다.

우울증의 주요 증상으로는 △지속적인 우울감 △의욕 저하, 흥미의 저하 △불면증 등 수면장애 △식욕저하 또는 식욕증가와 관련된 체중 변화 △주의집중력 저하 △자살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자살시도 △부정적 사고, 무가치감, 지나친 죄책감 △일상생활 기능의 저하, 학업능력 저하, 생산성 저하, 가족간 갈등 등이 있다.

 

우울증, 혼자 힘으로 빠져나오기 힘든 병

우울증 증상이 생기면 홀로 고민하는 것보다 주위에 알리고 도움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전문가와의 상담 등 치료가 필수적이다. 서유진 팀장은 “우울증은 혼자만의 힘으로 빠져나오기 힘든 병”이라며 “우울증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학교 내 심리상담실이나 정신과 전문의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행히 우울증은 효과적으로 치료될 수 있는 질환으로 초기 완쾌율이 2개월 내에 70~80%에 이른다. 서 팀장은 “우울증에는 상담과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고,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은 항우울제 투여가 필수적”이라며 “최근 개발된 항우울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생활 습관도 있다. 서 팀장은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하다”며 “이 때 분비되는 물질이 항우울 기능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긍정적인 사고 △운동하는 습관 △알코올 피하기 등이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청년세대 우울증 5년 사이 약 2배 늘어나

대학생 및 청년세대의 우울증이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다. 9월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기관을 찾은 20대 우울증 환자는 9만 8434명으로 2012년 5만 2793명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세대별 증가율도 20대가 86.5%로 다른 세대보다 훨씬 높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7월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8%로 역대 7월 중 1999년 (11.5%) 이후 가장 높다.

지난달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처음 실시한 20세와 30세 정신건강검사 판정 결과 전체 수검자 17만 6494명 중 20세 1만 2066명과 30세 3만 4495명에게서 우울증이 의심됐다. 총 4만 6561명이 우울증 의심 판정을 받았는데 전체 20세와 30세 수검자의 26.4%에 달하는 숫자다. 청년세대 4명 중 1명 이상이 우울증 의심 판정을 받은 것이다.

 

청년세대, 취업과 진로로 우울함 토로해

대학생 A(21) 씨는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학력과 학점에 대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지자 오히려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졌다”고 전했다. A씨는 우울한 감정으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고, 사람을 만나는 것을 기피하게 됐다. 또 그는 “우울한 기분에 싸여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티를 낼 수 없었다. 그래서 아무런 일도 없는 것처럼 지냈다”며 “우울증에 대한 편견이 견고한 것 같다”고 그 당시의 기분을 밝혔다.

서 팀장은 청년세대의 우울증이 점차 높아지는 이유에 대해 “개인적으로 심리 상담을 하는 입장에서 진로 및 취업의 어려움이 과거보다 어려워진 점이 한 몫 하게 된 거 같다”며 “고등학교 때까지 입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대학 재학 중에는 쉬지 못하고 취업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게 된 사회구조로 인한 것 같다”고 밝혔다.

우리대학 학부생, 낮은 우울감과 스트레스에 비해 평균 이상의 무기력감을 느껴

인권센터에서 우리대학 학부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학년도 재학생 정신건강·인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분석대상자 총 8713명 전체의 우울정도는 5점 만점에 2.31점으로 나타난다. 우리대학 학생의 전반적인 우울 정도는 보통(2.5점) 이하의 수준인 것이다. 하지만 우울증의 전조증상이라 할 수 있는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일들이 귀찮게 느껴진다’, ‘하는 일마다 힘들게 느껴졌다’, ‘도무지 무엇을 시작할 기운이 나지 않았다’ 등과 같은 무기력감은 평균(2.31점) 이상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우리대학 학부 재학생은 자살생각이 높지 않다. 하지만 △‘자살을 방지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이 부족하다’는 응답 △‘실제로 자살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의 질문에서도 확신할 수 없거나 혹은 그럴 수 있다는 응답 △자살시도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생각해 봤다는 응답은 평균(0.13점)보다 높은 점수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지난 1년 동안 분석대상자 전체는 보통(2.5점) 이하의 스트레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는 이성 친구와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교수와의 관계에서 의한 스트레스는 가장 낮게 나타났다. 상황적 특성 관련 스트레스는 장래문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학업 문제, 경제 문제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대학 상담 인프라, 타대학에 비해 준수하지만 공간이 부족한 문제 있어

이런 흐름 속에서 상담센터를 찾는 대학생의 증가 속도에 비해 상담교사의 공급이 더디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서유진 팀장은 “우리대학은 타대학에 비해 준수한 편”이라며 “인력은 충분한 편이지만 공간이 부족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대학에서도 정식 상담을 받으려면 평균적으로 두 달의 시간이 걸린다. 정신건강과 관련된 조치는 빠른 시일 내에 행해질수록 좋기 때문에 수요를 파악해 상담 인프라를 개선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대학이 외부와 협업해 학생들의 심리 상황을 전문적으로 대처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은혜 기자 ogdg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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