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총학생회 공약평가]

‘열일’했지만, 뒷심 부족했던 점 아쉬워

지난 1월 1일 서울시립대학교 제55대 총학생회 ‘열일’의 임기가 시작되고 10개월이 흘렀다. 지난해 11월 선거본부 ‘열일’이 제시했던 공약은 얼마나 추진됐을까. 서울시립대신문은 총학생회의 임기 만료를 2개월가량 앞둔 현재, 한 달간의 취재 기간을 거쳐 총학생회 ‘열일’의 공약 진행 상황을 평가했다. 이번 공약 평가에서는 교육, 편의, 복지의 3개 분야에서 주요공약을 선정해 평가했다.  -편집자주-

 
 
열일이 제시한 교육 관련 공약은 ‘공정’이라는 초점에 맞춰 구성됐다. 대표적인 공약은 수강신청 관련 공약으로, 신입생도 재학생과 동등한 조건에서 수강신청할 수 있도록 장바구니 수강신청을 도입하고, 수강신청 변경에 어려움이 없도록 ‘신청사이클제’와 ‘Only 줍는시간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제시된 대다수의 교육 공약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는 올해 3월에 있었던 총장 임명 및 보직교수 인사이동이 원인으로 보인다. 김민수 총학생회장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전임 보직교수들과 함께 세웠던 공약과 신임 보직교수들이 생각하고 있는 계획 간에 충돌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교육 공약 중 많은 수가 서순탁 총장 부임 이래 진행되고 있는 정보화전략계획(이하 ISP)사업과 궤를 같이하게 된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 ISP 사업은 기존 노후화된 우리대학의 장기적인 IT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계획과 이와 관련된 사업을 말한다. 김 총학생회장은 “현재 우리대학이 유지하고 있는 정보자산으로는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학행정정보시스템(이하 WISE)과 관련된 공약의 경우 추후 ISP 사업이 완료된 이후에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 공약의 평가에 있어 당초 교무과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교무과 측에서는 “총학생회와 교학협의회를 통해 이미 의견을 표명했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했다. 정확한 공약평가를 위해 교육 공약의 평가에는 총학생회가 공개한 2019년 제1차 교학협의회 자료와 총학생회장의 인터뷰, 실제 총학의 업무 자료 등을 비교 분석했다.

수강신청 제도 개편

매 학기 초 수강신청 기간에는 학생들이 수강신청으로 인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안이 바로 수강신청을 처리하는 서버가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매 수강신청 시기마다 접속이 폭주해 제 시간에 수강신청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열일은 수강신청과 관련된 불편 사항을 수강신청 제도의 개편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개편 내용은 △예비수강신청을 도입해 신입생이나 복수전공, 융합전공을 이수하고 있는 학생들이 겪을 수 있는 혼란 방지 △‘신청사이클제’를 도입해 수강신청 기간이나 정정기간 중 수강을 취소한 강의를 여유를 두고 신청할 수 있도록 조치 △‘Only 줍는시간 제도’를 도입해 수강신청 기간 마지막에 일정 상의 문제로 버려질 수 있는 수강인원 자리를 확보의 세 가지 공약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된 세가지 공약 모두 열일의 임기 내에는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강신청 시스템 개편을 위해선 WISE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교무과와 전산정보원은 총학생회에 ‘현재 WISE에 다른 기능을 추가하면 과부하가 걸려 안정적인 수강신청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WISE의 문제로 인해 수강신청 관련 공약은 빠른 시일 내에는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신·편입생 장바구니 수강신청 도입

장바구니 수강신청은 자신의 관심 과목을 미리 등록하고, 본 수강신청 당일에 해당 과목에 대해 검색할 필요 없이 바로 수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신입생의 경우 입학 수속이 모두 완료된 이후에는 장바구니 수강신청 기간을 별도로 두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로 장바구니 수강신청 없이 바로 본 수강신청을 진행해야 했다. 그 결과 전체수강신청에 있어 재학생에 비해 불리한 점이 많았다.
열일은 해당 안건에 대해 교무과와 협의를 거쳤으며,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장바구니 수강신청은 20학번 신입생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김 총학생회장은 “장바구니 수강신청 기간을 신설하고자 교무과와 일정 조정 중에 있다”며 “편입생의 경우에는 소관 학부·과에서 수강신청을 돕는 경우가 많아 해당 공약을 신입생을 위한 공약으로 바꾼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점 인정 사이버강의 도입

학점이 인정되는 사이버강의를 도입하겠다는 것도 공약 중 하나였다. 해당 공약은 지난 어:울림 총학때부터 진행되던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당초 계획 상 지난 여름학기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추진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총학생회장은 “시스템 구축 등의 문제로 인해 시행 시기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며 “지속적인 요구를 통해 오는 2020학년도 1학기부터는 학점인정 사이버강의 운영을 성사시키겠다”고 말했다.

복수전공 안내서 편찬

기존에는 학부·과 별로 복수전공자에게 요구하는 기준이 공개돼있지 않아 혼란을 겪는 학생들이 발생했다. 이 경우 기존에는 학생이 직접 학부·과 사무실에 연락해 복수전공 기준을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열일은 복수전공 안내서를 편찬하며 학부·과별 복수전공 기준을 일괄적으로 조사했다. 또한 이미 복수전공을 이수하고 있는 학생들의 수기를 담아 학생들이 복수전공 학과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열일은 복수전공 안내서를 성공적으로 제작해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이뤄졌던 복수전공 신청 기간 동안 교내 라운지와 인터넷을 통해 배포했다.

 
학생 편의를 위한 공약은 출입문 불편사항 해소와 음식물 쓰레기 분류 배출 간편화 등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약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교내 이륜차 속도제한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약이 예산 등의 이유로 대학본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실행이 무산됐다.

음식물 쓰레기 분류배출 간편화

교내에서 음식물 섭취가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과 학생회실이나 동아리방에서는 음식물을 취식하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음식물 취식이 금지돼있는 현재 교내에는 음식물 쓰레기만을 따로 버릴 수 있도록 지정된 장소가 없다. 남겨진 음식물은 일반쓰레기와 같이 버려지고 있다.

그러나 해당 공약은 교내 청소를 담당하는 총무과의 반대로 무산된 상태다. 김 총학생회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 총무과와 논의했으나,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면서 “음식물 쓰레기장을 별도로 만들게 되면 오히려 쓰레기가 증가한다는 의견에 따라 음식물 쓰레기장 설치 공약은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고 밝혔다.

교내 출입용 카드 리더기 모든 건물에 설치 및 개선

야간이나 주말에 우리대학 건물에 출입하기 위해선 등록된 출입증을 카드 리더기에 인식시켜야 문을 열 수 있다. 그러나 카드 리더기가 설치된 건물이 적고, 실제로 설치돼 있는 곳이라도 야간이나 주말에는 쇠사슬로 문을 묶어놓는 경우가 많아 많은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후 교학협의회 회의에 앞서 열일은 단과대의 의견을 수합해 2곳의 출입문에 카드 리더기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9월 이후 해당 장소에는 카드 리더기가 설치된 상황이다. 그러나 당초 열일이 공약한 바와 같이 교내 모든 출입문에 카드 리더기가 설치되는 것은 예산 상의 문제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학생회관 후문 등 카드 리더기가 설치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사용되고 있지 않은 장소가 남아있다는 점도 아쉽다.

 
복지공약은 기숙사와 관련된 공약을 제외하면 대부분 학생복지위원회와 복지회의 활동과 연관돼있다. 학생복지위원회와 관련한 외부 제휴 공약은 성공적으로 이뤄져 2017년 이후 종료됐던 외부업체와의 제휴를 복원하는 등의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복지회와 연관된 공약의 경우 복지회 재정문제로 인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또한 기숙사 확충 공약의 경우 서울시나 기획과의 협조가 절대적인 사안이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논의 과정에서 협조를 얻지 못해 공약이 좌초됐다.

외부 제휴를 통한 각종 혜택 제공

지난 2017년 이후 인근 영화관과의 제휴나 유료 폰트 사용 등 다양한 복지혜택이 종료된 바 있다. 열일은 지난 11월 공약집에서 “기업 제휴를 통해 학생편익을 증진하고 더 좋은, 더 저렴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학생복지위원회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년간 기존에 중단됐던 영화관과의 제휴, 유료 폰트 사용이 재개됐다. 그러나 신규 업체를 선정해 공동구매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총학의 공약은 적절한 업체를 선정하지 못해 진행되지 못했다. 김 총학생회장은 “기존 공동구매 업체가 수익성 악화로 철수한 상황에서, 적절한 가격에 공동구매를 진행할 업체가 없었다”며 “공동구매를 진행하더라도 가격이 너무 높아질 우려가 있었다”고 해당 공약이 이행되기 어려운 이유를 밝혔다.

중앙도서관 전자사물함 증설

현재 우리대학 중앙도서관에는 학생복지위원회가 운영하는 전자사물함이 배치돼 있다. 그러나 이용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 추첨을 통해 사물함을 배정하고 있다. 열일에서는 이 점을 고려해 중앙도서관에 전자도서관을 증설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해당 공약은 이번에 진행된 제4차 중앙도서관 환경개선 공사로 인해 장소 확보가 불가능했던 상황이라 이뤄지지 못했다. 김 총학생회장은 “이번 학년도에도 공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내년도 예산안에 사물함 증설 관련 예산이 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추후 공사가 완료될 때 사물함을 증설할 수 있도록 인수인계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학생식당을 포함한 복지회 운영매장의 서비스 품질, 노동환경 개선

복지회에서는 교내 식당과 카페, 편의점을 비롯해 총 14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식당을 이용하던 학생의 입장에선 학생식당의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근로하는 학생의 경우 불편사항을 제기할 수 있는 창구가 없었다. 열일은 이 점에 착안해 기존 학생식당의 개선과 복지매장 근로학생의 처우 개선을 위한 공약을 마련했다.

그러나 마련된 공약은 복지회의 심각한 예산 적자로 인해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근로학생의 처우 개선 공약 중 하나였던 장기근속자의 임금 인상은 시급이 100원 가량 상승하면서 이뤄졌지만, 학생식당의 품질 개선은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이 다수다. 특히 지난 9월에는 학생식당의 가격이 인상됐다. 김 총학생회장은 “학식 가격 인상은 복지회의 적자로 인해 불가피했다”면서도 “학생들의 피해를 줄이고자 협상을 통해 당초 복지회에서 제시한 안보다 인상 폭을 줄였다”고 답했다. 지난해 발생한 복지회의 적자가 1억 8천만원을 상회하는 만큼 열일이 복지회에 처우개선이나 품질 향상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기숙사 확대를 위한 공약

우리대학의 올해 기숙사 수용률은 11.4%에 불과하고, 기숙사 입사 경쟁률은 4.8대 1로 전국 최고수준에 달한다. 열일의 기숙사 확대를 위한 공약은 크게 두 가지로, 발전기금에 기숙사 건립 기금 항목을 신청하고 회기 PAT 이전부지에 새로이 지어지는 청년주택(이하 회기역 청년주택)에 대학생 쿼터를 유지하겠다는 공약이었다.

그러나 발전기금 항목 신설의 경우 기획처에서 기숙사 건축을 위해 발전기금 항목을 별도로 두는 것을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회기역 청년주택 사업의 경우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아직 계획 발표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기숙사 같이 지역사회의 협조가 필요하거나, 복지회 근로학생 처우 개선 등 시의 협조가 필요한 공약에 대해서는 서울시장과의 간담회를 열어 해결하겠다는 해결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사정으로 기존에 추진되던 간담회가 무산되면서 실현이 불가능하게 됐다. 김 총학생회장은 “얼마 전 기획처로부터 연내 간담회 개최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추후 서울시에 서면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등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열일은 지난 10개월 간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특히 복수전공 안내서 편찬과 같이 총학생회 내부에서 사업을 진행해 이행할 수 있는 공약에 대해서는 높은 이행률을 보였다. 반면 기숙사 확대를 위한 공약이나 교육 공약과 같이 외부 기관의 협조가 필요한 공약의 이행률은 낮았다. 대부분의 공약이 추진 과정에서 관계 기관의 반대로 인해 무산된 경우가 많다.
많은 공약이 추진 중에 무산돼 이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김 총학생회장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공약이 무산된 경우가 잦다”며 “여러 공약이 이행되지 못한 점 학우 여러분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공동취재_ 서울시립대신문 대학보도팀
글_ 이정혁 기자 coconutchips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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